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언론인협회(IPI) 제 44차 총회가 3일간의 공식일정을 마치고 지난 17일 폐막됐다. 김영삼 대통령은 13일 데이비드 라벤돌 IPI 회장 등 임원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우리나라는 완전한 언론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15일 개막식 치사를 통해서도 “서울은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라는 IPI의 이상이 승리를 거둔 현장”이라고 말했다.

신문과 방송 또한 우리나라가 언론 탄압국의 오명을 벗고 완전한 언론자유를 누리고 있음을 세계적으로 확인받았다고 크게 보도했다. 그러나 불과 열흘전 ‘완전한 언론자유를 누리고 있다’는 우리나라에선 대구참사 축소보도를 규탄하는 시민단체와 언론인들의 성명과 시위가 있었다. 또 정부가 폐지하겠다고 약속한 안기부 언론대책반이 지금도 버젓이 활동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이 사례들은 우리나라 언론이 이 두가지 상반된 주장과 현실 사이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와 언론사 경영자들은 우리나라 언론이 자유롭다고 주장하는데 반해 일선에서 뛰는 언론인과 일반 시민들은 언론현실이 과거와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IPI 총회를 취재한 한 언론사의 기자는 “과연 김대통령이 말한 우리나라의 언론자유가 보도의 자유를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언론경영의 자유를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IPI 총회에 대한 잡음도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정부의 불간섭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언론인의 총회에 예산의 75%에 해당하는 8억원을 공익자금으로 지원받은 것에서부터 참가자들에 대한 지나친 호화판 대접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구설수를 낳았다.

IPI총회를 지켜본 일선 언론인들은 이번총회가 우리들의 축제이기 보다 항상 그들의 축제였다는 사실에 애써 무관심을 보인다. 아니면 IPI 이상이 승리를 거둔 현장에서 오늘도 노동자들을 ‘국가전복 음모자’로 몰아세우는 ‘우리들’의 현실이 서글펐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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