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출입하는 기자들은 이명박 정부 언론정책에 대해 ‘낙제점’에 가까운 평가를 내렸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최대 실적’이자 ‘최대 실패작’으로 꼽히는 종합편성채널(종편) 출범이 주요 원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공공성의 시각이 아닌 ‘시장논리’로 언론정책을 추진했다는 지적과 함께 언론사 간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또 그 바탕에는 ‘언론에 대한 기본 철학 자체가 없었다’는 문제가 깔려 있다는 응답도 나왔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을 학점으로 매긴다면 얼마가 적당하다고 보십니까’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45.7%는 ‘F학점’을 매겼다. D학점을 준 응답자가 22.3%로 뒤를 이었고, ‘중간’에 해당하는 C학점을 준 응답자는 23.4%였다. 최고점인 ‘A학점’이라고 답한 이는 단 한 명도 없었고, B학점을 준 응답자가 8.1%에 그쳤다. 전체 응답자 중 68.0%가 낙제에 가까운 D학점 이하를, 91.4%에 해당하는 응답자가 ‘중간 이하’라는 평가를 내린 셈이다. 

이유는 우선 설문 결과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바로 뒤이어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주관식)에 응답한 대부분의 기자들은 종편을 언급했다. 중소 신문사의 한 기자는 “종편은 마이너 매체를 공멸시키는 정책”이라고 지적했고, 또 다른 기자는 “언론정책은 없고 종편 정책만 있었다”고 혹평했다. “언론인 전체와 국민에게 죄를 지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응답자들은 같은 맥락에서 언론사 간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문제도 지적했다. 재정적인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중소 신문사나 지역 언론사, 인터넷 매체 등 ‘비종편’ 언론사에 소속된 기자들의 경우 ‘취재 장벽’을 느꼈다는 응답이 적지 않았다.

한 응답자는 “양극화 현상을 방치, 확대했다는 측면에서 심각한 여론의 불균형 현상을 불러왔다”고 지적했고, 다른 응답자는 “공정사회를 외쳤지만, 언론정책을 보면 ‘내 편들기’만 있었다”고 꼬집었다. 한 기자는 “청와대나 정부 (취재) 접근이 안 된다”고 불만을 토로했고, 지역신문사에서 일하는 한 기자는 “MB정부 들어서고 나서 각 장관이나 이런 사람들이 취재에 매우 비협조적”이라고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 언론정책의 기본 철학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응답자들도 있었다. “언론을 통제 도구로 활용했다”거나 “정책이 없었다”는 평가가 대표적이었다. 한 인터넷 언론사 기자는 “철학도 없고 기준도 없다”는 평가를 내렸고, “정책이란 게 없어서 할 말이 없다”고 응답한 기자도 있었다. 사실상 ‘대안언론’의 역할을 하는 SNS에 대한 통제 움직임도 정부의 이러한 철학 부재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연세대 강상현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당연한 평가라고 본다”면서 “F학점보다 더 낮은 학점이 있다면 그걸 줘야 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유일한 언론 정책’인 종편에 대해 “시장논리도 아니고 우리나라 방송시장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종편이) 우리 미디어 환경의 암적 요소라는 건 현장에 있는 기자들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박중석 민주언론실천위원장은 “사필귀정이자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박 위원장은 “현직 언론인들 스스로도 (문제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드러난 것보다 실제로는 훨씬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지호 정책국장은 “출제자의 의도를 이해 못하고 답을 쓰면 당연히 F학점 아니냐”며 “언론정책에 대한 기본 개념이 없었던 결과”라고 분석했다.

전국단위 종합일간지의 한 편집국장은 “균형 잡힌 언론의 육성을 도모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언론을 하나의 정치투쟁의 도구로 여기는 경향에 매몰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신료 인상을 강행하고 광고시장을 키워 광고수입을 종편에 몰아주겠다는 건데, 국민들과 기업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사회적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마이너 매체 공멸 위기… 역사에 남을 오점”
정치부 기자들 “MB 언론 정책, 철학도 기준도 없다”


미디어오늘이 국회 출입 기자들에게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유일한 주관식 질문에 많은 기자들이 응답했다. 다음은 중복되거나 다소 강한 표현이 섞인 부분을 제외하고 응답 내용을 추린 것들이다. 발언자의 의도를 살리기 위해 편집이나 수정을 최소화했음을 밝혀 둔다.

<종편 허가 및 미디어렙법 관련>

“종편은 역사에 남을 오점이다.”
“종편 허가가 너무 편의주의적으로 이뤄졌다.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언론정책은 없고 종편 정책만 있었다.”
“종편이 출범해서 광고시장도 혼탁해지고 시청자의 알 권리도 저하됐다.”
“종편은 마이너 매체를 공멸시키는 정책이다. 무책임한 최악의 정권이었다.”
“기득권 세력 쪽을 대변할 수 있는 언론사를 도와주기 위해 종편을 도입한 것은, 4대강보다 훨씬 더 우리나라 전체에 나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한다. 역사적으로 언론인 전체와 국민에게 죄를 지었다.”

<언론 취재에 배타적인 태도와 취재 제한>

“기가 막히다.”
“보도 편집과 관련해서 정권에 부정적인 뉴스에 대해 지난 10년 정권에 비해 대응하는 방식이 매우 퇴행적이었다.”
“철학도 없고 기준도 없다.”
“할 말이 없다. 이유는 정책이란 게 없어서.”
“민주주의와 언론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었던 정권”
“일하기 힘들다.”
“청와대 정부 접근이 안 된다. 취재를 할 수 없다. 취재원, 공무원 접근 자체가 안 된다.”
“MB 정부 들어서고 나서 각 장관이나 정부 관계자들이 취재에 매우 부정적이다.”

<언론 다양성과 공공성 파괴>
“언론에 대한 인식이 잘못됐다. 언론이 발전하기 위해서 중앙 언론보다 지역 언론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SNS 등 새롭게 등장하는 언론이 기존 언론을 상당히 대체하고 있는데 전통적인 언론만 생각하고 정책을 펴는 것 같다.”
“뉴스통신진흥법 연합뉴스 일방 지원은 문제다. 국가기간통신사이자 거대공룡인 연합뉴스에 국고를(연간 구독료만 350억 원) 지원하더니, 보도 채널까지 진출했다.”
“거대언론, 조중동에 편중된 지원이 이뤄졌다. 반면 지역 언론에 대해서는 전 정부에 비해 소홀했다.”
“(우리는) 통제와 학대라고 표현한다.”
“몇 마디로 정리하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이 정권의) 언론에 대한 개념 자체에 대한 의문이 든다.”
“언론시장에서 부익부빈익빈 현상, 양극화 현상을 조장하거나 방치, 확대함으로써 심각한 여론의 불균형 현상을 불러왔다.”
“공부 좀 해라!”  

박새미 기자 psm@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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