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지대 구 재단이 김문기 전 이사장을 비롯한 구 재단 이사들의 학교 이사 복귀를 반대하는 글을 올린 블로거와 기자들을 상대로 묻지마 무더기 고소를 하고 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

고소고발이 남발되면서 사건을 담당한 수사기관마저도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심지어 고소가 되더라도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피고소인에 대해서는 소환 조사 대상에서 빼고 있다.

최근 상지대 구 재단 측은 블로거와 기자, 박래군 인권활동가 등 6명을 허위사실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관계자는 인터넷 상 글 건수에 따라 조사하고 있다며 조사 과정에서 피고소인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상지대 구 재단, 묻지마 무더기 고소 고발

6일 박수영(39)씨는 블로거 2명과 함께 마포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경찰조사는 원주경찰서에서 파견나온 수사관이 진행했다

박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은 "상지대 정이사 선임, 사분위의 상식적 판단을 촉구한다"는 제목으로 상지대 구 재단의 운영 실태를 비판하고, 김문기 전 이사장 등 구 재단의 이사 복귀를 반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씨는 글에서 "상지대 구 재단의 비리는 그야말로 '비리종합선물세트'였다. 노골적인 편입학 장사, 교직원에 대한 상습적 폭언 및 '충성서약서' 강요, 하나의 설계도로 똑같은 건물을 5채 짓고 각각 건물의 설계비를 횡령하는 등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주겠다는' 듯한 자세를 보여준 당시 상지대학교의 비정상적인 운영 행태는 가히 충격적"이라고 비난했다.

글은 이미 언론에서 기사화된 내용을 정리한 수준으로 특별히 사실과 어긋난 부분은 없다는 것이 블로거들의 주장이다.

박씨와 함께 고소를 당한 블로그 아이디 '민노'씨는 재작년에 이어 두번째 고소를 당한 경우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세이브 스쿨 상지대 구출 대작전'이란 이름으로 상지대 구 재단의 비리를 폭로하고 학생 구성원을 인터뷰해 상지대 사태에 대한 글을 올렸다.

그는 "김문기 전 이사장과 친한 인사들이 대거 이사진으로 복귀하게 된 것에 대해 제도적인 관점에서 비판을 한 것"이라며 "교육의 공공성 측면에서 김문기 전 이사장의 사학비리로 실형까지 받은 사람이고 교육의 가치는 재단이 주장하는 사유 재산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강조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박래군 인권활동가 역시 상지대 구 재단의 묻지마 고소를 피해갈 수 없었다.

박 활동가는 지난해 11월 미디어오늘에 기고한 '비리재단 비판해 살해 협박 받았다'라는 글에서 상지대의 사학비리 행위를 비판했다.

박 활동가는 상지대 교직원 김근주씨의 말을 인용해 "2008년에 학내 분규에 학생회 간부를 매수, 협박하여 학생회장이 도피생활을 했다. 그는 실제로 죽이겠다는 협박까지 받았다"고 전했다.

박 활동가는 원주경찰서로부터 인터넷상의 고소인 질의를 받고 인터넷 진술서를 경찰서로 넘겼다.

박 활동가는 "어떻게 하든 입을 봉쇄하려고 하는 것인데 그렇다고 해서 저질렀던 범죄들을 덮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학교를 사유재산물로 생각하고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강제로 입막음 시키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학교 구성원에게도 고소 고발 남발

상지대 측의 고소 고발은 상지대 구성원에게는 이미 익숙할 정도로 남발되고 있다. 상지대 교수협의회에 따르면 상지대 이사회는 구 재단의 이사 복귀를 반대해 이사장실에서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교수와 학생 28명을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해 고소한 상태다. 특히 교수협의회 현직 대표와 차기 대표, 단과대학 현직과 차기 학생회장과 부학생회장, 현직, 차기 총학생회장을 고소했다.

정대화 교수협의회 대표는 "이사 복귀 반대 활동의 여지를 아예 없애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대화 대표도 지난해와 올해 무려 5번의 고소를 당했다.

정 대표는 상지대 구성원 뿐 아니라 외부 인사까지 무더기 고소가 남발되고 있다면서 "김문기 전 이사장 측은 실효성 여부를 따져서 고발하지 않는다. 일반인 입장에서는 고소 고발을 당하면 위축이 되는데 그것을 겨냥한 것 같다"고 말했다.

상지대 사태는 김문기 전 이사장의 이사 복귀 문제로 해결이 요원한 상태다.

김문기 전 이사장은 지난 93년 대규모 부정편입학으로 대법원 판결을 받고 퇴출을 당했다. 학교 구성원들의 정상화 노력으로 지난 2004년 상지대는 교육부의 승인을 받아 정이사를 선출하게 된다.

하지만 김문기 전 이사장은 행정소송을 제기해 '임시이사는 정이사를 선출할 수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을 받고 이사 복귀를 노려왔다.

이어 지난 2010년 4월 29일 사학분쟁위원회가 상지학원의 이사진 비율을 과반수가 넘는 5명으로 정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구 재단 인사들이 이사로 복귀할 수 있는 길을 터줬다.

사학분쟁위워회는 학교 구성원들의 반발로 사태가 커지자 임시이사 1명의 임기를 연장해 현재 상지대 이사진은 옛 재단 측 추천인사 4명, 학교 구성원 측 2명, 관할교육청 추천 2명, 정부가 임명하는 임시이사 1명으로 구성돼 있다. 김 전 이사장은 현재 이사진의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해 복귀를 못하고 있다.

김 전 이사장의 이사 복귀를 반대하고 있는 학교 구성원들은 이사장실을 점거해 장기간 농성을 벌이고 있다.

상지대 구 재단 측과 이사회는 이사 복귀를 반대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 학교 구성원에 대해 무더기로 고소고발을 해왔는데 이번에는 자신에게 비판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외부 인사들까지 고소 고발을 남발하고 있는 것이다.

정대화 대표는 "김 전 이사장은 상지대는 자기 것이라는 잘못된 신념을 가지고 있다"면서 "그런데 복귀를 하기에는 정치적 상황이 어렵게 돌아가고 있고 초조하니까 무리를 하고 집착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무더기 고소고발에 경찰도 피곤해

고소 고발이 남발되면서 경찰도 피로를 호소하는 실정이다. 상지대 구 재단 측이 원주경찰서에 재단 복귀 반대활동을 했던 인사들을 상대로 고소한 횟수는 무려 50여 건에 이른다. 상지대 사태와 관련한 고소 고발 사건은 원주경찰서 경제팀, 형사팀, 사이버수사팀에 두루 걸쳐 있다.

정대화 교수는 "한마디로 공권력에 대한 공무집행 교란행위다. 되든 안되든 찔러놓고 보자는 식"이라고 비난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은 고소 대상이라고 하더라도 자체적으로 무혐의로 판단한 피고소인에 대해서는 조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재작년에 이어 올해 두번째로 고소를 당한 박상규 오마이뉴스 기자는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1년 전에도 같은 혐의로 조사했는데 무혐의로 처리됐다고 하니까 경찰 쪽에서 이번에는 조사를 받을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얘기하더라"라고 말했다. 블로거 민노씨도 경찰 조사 전날 조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민노씨는 "상지대 구 재단 측은 고소는 월례 행사처럼 돼 버렸다. 우리나라 형사 제도상 명예훼손는 피고소인과 피고발인이 일방적으로 당하는 문제가 있다"며 "고소 고발을 남발하는 경우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영씨는 "막상 고소를 당하고 보면 제 글을 다시 보게 되는데 자기 검열 효과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면서도 "이번 일을 계기로 해서 위축될 필요가 없고, 상지대 사태를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블로거들은 상지대의 무더기 고소에 대해 공동대응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기소될 경우 변호사를 선임해 공동변호를 맡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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