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교포 언론사 기자로는 처음으로 1년간 한국특파원 생활을 하다 10일 귀국하게 된 김충일씨(55·흑룡강신문사 서울특파원)는 그동안 한국언론에 대해 보고 느낀 감정은 ‘전쟁’이었다고 말했다. 1년여 특파원 생활을 정리하는 인터뷰를 가졌다.

-흑룡강신문사는 어떤 곳인가

“1957년 중국 목단강시에서 한글신문 <목단강일보>로 창간돼 현재 38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그후 83년 제호를 <흑룡강신문>으로 변경하고 전국 종합일간지로 확대 발행하고 있다. 주 구독층은 중국내 거주하는 조선족이고 본사는 하얼빈시에 있다.”

-한국의 언론을 접해본 느낌은

“무한경쟁의 분위기를 피부로 접할 수 있었다. 얼마전 동아일보와 한국일보 대 중앙일보의 싸움은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화약냄새가 확확 풍기는 전쟁과 같았다.”

-한국 언론이 중국과 다른 점은

“뉴스의 정의부터 틀린 것같다. 중국에서는 ‘최근 발생한 의의있는 사실에 대한 보도’를 뉴스라 부르고 신문의 생명은 진실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은 진실성보다도 시간성을 앞세우는 경향이 있다. 새로운 것에 대한 경쟁의식 때문인지 허위보도가 자주 발생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대북관련 보도다. 과거 몇차례 있었던 김일성 사망설에 관한 보도는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되지 않았나. 그런데도 태도를 고치고 있지 않다. 얼마전까지 근거없는 얘기로 밝혀진 김정일의 권력승계와 건강문제를 둘러싸고 각종 추측성 기사가 난무하는 것을 보고 문제가 많다고 생각했다”

-최근 한국언론에서 등소평 사후를 예측하는 기사가 많은데

“대부분 외신들의 불확실한 보도를 인용하거나 기자의 주관적 판단을 근거로 기사를 쓰고 있다. 그러다 보니 보수파, 개혁파, 상해방, 산동방이니 하며 중국지도층을 나름대로 갈라세우며 억지 주장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런 보도를 중국독자들이 보면 지역감정을 바탕으로 하는 한국식 사고방식의 결과가 아닌가 하고 생각할 것이다.”

-특별히 교포로서 할말은

“외신기자 클럽에서 기자회견을 할 때의 일이다. 외무부장관을 비롯해 여러 장관들이 다투어 영어로 내용을 발표하고 있었다. 한민족의 일원으로서 수치심을 금치 못했다.
당당한 대한민국의 장관들이 외신기자 앞에서 우리 국어를 쓰지 않는다는 사실을 납득할 수 없었다. 물론 외국기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자기나라에서 장관이 외국어로 기자회견을 하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지 않은가 싶어 서글펐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