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문사들이 개발을 추진중인 전자신문이 점차 그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3월 2일 중앙일보가 인터네트를 통해 서비스되는 전자신문을 처음 선보이자 의표를 찔린 경쟁지들이 너도나도 전자신문 개발에 뛰어들어 일부 신문은 연내 서비스 개시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인터네트관련 기술을 갖춘 몇몇 소프트웨어업체들은 때아닌 전자신문 ‘특수’를 맞아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전자신문 정보만을 수집하는 미국 주피터 커뮤니케이션사의 <1995 온라인 신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월 현재 전세계 전자신문은 1백19개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중 인터네트를 통해 서비스되는 전자신문만도 62개에 이른다.

이같은 전자신문 창간 러시는 최근 일고 있는 신문쇠퇴론과 맞물려 주목을 받고 있다. 일부 성급한 뉴미디어 옹호론자들은 올드미디어(기존신문)가 뉴미디어(전자신문)로 대체되기 시작하는 서막으로까지 해석한다.

실제로 신문기업들은 80년대 이후 새로운 영상 미디어로 인한 광고 점유율의 하락, 정보 속보성의 한계, 신문 발행부수의 정체및 감소 등의 문제에 부딪혀 고전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의식이 신문기업들로 하여금 전자신문을 필두로 한 뉴미디어 사업에 뛰어들도록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뉴미디어전공 언론학자들은 신문쇠퇴론을 신문해체론으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전자신문같은 뉴미디어가 종이매체인 신문을 완전히 ‘대체’한다는 주장은 장밋빛 ‘뉴미디어 만능론’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한다. 언론학자들이 제시한 근거는 이렇다.

전자신문은 아직까지 ‘실험매체’일 뿐이다. 인터네트의 멀티미디어 서비스 ‘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을 이용한 전자신문이 주류를 이루고 있긴 하지만 완벽한 프로토타입(원형)이 못된다. 미 MIT공대 미디어연구소에서는 ‘맞춤신문’ 개념의 ‘피쉬랩’(Fishwrap)이란 전자신문을 실험중에 있고, 나이트리더 그룹은 멀티미디어 방식의 개인용정보기기(PIA)를 단말기로 하는 색다른 형태의 전자신문을 개발하고 있다.

이밖에도 여러가지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이들 중 하나가 전자신문의 원형으로 등장하기까지는 앞으로도 까다로운 검증절차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뒤집어서 말하면 상당수의 전자신문이 ‘아류’로 전락해 중도탈락한다는 결론이다. 미 전자신문 제작자들이 전자신문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 크다.

전자신문을 통해 원하는 기사를 검색하기 위해서는 단말기를 자유자재로 조작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 점 또한 매체에 대한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반면 신문은 어떤 매체로도 대체할 수 없는 독특한 장점을 갖추고 있다. 기록성과 보존성, 심층성 등이 그것이다. 사람들은 수백년동안 이같은 인쇄매체의 편의성에 길들여져 왔기 때문에 쉽사리 삶의 패턴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신문의 생명력을 반증하는 사례로 미 CNN방송 테드 터너 회장의 발언이 종종 인용된다. 그는 84년 신문사 경영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행한 연설에서 “신문은 곧 없어진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테드 터너 회장의 말처럼 신문이 사라지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순천향대학 신문방송학과 이민규교수는 신문의 미래에 대해 “전자신문,방송 등의 매체와 역할분화를 이룬 채 생명을 유지해나갈 것”이라며 “기존의 백화점식 보도에서 벗어나 심층보도쪽으로 방향을 선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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