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와 현역 의원들 간의 내홍으로 그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향해 조선일보가 따끔한 충고에 나섰다. 조선일보는 4일 쇄신 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박근혜 위원장에게 쏠린 최대 의혹 중 하나인 정수장학회에 대한 뒷말이 더 이상 나오지 않게 하라고 주문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 <박근혜 위원장, 정수장학회 문제부터 단호하게 자르라>에서 “박 위원장은 정수장학회나 영남대 문제가 법적으론 정리됐다 할지라도 이 두 기관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자신의 이름이 전면에 떠오르는 사태를 근원적으로 해소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이 문제가 올 대선에 어차피 한 번 더 불거질 수밖에 없는 이상, 지금 칼을 꺼내 이 매듭을 자르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최근 부산일보에서는 지난달 초 박 위원장이 정수장학회에 여전히 관여하고 있다며 재단의 사회 환원과 편집권 독립을 주장하는 노조와 사측이 충돌하면서 신문 발행이 중단됐다. 정수장학회는 부산일보의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부산일보 경영진은 노조위원장을 해고하고 편집국장을 대기발령 내는 등 ‘박근혜 비판’ 세력에 초강경 대응했고 결국 김종렬 사장이 그만두는 사달이 났다.

영남대의료원 노조 측 역시 지난달 여성해고자 복직을 위한 집회를 박 위원장 집 앞에서 개최하면서 ‘영남학원 재단의 실질적인 책임자는 박근혜’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박 위원장이 직접 설득해 영입한 이준석 한나라당 비대위원조차 최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박 위원장도 털고 지나갈 것은 지나가야 한다”며 “정수학장회 문제를 여러 사람이 언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 측은 이런 주장에 대해 정치적 비방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박 위원장은 지난달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부산일보가 하는 일에 제가 관여를 한 적도 없고 지금도 하지 않죠”며 “정수장학회는 이미 사회에 환원된 공익재단이거든요. 저는 2005년 퇴임했어요”라고 말했다. 

조선일보가 이 같은 주문은 한 것은 지난 3일 “기득권을 일절 내려놓겠다”고 말한 박 위원장이 내놓아야 할 기득권 중 첫 번째가 정수장학회와 영남대 문제라고 봤기 때문이다. 동시에 박 위원장이 스스로 먼저 강력한 쇄신 의지를 보여야만 최근 한나라당 비대위와 친이계와의 내홍을 수습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는 “박 위원장은 자신이 무엇을 내려놓아야 국민을 감동시킬 수 있겠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그걸 실천해야만 당내 쇄신의 동력을 얻을 수 있고, 당을 살리려는 박 위원의 각오도 국민에게 전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일단 당내 공천 혁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조선일보는 3면 <與 핵심텃밭 대구, 모든 지역구서 현역의원 교체 여론>에서 “대구·경북 주민 10명 중 7명이 현역 의원 50% 이상을 교체해야 한다”는 매일신문·대구KBS의 여론조사를 주요하게 보도했다. 이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위원장에 대해선 지역구민의 58.9%가 “새로운 인물로 교체해야 한다”고 답했다.

한나라당은 최근 이상돈 비대위원을 중심으로 ‘TK·영남권 물갈이론’이 제기되면서 친박계는 물론 친이계가 이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는 형국이다. 오는 9일 의원총회를 통해 한나라당 비대위와 현역 의원들이 만나 현안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으나 극심한 갈등 양상 탓에 연기됐다.

친이계 장제원 의원은 4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김종인·이상돈 위원이)무슨 이유로 이렇게까지 인적쇄신을 얘기하면서 당의 분란을 자초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며 “비대위와의 결별도 각오해야 한다”며 ‘비대위 불심임’을 연상케 발언까지 했다.

장 의원은 김·이 위원이 사퇴하지 않으면 추가 비리 의혹을 터트리겠다는 입장이다. 장 의원이 추가 의혹들을 밝힐 시 그 진의 여부를 떠나 비대위은 도덕성과 신뢰성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4월 총선을 앞두고 공천 작업에 속도가 붙을수록 기존 현역 의원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점에서 박 위원장의 큰 ‘결단’만이 이런 분란을 잠재울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한겨레도 같은날 사설에서 “이제 관심의 눈길은 비상대책위원장인 박근혜 의원에게 쏠린다. 비대위원의 인선과 운영은 물론 비대위원들의 폭탄성 발언들에 대한 책임 역시 궁극적으로는 박 의원에게 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당의 개혁을 책임질 비대위가 거꾸로 손볼 대상으로 몰리는 상황부터가 박 의원으로서는 난감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박 의원의 리더십은 본격적인 시험대에 섰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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