스트라이샌드 효과라는 것이 있다. 2003년 미국의 사진 사이트인 픽토피아닷컴이 캘리포니아 해안의 사진 1만2000점을 온라인으로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미국의 인기가수인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저택이 찍히면서 사생활 침해라며 해당 회사에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소송에 대해 미디어와 대중이 관심을 보이면서 오히려 스트라이샌드의 저택이 찍힌 사진를 보기 위한 접속이 폭주해 검색 결과 순위 1위를 차지하게 된다. 스트라이샌드 효과란 어떤 사실을 밝히기 싫은 쪽이 대응할 때 발생하는 딜레마를 가리킨다.

박정근씨 구속 사건도 비슷하게 돌아가고 있다. 수사 당국은 박씨가 지속적으로 북한계정 우리민족끼리에 리트윗했다는 이유를 들어 국가보안법을 적용해 구속을 시켰다. 그런데 오히려 박씨의 사건을 계기로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박정근씨 구속 사건으로 국가보안법 폐지 여론 높아져

트윗에서는 '박정근'으로 검색을 하면 이번 박씨의 구속이 비상식적인 국가보안법 적용 사례임을 들어 수사당국에 대한 조롱의 글이 넘쳐나고 있다. '박씨 석방운동을 펼치자',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자'는 글도 숱하게 올라오고 있다. 

허재현 한겨레 기자는 "리준희 조선중앙통신 아나운서 뉴스 그대로 국민에게 전파한 방송3사 보도국장도 곧 잡혀가겠네요"라고 꼬집었고, 아이디 '로맨스울프'는 "오늘은 박정근의 구속이지만 내일은 트윗을 쓰는 전국민의 구속이다. 박정근을 석방하라"고 썼다. 이송희일씨는 "SNS 역사가 시작된 이래 리트윗 때문에 구속된 이는 아마 박정근씨가 세계 최초일 거예요. 한국이란 사회는 말이죠 리트윗을 하면 잡아가는 곳이죠"라고 비꼬았다.

이미 사문화된 줄 알았고, 일부 운동권 사람들에게 적용이 됐던 국가보안법이었는데 옆에서 트윗글을 잘못하면 잡혀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높아지면서 오히려 국가보안법 폐지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씨도 이번 법정싸움을 국가보안법 폐지 쪽에 무게를 두고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현재 검찰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멘션글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 박씨는 우리민족끼리 계정을 리트윗하고 멘션을 보낼 때 장난식으로 북한을 조롱하는 내용을 올렸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박씨의 트윗글 중 하나를 보면 자주민보를 인용해 "최고 영도자에 오른 후 첫 현지지도를 105 땅크 부대로 정한 김정은 대장, 북에서는 이 부대를 통일의 상징으로 여기고 있다고 한다, 소위 인터넷 용어로 '포스 작렬'이다"라고 쓰는 식이다.

검찰의 논리를 깨기 위해서는 국가보안법상 북을 찬양하거나 국가를 위태롭게 할 '목적'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데 박씨는 자신에게 유리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것이다. 박씨가 이번 사건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보안법 자체의 폐지를 위한 문제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박씨는 지난해 12월 미디어오늘과 만난 자리에서도 "SNS를 검열하는 것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법에 따라 음란물이나 국가보안법 위반 글을 처벌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법이 잘못됐다면 그 부분을 고치고 검열을 하느니 마느니 하는 것이 제대로된 순서"라면서 자신의 사건을 활용해 국가보안법의 폐해를 알리겠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SNS상 표현물이 선거법 위반으로 법적 처벌이 이뤄진 경우도 있었지만 첫 국가보안법 적용 사례라는 점에서도 박씨의 사건은 간단치 않다.

법적 처벌 가능하나?

수사 당국이 무리를 하면서까지 국가보안법을 적용해 구속시킨 것은 향후 정치적 표현이 활발한 SNS의 입을 묶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지혜 한국진보연대 민주인권국장은 "국보법이 적용돼 박씨가 최종 법적 처벌을 받게되면 새로운 매체인 SNS상의 표현물에 대해 규제하려는 다양한 시도를 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며 "판례가 만들어지면 규제할 수 있는 단초가 생기는 것이다. 박씨 사건은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본보기 효과가 있어 누리꾼들이 위축되거나 반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수사당국이 스스로 최종 법적 처벌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지만 충분히 위축효과를 누렸다는 분석도 있다. 워낙 비상식적인 법 적용이어서 법리 공방에 들어가면 법적 처벌까지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판단이기도 하다.

검찰은 박씨가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데 법정에서 어느정도의 리트윗과 멘션을 보내는 행위가 법 위반인지, 표현의 수위는 어느 정도 선에서 법 위반인지 등 지루한 공방이 이어질 수 있다.

이적 표현물을 가지고 있거나 인터넷상이라도 북한 원전이 실릴 경우 증거 형태로 보전되기 때문에 국가보안법 처벌이 가능하지만 트윗의 글은 140자 단문에 쪽지의 행태로 주의 주장을 담기 힘들고, 자신의 트윗을 삭제하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기도 힘들다.

수사당국의 범죄 사실 요지에서도 이번 박씨 사건과 관련한 국가보안법 위반 논리가 얼마나 빈약한지가 드러난다. 경찰은 "북한 조평통에서 체제 선전,선동을 위하여 운영하는 우리민족끼리사이트, 트위터, 유튜브 등에 접속이적표현물 384건을 취득,반포하고, 북한 주의,주장에 동조하는 글 200건을 작성 팔로워들에게 반포"했다고 밝혔다.  

수사당국의 논리라면 이적표현물인 북한계정 '우리민족끼리'의 트윗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셈이고, 13일 기준으로 우리민족끼리를 팔로워하고 있는 1만1312명은 이적표현물을 취득한 범법자가 된다. 

윤지혜 국장은 "우리민족끼리 계정에 팔로워한 사람은 잠정적인 위법 행위로 국가보안법 위반자일 수 있다"면서 "이번 박씨의 국가보안법 적용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 박씨를 본보기 삼아서 훈육시키고 있는 것이다. 과거 교련 시간에 떠드는 학생을 불러서 본보기로 혼내면 조용하는 것처럼 법적으로 규제하기 어려우니 실정법으로 한 사람을 처벌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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