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셧다운제가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시행된 셧다운제는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16세 미만 청소년들이 실시간 온라인 게임에 접속하지 못하게 강제하는 제도다. 그런데 셧다운제 때문에 게임을 못한다는 청소년들이 보이지 않는다. 부모들의 주민번호를 이용해 게임에 접속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사실상 셧다운제로 규제할 수 없어 제외된 게임도 상당수다.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제도의 실효성 문제 뿐 아니라 셧다운제를 규정한 관련 법도 헌법재판소 판결을 앞둔 처지에 놓여있다. 지난해 10월 게임 중독에 걸린 자녀가 있는 부모가 셧다운제는 게임중독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하기에 이르렀다. 게임중독에 걸린 자녀를 가진 부모가 게임중독을 막기 위한 정책으로 도입된 셧다운제를 위헌이라고 하는 목소리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셧다운제의 근본적인 문제는 청소년의 발언권이 전혀 없이 정책 결정자와 학부모 등 이해사당사자들이 청소년을 위한다면서 규제를 만든 것이 문제다"

헌법소원청구를 대리한 법무법인 정진 이병찬 변호사의 명쾌한 한마디다.

이 변호사는 "국가가 개인적인 헤어스타일인 장발에 대해서 정해준다는 것이 말이 안되는 것처럼 게임을 강제로 규제하는 것 역시 학부모와 아이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부모의 교육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헌법 소원 청구 조항은 셧다운제를 규정한 청소년보호법 제23조 1항과 제51조6의2호다. 이 변호사는 특정시간대(자정부터 6시)에 게임을 규제하는 법 조항에 대해 "게임 중독은 게임을 오래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일정시간 못하도록 하는 것이 맞지, 특정 시간대를 막는 것은 헌법의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결국 셧다운제의 법률 조항은 헌법의 과잉금지 원칙상 목적 정당성, 수단의 적정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등을 따졌을 때 이를 충족시키지 못해 위헌이라는 주장이다.

게임 중독이 곧 폭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 변호사는 "어떤 연구의 결과나 근거에 의한 주장이라기보다 언론의 선정성 보도에 기대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 없이 피상적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변호사는 헌법소원청구서에서 펜실베니아대학교의 범죄학자 로런스 셔먼의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셔먼에 따르면 PC 열풍을 타고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이 미국 가정 속으로 막 쏟아져 들어오던 시기에 오히려 청소년 범죄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청소년 살인사건은 1993년에서 1990년대 말 사이에 3분의 2로 줄었고 이후 상승하지 않았다. 비디오 게임이 청소년에게 치명적인 존재라면 비디오 게임이 보급되자 살인사건의 발생 횟수가 오히려 줄어든 현상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헌법소원 청구자인 부모는 자신의 아들과 게임 중독으로 갈등을 겪었는데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다보니 열심히 공부했는데 성적이 오르지 않고 절망감으로 게임 중독에 이르게 됐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부모가 자식이 게임에 빠진 이유에 대해서 지나친 학업 스트레스와 좌절감이 큰 원인이라는 것을 깊이 인지한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 중독에 이르게 된 각종 환경을 살펴봐야지 규제 일변도로 게임을 무조건 막는 것은 대안을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규제 정책은 필요는 없는 것일까? 이 변호사는 오는 1월 22일 시행될 선택적 셧다운제를 대안으로 꼽았다.

선택적 셧다운제는 특정 시간대 게임을 일괄 규제하는 현재의 강제적 방식이 아니라 청소년 본인과 친권자의 동의 아래 게임사업자에게 일정 시간의 게임 제한을 요청하면 수락하는 형식으로 돼 있다.

이 변호사는 선택적 셧다운제는 본인이 스스로 게임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기본권 침해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변호사는 "법리적으로 보면 동일한 목적으로 게임 중독을 막으려면 청소년들의 자유와 권리를 최소한으로 막기 위한 방향으로 완화된 수단(선택적 셧다운제)을 써야 하지 보다 강화된 수단을 써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하지만 누더기가 된 셧다운제의 최종 위헌 판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청소년을 보호의 대상과 미완성의 인격체로 보고 훌륭한 사회 인재로 키우기 위해서는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 대한민국 정서"라며 "이같은 거대 여론을 뚫고 가는 것이 이번 헌법소원 청구의 또 다른 배경"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변호사는 셧다운제를 통한 개인정보 유출 문제에 대해서도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게임업체들은 사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사건이 터지고 난 뒤 개인정보 수집을 중단하거나, 종래에 수집한 정보를 폐기할 수 없는 모순적인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런데 바로 이를 방해하는 장애물이 셧다운제 같은 각종 규제들이다.

이 변호사는 "청소년보호법상의 셧다운제를 준수하기 위해서도 연령확인과 본인인증이 요구된다"며 "개인정보를 수집하자니 해킹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개인정보를 수집 안하자니 게임물 등급 심사 제도와 셧다운제를 준수할 방법이 없다. 운 좋게 개인정보가 유출되지 않으면 다행이지만, 해킹 등을 통해 개인정보가 유출되면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변호사는 법 개정을 통해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할 경우 회사가 유출 방지를 위한 최선을 노력을 다했는지 스스로 입증해야 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변호사는 관련 법을 개정하면 "기업들은 면책 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에 향후에 발생할 법적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원할 것이고,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확보하여 기업 내부에 쌓아두기 보다는 신용평가회사와 같은 외부기관을 통하여 실명을 확인하는 방식을 선호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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