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이름이 사라졌다.

지난 3일 한국일보가 단독기사로 최 위원장의 정책보좌역 정용욱씨의 금품수수 의혹을 보도한 이후 11일까지 중앙일보 기사 중 ‘최시중’이란 이름 석자로 검색된 기사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신문들이 일제히 정용욱씨와 최 위원장의 관계에 주목해 의혹 관련 보도를 쏟아낸 것과는 180도 다르다.

특히 김학인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이사장이 최 위원장에게 억대의 금품을 제공했다는 내용의 진정서가 검찰에 접수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직접 로비 개연성까지 제기되는 등 관련 의혹이 ‘정용욱 게이트’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중앙일보는 철저히 눈을 감았다. 보도 건수를 비교하면 한겨레는 최 위원장 관련 의혹을 전하는 기사를 하루가 멀다 하고 8건을 내보냈지만 중앙일보는 단 한 건도 의혹 관련 기사를 쓰지 않았다.

언론들은 ‘터질 게 터졌다’는 내부 분위기와 함께 방통위의 전권을 행사하며 방송통신 정책을 주물렀던 최 위원장 행보를 비판하는 기사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 내용을 유일하게 쓴 중앙일보 기사에서도 최시중 위원장의 이름은 등장하지 않았다.

3일자 신문에서 중앙일보는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이사장 영장 청구 사실을 전했지만 ‘방송통신위원회’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었다. 4일자 신문에서도 중앙일보는 김 이사장의 구속 사실을 전하면서도 최시중 위원장의 이름을 쏙 뺀 채 “검찰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보좌역을 지낸 정모씨가 김 이사장으로부터 수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수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정치권에서 관련 의혹을 해명하라는 논평을 수차례 쏟아냈지만 기사화하지 않았다.

의혹의 심각성을 따지자면 중앙일보의 보도 기능이 불능된 상태인 셈이다. 최 위원장과 관련 의혹을 철저히 외면한 중앙일보의 보도 행태를 두고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지난 5일자 언론에는 CJ오쇼핑의 온미디어 인수를 방통위로부터 승인받기 위해 CJ가 5억 원을 건넸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CJ미디어는 지상파 3사를 제외하고 국내에서 최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CJ는 또한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이면서 동시에 케이블방송망운영사업자(SO)이며 CJ헬로비전이라는 케이블 방송사도 갖고 있다.

특히 CJ그룹은 고 이병철 삼성 회장의 장손인 이재현 회장이 경영하고 있고 중앙일보의 홍석현 회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처남이다. 최시중 위원장 의혹 관련 보도에서 삼성 일가인 중앙일보가 자유롭지 못하다는 얘기다.
중앙일보 커뮤니케이션부 관계자는 이 같은 지적에 “최시중 위원장이 금품수수 의혹에 연루됐다는 팩트가 없어서 쓰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기본적으로 연루가 됐다는 결과가 나오면 쓰는 것이고 다른 언론 보도의 편집방향에 대해서 말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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