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 현대자동차 노사문제 관련 보도가 ‘균형감각’을 현저히 잃고 있다. 또한 정부가 지자제 선거 국면을 유리하게 몰고가기 위한 ‘위기조작’에 언론이 협조하고 있다는 비판도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관련기사 3.5.8면

한국통신과 현대자동차의 노사갈등에 대해 언론은 원인과 배경에 진지하게 접근하기보다는 국민생활의 불편과 경제적 손실을 과대포장하는데 대부분의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나 사측 주장은 충실하게 보도하고 있으나 노조나 조합원들의 주장은 국민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다.

특히 한국통신과 관련 김영삼 대통령의 ‘국가 전복’ 발언이 실제와는 무관하게 과장돼 있을 뿐 아니라 지자제 선거를 앞둔 정치적 의도가 내포된 것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지만 언론은 여과없이 이를 대서특필, 정부의 의도에 맞장구치고 있다는 비난이 높다.

한국통신의 경우 파업에 대한 노조의 입장이 “사측이 노조간부 64명을 징계할 경우 파업 돌입도 불사한다”는 ‘수세적 대응’의 차원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노조가 먼저 파업을 선언해 상황을 파국으로 몰고간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특히 파업돌입을 기정사실화하면서 ‘통신대란’ ‘전시 비상사태에 버금가는 혼란’ ‘국가 전산망 마비’등 파업 이후의 혼란상을 부각시킴으로써 국민들에게 노조에 대한 부정적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노조간부 징계의 발단이 됐던 정보통신부 장관실 점거 문제도 노사 양측의 입장이 ‘점거’와 ‘장관면담‘으로 팽팽히 맞서는 등 사실인식에 상당한 차이가 있으나 이에 대한 추적보도가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 있었던 이사회 회의 방해 역시 발생원인과 사후합의 내용을 전혀 다루지 않았다. 당시 한국통신 노사는 합의를 통해 ‘없던 일’로 하기로 했었다.

현대자동차의 파업도 동료가 분신을 한 충격적인 사건에 대해 회사는 ‘종업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노조는 ‘조합원이 아닌 면직자’라며 나서지 않은 것이 사태악화의 주된 원인이었다는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현노조 집행부가 이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끌어안고 적극적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했더라면 파업이라는 극한 충돌은 막았을 것이라는게 현지의 일반적인 의견이다.

지난해 산재율이 사상최대치를 기록할 정도로 노동조건이 악화됐으나 현노조 집행부가 미온적으로 대응해 상당수 조합원들의 불만이 정점에 달해 있다는 점도 간과됐다. 이같은 원인과 배경을 접어둔채 언론은 “강경파가 노조 주도권 장악을 노려 합법적인 노조를 무시한채 파업을 강행했다”고만 보도하고 있다.

여기에 과장된 매출손실액이 덧붙여지고 민주노총 준비위나 현총련이 “사태를 배후조종하고 있다”는 분석을 곁들여 현대자동차 파업을 ‘무책임한 노동쟁의의 전형’으로 매도하고 있다. 그 근거도 정부나 공안당국이 “그렇게 분석하고 있다”는 발표내용에만 의존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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