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자체 광고 회사인 NBP(NHN Business Platform)가 한겨레의 온라인 광고를 대행하는 계약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한겨레는 최근 기존의 광고 대행사들과 계약을 종료하고 NBP를 통해 자사 홈페이지에 온라인 광고를 유치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양측은 추진 중인 계약 상황에 대해 매우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한겨레 광고영업팀 관계자는 “일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자세한 내용을 밝힐 수 없다”면서 일단 네이버와 접촉한 사실을 시인했다. 네이버 측도 언론사를 상대로 한 광고 마케팅이 자칫 부정적으로 비춰질까봐 우려하는 모습이다.

윤영찬 네이버 미디어서비스실장은 "한겨레 쪽에서 광고 영업에 대한 요청이 와서 여러 고민에 대해 서로 얘기를 하고 있는 단계"라며 "NBP가 광고 영업을 하는 곳이고 인벤토리를 확장한다는 개념으로 실험적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네이버의 대언론사 정책 차원이 아니라 NBP 차원에서 한번 해볼까 하는 정도"라고 강조했다.

한겨레와 네이버가 손을 잡게 될 경우 온라인 광고시장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언론사들의 뉴스 유통망으로써 지배적인 위치를 굳히고 있는 네이버가 언론사를 수익 기반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 지난 2009년 뉴스캐스트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외부로 분산된 트래픽을 광고 영업에 활용해 수익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NBP 계약은 매력적인 제안일까

네이버는 지난 2010년 네이버 검색광고를 대행하던 오버추어와 결별하고 자체 광고회사인 NBP를 설립했다. 오버추어가 대행했던 '스폰서 링크'라는 광고 영역에 현재는 NBP가 대행하는 '클릭 초이스'가 뜬다. 업계에 따르면 오버추어 광고주의 50%가량이 NBP로 이동한 것으로 추산된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NHN은 2010년 광고 매출로 1조1000억 원을 벌어들였는데 이는 국내 전체 온라인 광고시장의 70%에 해당하는 수치다.

우리투자증권 정재우 애널리스트는 NBP의 성공 요인을 "1위 업체인 네이버는 물론 지마켓, 옥션 등 원하는 매체를 광고주가 선택가능하고 매체별 광고단가 조정이 가능해 광고주 만족도가 높다"고 분석한 바 있다.

만약 NBP가 언론사 사이트들과 계약을 체결하기 시작하면 시장의 판도가 크게 뒤흔들릴 것으로 전망된다.

 

언론사 입장에서도 NBP를 통한 온라인 광고 수주는 매력적인 제안일 수밖에 없다.

우선 비용이 절감돼 곧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 광고 매출을 높여 받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있지만 광고를 통한 해킹 위험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영세 광고 대행사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선정적 광고도 사라질 수 있다. 

인터넷 언론사 관계자들 사이에서 NBP와 계약을 내심 바라고 있다는 얘기도 많다.

한 인터넷 언론사 관계자는 "광고 매출도 보장해주고 선정적인 광고 문제도 해결해니까 윈윈 전략일 수 있다"며 "한겨레 등 진보언론은 특히나 광고의 선정성 문제에 대해서 고심을 하고 있었다. 독자의 요구는 많았지만 광고를 버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 우리도 할 수만 있다면 NBP와 계약을 맺고 싶다"고 털어놨다.

다만, NBP가 중장기적으로 언론사 온라인 광고를 독점하게 될 경우 광고 단가를 올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NBP는 오버추어와 결별 후 오버추어의 광고주들의 50%를 흡수했다. 온라인 광고의 효율성 측면으로 봐도 영세 광고주들의 1위 업체에 광고 쏠림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장기적으로는 광고단가가 인상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NBP가 언론사 사이트 광고에 뛰어들 경우 이같은 현상이 재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 인터넷 언론사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아니겠지만 언론사 닷컴의 50% 이상을 석권하면 광고 단가를 가지고 장난을 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우려했다.

NBP가 언론사들의 온라인 광고 시장을 잠식하게 되면 중소 광고대행사들도 광고주를 뺏기면서 영업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인터넷 언론사 관계자는 "당장 문제는 없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시장을 독점할 수 있고, 검색 제휴나 뉴스캐스트에서 계약관계를 맺고 있는데 사이가 틀어지면 이런 문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관계자는 "사실상 지금도 네이버에 트래픽 의존도가 높은데 광고까지 네이버에 의존할 경우 당장 벌어질 일은 아니겠지만 일방적으로 계약을 끊기라도 한다면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수의 영세한 광고대행사들이 참여하는 지금 구도에서는 광고주와 언론사가 직접적으로 부딪힐 일이 없지만 네이버의 점유율이 높아질 경우 새로운 긴장관계가 조성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현재로서는 네이버가 언론사 온라인 사이트 진출에 얼마나 의욕을 갖고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아직까지는 검토 중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뉴스 유통 플랫폼에서 지배적인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네이버가 광고 대행사로 뛰어들 경우 시장이 요동을 칠 가능성이 크다. 네이버의 독과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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