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매체를 이용해 정치적 표현 행위 및 선거운동은 어느 범위에서 가능한 것일까?

헌법재판소가 선거 180일 전부터 특정 후보자와 정당에 대한 지지나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것을 금지한 공직선거법 제93조 1항을 인터넷에 적용하는 게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여전히 법 적용 문제로 해석이 분분하다.

이번 판결은 우선 인터넷 매체의 특성을 반영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보장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터넷은 일상적 소통 공간으로서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지만 공직선거법은 정치적 표현 행위를 막고 있어 시대적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인터넷 선거 운동은 '돈은 묶고 입은 푼다'는 공직선거법 제정 취지와 들어맞는다는 점에서 각계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을 요구해왔던 터다. 이번 헌재 판결이 주는 의미는 공직선거법을 통해 인터넷 상 정치적 표현 행위와 선거 운동을 막는 것은 국민적 피해가 크다는 것을 인정했다는 점이다. 

박근혜 인터넷 비판글이 선거운동이면 기소?

이번 헌재 판결이 진일보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한계가 있는 판결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의 핵심은 여전히 정치적 표현 행위와 선거운동이라는 개념이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검찰은 보통 '선거의 영향을 미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또는 선거운동으로'라는 단서 조항을 달아 기소하고 있는데, 제93조 1항이 한정 위헌을 받았다 하더라도 검찰의 단서 조항에 따라 '인터넷 선거운동'을 했다고 판단한 자는 기소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선거일 180일 전에 인터넷 게시판에 박근혜 후보에 대한 비판글을 올렸는데 검찰이 사전선거운동이 금지돼 있는 상황에서 해당 글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목적과 선거운동으로 볼 수 있다며 기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공직선거법에는 제93조 1항 이외에 인터넷을 포함한 정치적 표현 행위에 대한 또다른 규제 조항이 남아있다. 대표적으로 공직선거법 254조 2항에서는 선거운동 기간 전에 선전시설물, 방송, 신문, 정보통신, 그 밖의 방법으로의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해당 조항에서 '그 밖의 방법'에 인터넷이 포함될 수 있어 인터넷 선거운동을 한 자는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헌재 공보실도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법적으로 완전히 (인터넷 선거운동에 대한)규제가 풀렸다고 보기 어렵다"고 인정했다.

제93조 1항이 인터넷을 포함하는 한 위헌이라는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이와 비슷한 내용의 조항에 대해서는 입법부의 적극적인 법 개정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헌재는 결정 이유의 요지에 대해서 "이 사건 법률 조항(제93조 1항)이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장시간 동안 인터넷 상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 내지 선거운동의 자유를 전면적으로 제한함으로써 생기는 불이익 내지 피해는 매우 크다"고 밝혔다.

공직선거법 254조 2항은 대통령선거의 경우 23일, 국회의원 및 지방선거의 경우 14일 전에 정보통신 전 그 밖의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는데, '18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 인터넷 선거 운동을 할 수 있다'는 이번 헌재 판결 요지와는 배치된다.

중앙선관위가 헌재 판결 이후 여전히 인터넷 선거운동은 규제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은 것도 두 조항이 상충되기 때문이다.

중앙선관위는 한정 위헌 판결을 받은 제93조 1항에 대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행위'를 규제하는 조항일 뿐이라면서 254조에서 규정한 사전운동금지 조항으로 충분히 인터넷 선거운동을 규제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제254조 2항을 개정하지 않고서는 법 적용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선거운동 전면 허용 방법은?

인터넷 선거운동의 전면 허용을 위해서는 공직선거법 제59조를 개정하는 방법도 있다.

제59조에서는 선거운동을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라고 정의하고, 예외 조항에서 구체적인 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예외 조항에 '인터넷 선거 운동'을 두게 되면 법 적용 논란을 해소시킬 수 있는 셈이다.

이번 판결이 인터넷 상의 정치적 표현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인 만큼 인터넷 실명제 규정(제82조6)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터넷 실명제는 표현의 자유를 가로막은 대표적인 제도로 지목돼 왔는데 방송통신위원회가 인터넷 실명제를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해당 조항의 실효성 문제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제93조 1항과 유사한 내용의 규제 조항이 개정된다고 하더라도 인터넷 상의 정치적 행위와 선거 운동이 모두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공직선거법에서는 제110조에서 후보자와 후보자의 직계존비속 등에 대해서 출생지, 재산, 인격 등에 관해 허위의 사실을 공표할 수 없고, 사생활을 비방할 수도 없다. 허위 사실을 공표하거나 후보자를 비방하면 제250조, 251조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는다.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가 선거운동을 하거나 하게 한 자에 대해서도 제255조, 제60조에서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박주민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진일보한 측면이 있지만 정치적 표현과 선거운동이 여전히 잘 구분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한 한계가 있는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박 변호사는 "제93조 1항 전체 조항이 위헌 판결을 받던지 제254조 2항과 제59조를 개정해서 인터넷 선거운동을 전면 허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