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 전자가 소비자를 우롱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들의 짬짜미를 통한 가격 담합을 적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2일 "삼성전자, LG 전자가 공정거래법상 가격의 공동결정, 유지, 변경 규정을 어겨 법위반행위 금지, 정보교환행위 금지 명령을 내리고 삼성전자에 258억1140만원, LG전자에 188억 3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은 전화통화와 모임을 가지면서 출고가 인상, 판매장려금 축소 등의 방법을 통해 소비자 판매가격을 최대 20만원까지 인상했다.

일례로 이들은 지난 2008년 10월 전자동세탁기 저가모델을 단종시키고 드럼세탁기 소비자가격을 60만원 이상으로 인상·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드럼세탁기 4개 모델의 출하가를 2만∼6만원 인상하고 장려금을 2만원 낮췄고, LCD·PDP TV 10개 모델의 장려금 2만∼8만원 축소, 할인율 5∼10% 포인트 축소, 출고가 3만원 인상을 '짬짜미' 했다.

이번 공정위의 적발은 LG전자의 자진신고로 밝혀졌는데, 담합자진신고자감면제로 인해 LG 전자는 과징금 전액을 면제받을 것으로 보여 오히려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예상된다.

의제 설정 기능 포기한 경제지들

문제는 언론이 소비자를 우롱한 두 회사의 행태에 대한 비판에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두 회사의 관계에 따라 불거진 일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이들의 짬짜미 행태에 대해서는 애써 비판의 '각'을 세우지 않은 보도도 보인다. 

특히 경제지들은 공정위 발표를 전하는 수준에 머무르면서 기사 비중 역시 2~3단에 그쳤다.

매일경제는 14면에서 '낯뜨거운 리니언시 경쟁'이란 3단짜리 기사로 관련 소식을 전했다. 매일경제는 "LG그룹과 삼성그룹은 공정위 조사가 시작될 때마다 경쟁적으로 국내 시장에서 전자제품 담합 사실을 실토하는 리니언시 경쟁을 벌여왔다"고 보도했다.

 

매일경제는 대신 17면 미국 소비자가전쇼 특별 지면을 통해 삼성과 LG을 낯뜨겁게 홍보했다. 매일경제는 해당 지면에서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을 인터뷰해 "삼성 올해 TV 5000만대 팔겠다"는 포부를 전했고, 나란히 신문범 LG전자 생활가전 사업본부장을 말을 빌려 "LG 가전 2년내 넘버원 된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두 회사의 짬짜미에 대한 비판에서는 소극적이었던 매일경제는 특별 지면까지 할애해 두 회사를 홍보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올 만 하다.

파이낸셜뉴스와 서울경제도 2~3단 짜리 기사에서 공정위 발표를 전하는 수준에 머물렀고, 머니투데이에서는 관련 기사를 찾아볼 수 없다.

반면 한국경제는 8면 '담합업체 모두 혜택주는 이상한 리니언시"라는 4단 기사에서 공정거래법 전문가의 말을 빌려 "두 회사가 시장을 양분한 상황에서 먼저 신고한 업체에 100%, 두번째로 신고한 업체에는 50%의 과징금 감면 혜택을 주는 것은 담합 규제의 실효성을 크게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두 문장으로 처리된 짬짜미 보도

두 회사가 담합해 가격을 올린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질이 나쁜 행위이면서도 시장의 기본질서를 방해하는 행위다. 경제지들은 이들의 행태를 비판하고 감시하는 역할이 다른 매체보다 더욱 막중하다고 볼 수 있다. 언론의 의제 설정 기능으로 보자면 공정위 보도와 관련해 경제지들에게 낮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렇다고 다른 종합 일간지 신문들의 보도도 크게 다르지 않다. 보수 성향의 신문들은 관련 소식를 다뤘더라도 1~2단 분량을 넘지 않았다. 동아일보의 경우 다섯 문장으로 정리해 공정위 발표를 전했고, 서울신문의 경우는 단 두 문장으로 관련 소식을 처리했다.

 

조선일보는 이번 두 회사의 '짬짜미' 행위보다는 LG 전자의 '배신'에 초점을 맞췄다.

조선일보는 "삼성전자가 LG전자로부터 세번째 뒤통수를 맞았다"면서 삼성전자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준법 경영을 추구하는데 이런 문제가 터져 유감스럽다"고 전했다.

언론이 중요한 뉴스가 아니라고 판단해서 관련 보도에 비중을 두지 않았다고 얘기할 수는 있다. 하지만 담합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관련 소식을 충실히 전하기를 기대하는 것이 독자의 바람이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사실상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기업들이 벌인 담합으로 인해 그 가격부담은 직접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되었음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며 "경제력이 집중되어 사회적으로 많은 혜택을 보고 있는 대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 하기는커녕, 노골적으로 소비자들의 등골을 빼내어 부당하게 이득을 챙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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