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학교 폭력을 조장하는 주범으로 지목한 웹툰이 결국 삭제됐다.

조선일보는 지난 7일자 신문 1면에서 포털 야후 코리아에 연재되고 있는 '열혈 초등학교'를 들어 학교 폭력을 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리고 아무런 제재를 취하지 않고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질타했는데, 방통심의위가 집중 모니터링을 시작한다고 하자 해당 콘텐츠가 삭제된 것이다.

야후코리아 측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면서 내부 검열을 통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서 작가와 상의해 삭제했다"며 "아무런 액션을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열혈 초등학교'는 일주일에 한번씩 한회 분량을 올려 만 3년 동안 182회까지 진행된 연재물이다. 현재 연재물 코너로 접속하면 178회부터 182회까지 콘텐츠만 올려져 있고 나머지 콘텐츠는 모두 삭제된 상태다.

야후 코리아는 "19세 이상 관람가로 볼 수 있도록 하려면 기술적 서포트가 필요하다. 작업을 마치면 콘텐츠를 다시 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후 코리아는 또한 '열혈 초등학교'의 연재를 중단하고, 작가의 다른 작품을 연재할 계획이라며 일방적으로 중단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해당 작가는 언론의 접촉을 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문제를 놓고 웹툰이 언론과 정부 부처의 합작으로 학교 폭력의 주범으로 몰려 희생양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폭력을 소재로 하는 게임이나 만화가 학교 폭력과 직결되는 것이냐는 반문도 제기되면서 이번 문제를 단순한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는 자신의 트윗에서 "언제든 화가 나면 걷어찰 수 있는 X옆구리, 한국에서 만화는 그런 존재"라며 "조선일보와 방통위가 또 만화를 X옆구리처럼 걷어차고 있다. 그렇게 모든 문제의 원인을 만화에 돌림으로써 기존의 폭력적 사회시스템은 늘 안전하게 보호된다"고 맹비판했다.

누리꾼 촘두는 "학교 폭력 막는 거 어렵지 않아요~ 100% 다 만화와 게임 때문이에요"라며 "만화가 다 잡아 들이고, 게임회사 모두 문 닫게 하면 되요. 부모님, 학교선생님, 교육당국, 정치인은 아무것도 안해도 되요. 그들은 눈꼽 만큼의 책임도 없어요. 참 쉽죠 잉~"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이번 조치는 옛날 정권의 방식처럼 정부와 언론이 표현물을 찍어서 가위질을 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표현의 자유를 심각히 침해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야후코리아가 언론과 정부의 압력에 밀려 한 작가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지 못했다는 비난도 나온다.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학교 폭력물 만화는 어느 사회나 있을 수 있는 건데, 똑같은 행태로 나타난 것은 아니다"라며 "웹툰을 막아서 문제를 막을 수 있다는 사고 방식은 박정희, 전두환의 방식이다. 한마디로 문제가 있다고 보는 사람을 삼청교육대로 보내는 방식인데, 그런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대구 자살 학생 사건의 계기로 학교 폭력에 대책이 쏟아내고 있지만 이번 일처럼 정부의 대책이 즉흥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12월 경찰청이 발표한 학교폭력 근절대책은 가해자들의 처벌에 중점을 두면서 가해학생들의 폭력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국회가 통과시킨 가해 학생이 피해 학생 소속 학교로 전학오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안도 학교 폭력을 근절시키기에는 내용이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근본적인 처방이 아니라 사회 문제가 커지가 땜질식 처방에 머무르고 있다는 비판이 가능한 대목이다.

김 교수는 "아이들에게 학교 폭력은 기본적으로 사회의 가치관이 반영돼 있는 것"이라며 "약점을 보이거나 약한 학생들은 공격의 타켓이 되는 것이고 가해 학생은 기존 사회에서 배워온 것을 약자를 공격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불만을 폭발시키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가해자의 폭력이 우리 사회의 가치관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학교 폭력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이다.

김 교수는 "이명박 정부 들어서 성적주의로 압박을 가하니, 학교장이 아이들의 문제를 신경쓸 겨를이 없는 것이다. 성적만 우선시되고 여기에서 탈락된 아이들을 돌볼 장치가 없다"며 "학교 사회에서 강자와 승리자들에 대한 인정, 약육강식의 논리로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가치관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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