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출입기자들이 꼽은 '언론 자유 증진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선 후보' 1위는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이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문 이사장과 근소한 차이로 2위를 차지하는 등 기자들은 비 기성 정치인 출신 야권 인사들에게 후한 점수를 줬다.

여론조사에 응답한 기자 196명 중 60명은 문재인 이사장이 언론자유를 신장하는 데 가장 기여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안철수 원장은 54명으로 문 이사장보다 3.1%p 뒤졌지만 27.6%라는 높은 지지율을 얻었다.

이어 25명의 지지를 얻은 손학규 전 대표는 3위이지만 기성 정치인으로는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다. 유시민 진보통합당 공동대표의 경우 5명 기자들이 언론 자유 중진에 기여할 것이라고 답했다. ‘기타’에 응답한 15명 중 각각 3명은 야권 정치인인 민주통합당 정동영 의원과 김두관 경남도지사를 꼽기도 했다.

반면 여당 대선 주자들은 이 부문 점수에서 야권주자에게 큰 격차로 뒤지며 매우 혹독한 평가를 받았다. 이 부문에서의 여권 지도자들이 얻은 득표율은 모두 합쳐도 5%를 간신히 넘는 수준이었다.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4위를 차지했지만 196명 중 7명만이 언론 자유를 증진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3.6%에 불과한 수치다. 또 다른 여권 대선후보로 꼽히는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단 3명의 지지를 얻었으며 정몽준 의원은 단 한 표도 얻지 못해 언론자유 증진에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특히 박 위원장은 동일 여론조사에서 쟁쟁한 야권 후보를 제치고 내년 대선 후보 중 ‘대통령 적합도’와 ‘당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서 각각 2위와 1위를 차지했을 유력한 대선주자로 분류됐다. 하지만 언론 자유 부문에서는 그에 못 미치는 매우 낮은 점수를 얻었다. 언론 자유를 현장에서 몸으로 절감하는 기자들이 냉정한 평가를 내린 것에 대해 박 위원장이 곱씹어볼 대목이다.

문 이사장이나 안 교수 등이 높은 점수를 얻은 것에 대해서는 기존 정치인과의 차별화된 행동과 이미지가 지적됐다.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3일 통화에서 “기성 정치인은 국민과 소통한다기보다는 자신의 기득권을 강화하고 카리스마에 의존한다는 느낌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반면 안 교수는 토크 콘서트를 통해 젊은 층과 소통하고 행동으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려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문 이사장도 노무현 정부의 최고 가치가 참여와 소통이었고 참여정부의 대표적 인물이라서 그런 평가가 나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편 손 전 대표는 직전 야당 대표로 지난 2008년 미디어법 투쟁을 이끌었지만 전면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평가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언론 자유 증진에서 여야 정치인 간 큰 격차를 보이는 것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정당의 정책과 개인이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를 그 이유로 들었다.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인터넷이나 트위터 등 미디어와 관련해서 한나라당의 기조가 ‘규제’로 맞춰지다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며 “안 교수나 문 이사장은 재야권 인사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확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재영 교수도 “(박 위원장은)소통을 하기 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감추다가 어느 순간 터트리지만 피드백도 없고 배후에서 조정하는 패거리 정치가의 이미지가 강하다”고 지적햇다.

하지만 이번 결과는 각 대선주자의 구체적인 정책에 대한 평가가 아닌 인상 평가이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27명이라는 적지 않은 수의 기자들이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김경환 교수는 “안 교수나 문 이사장이 미디어 관련한 정책을 낸 적은 없다”며 “박 전 대표 역시 한나라당에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언론자유에 제약이 많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인데 두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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