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스크린 서비스가 망중립성 논쟁을 등에 업고 방송-통신 간 새로운 갈등 의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N스크린 서비스는 동일한 콘텐츠를 TV, 태블릿 PC, 스마트폰 등 사용자의 단말기에서 볼 수 있는 서비스로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 방송사들이 잇따라 경쟁적으로 내놓았다.

MBC 'pooq', KBS 'K플레이어', SBS '고릴라',  CJ헬로비전 ‘티빙’, 현대HCN·판도라TV ‘에브리온TV’등이 N스크린 서비스다.

특히 일부 방송사에서는 N스크린 서비스를 스마트폰에서 볼 수 있는 TV 보기 앱을 내놓으면서 고선명 화질(HD) 서비스를 제공해 통신사와의 갈등이 예상된다.

N스크린 서비스는 실시간 방송과 주문형비디오(VoD)을 고선명 화질(HD)로 제공되기 때문에 높은 트래픽을 유발한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모바일 데이터의 트래픽이 폭증하기 때문에 달가울 리가 없다. 방송사 입장에서도 망 과부하의 주범으로 몰리는 것이 억울하다.

실제 지난 연말 KT는 MBC 'pooq' 의 고선명 화질 서비스를 일시 중단해줄 것을 요청한 것이 확인됐다. 데이터 폭증으로 네트워크 과부하가 걸릴 경우를 대비해 방송사의 협조를 구한 것이다. MBC는 요청을 수용해 일반화질로 서비스를 제공했다. 겉으로 보면 양사가 서로 협조해 갈등을 봉합한 것처럼 보이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통신사 관계자는 이번 협의에 대해 "방송사 입장에서도 트래픽이 갑자기 올라가버리면 N스크린 서비스의 다른 가입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상생 차원에서 서로 일치를 본 것"이라면서도 "앱 하나가 과도한 트래픽을 불러일으키면서 대역폭을 잡아먹기 때문에 더 큰 피해를 미칠 수 있다. 망이 과부하되는 여러가지 복합 요인이 작용하는데 특히나 HD급 화질 서비스는 트래픽 자체가 크다 보니까 트래픽 급증에 큼지막한 짐을 얻는 꼴"이라고 말했다.

통신사 관계자는 "외국 속담에 지푸라기 하나 얹었는데 당나귀 허리가 부러진다는 말이 있다"며 N스크린 서비스가 네트워크 망 부하에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통신사의 불만은 돈 문제가 크다. 네트워크 망에 대한 투자는 통신사 3사를 합쳐 6조원 이상이 들어가고 있는데 "대가도 없이 투자하라는 요구만 있다"는 불만이다. 이미 네트워크가 엉망이 돼버리면 플랫폼과 앱, 웹 프로그램 모두 소용이 없는 '네트워크 에코 시스템' 시대에 접어들었는데 시장은 네크워크 사업자(통신사)한테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한정된 땅에 5층 정도의 빌딩을 지을 때는 문제가 없었는데 10층짜리 이상으로 증축하면 건물의 안전성 자체가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네트워크가 힘들어질 수 있고 한정성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방송사의 N스크린과 같은 앱도 그런 상황을 보고 가야 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방송사도 이번에 KT와 협조를 하긴 했지만 향후 비슷한 요청이 올 경우에는 어느 정도까지 요구를 수용해야 하는지 고심 중이다.

MBC 뉴미디어사업부 관계자는 "KT의 공식적인 요청이 들어와 한시적으로 수용한 것"이라면서 "KT 입장에서도 저희의 서비스를 통해 이득을 취할 수 있고, 저희도 망을 통해서 전달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최대한 상호 협조하자는 내부 규정을 뒀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하지만 "만약 서비스의 품질을 절반으로 떨어뜨리면 비용 절감이 되겠지만 그렇게는 하지 않겠다. 고화질 서비스는 MBC 인터넷 서비스의 포인트이며 고객들이 좋아하는 장점인데 통신사의 요구를 수용해서 망 사용 트래픽 회선 문제로 서비스를 포기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비록 이번에는 협조 요청을 받아들였지만 향후 통신사의 요구에 대해서는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하소연이다.

관계자는 망 사용에 대한 대가 문제에 대해서도 "이통사한테 내는 것은 아니지만 저희도 사업자 대역을 임대하면서 네트워크 요금을 물고 있다"면서 "이통사도 이미 사용자들한테 돈을 받고서 망을 쓰고 있는 것인데, 그쪽에 들어가는 비용을 서비스 사업자한테 내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방송-통신 간 신경전이 N스크린 서비스를 두고 격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인데 망중립성 논쟁을 정리하지 않고서는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망중립성이란 특정 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유무선 인터넷이 포털과 애플리케이션 등 다른 콘텐츠 사업자에게도 평등하게 제공되야한다는 원칙이다. 일례로 메신저 앱인 카카오톡은 무료 문자를 제공하고 있는데 통신사들이 망 부하를 경고하면서 비용 문제를 제기해 논란이 인 바 있다. N서비스를 두고 망중립성 논쟁이 떠오르는 것도 이 같은 배경과 무관치 않다.

지난해 스마트TV가 출시되면서 망중립성 문제를 둘러싸고 TV 제조업계와 통신사들의 갈등도 이번 문제와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났다.

통신사들은 스마트TV가 활성화되면 3D 영상과 초고화질 UHD TV 등 대용량 영상유통이 늘면서 과도하게 트래픽을 유발할 것이라며 망 사용 대가 문제를 제기했고, 스마트TV 업계는 이미 통신요금은 소비자들이 지불하고 있는 상황이고, 전 세계적으로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한 사례가 없다며 크게 반발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통신사와 포털, 앱 및 서비스 사업자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망중립성 문제를 풀기 위해 막 걸음마를 시작하는 단계다.

방통위는 지난 연말 ▲이용자의 권리 ▲인터넷 트래픽 관리의 투명성 ▲합법적인 콘텐츠 및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망에 위해 없는 기기의 차단 금지 ▲합법적인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서비스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 금지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 등 망중립성 가이드라인 5대 기본원칙을 발표했다.

누구나 인터넷 접근에 있어 차별을 받지 않아야 하지만 보안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는 통신사가 트래픽을 조절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이다.

하지만 가인드라인에서 제시된 조항이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 ‘망의 보안성 및 안정성 확보를 위해 필요한 경우’등과 같이 해석에 따라 상황 판단이 달라질 수 있어 오히려 이해당사자들의 갈등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방통위는 향후 망중립성 정책자문기구를 만들어 갈등 지점들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방통위 통신경쟁정책과 관계자는 "세부적인 기준이라던지 케이스바이케이스 문제는 정책 자문기구를 구성해서 올해 안에 수행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N스크린 서비스 관련된 방송사와 통신사와의 갈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N스크린 서비스가)트래픽을 유발할 건지 실증적인 부분들이 뒷받침 돼야 정책으로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N스크린도 많은 동영상 서비스의 하나로서 트래픽의 망 부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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