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업계의 오랜 쟁점이었던 신문부수공사제도(ABC제도)가 오는 7월부터 전면 실시된다. 지난 3일로 취임 1백일을 맞은 한국ABC협회 조용중 회장을 만났다.
조회장은 부수공사 전면적인 시행 한달여를 앞두고 1백억규모의 운영기금 마련, 정관개정, 부수공사 세부지침 마련 등 여러 현안문제를 처리하거나 추진중에 있다.

1년 동안의 공사 기간을 거쳐 내년부터 공식적으로 공표될 각사들의 유가 발행부수 확정을 앞두고 신문사간의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협회 운영기금으로 책정한 1백억원의 조성도 아직 확정 단계는 아니다. 돈얘기부터 시작했다.

―1백억원 규모의 운영기금을 조성중이라는데.

“지난 2월부터 광고주협회가 ABC협회의 안정적인 운용을 위한 재원확보에 적극 나서면서 기금마련 방안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광고주협회는 전경련을 통해 이미 30억원을 출자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아직 신문업계에선 이렇다할 움직임은 없으나 이들이 20억정도를 출자할수 있지않나 본다. 광고주협회 등이 정부측에 공익자금 50억원을 지원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3자의 협조가 순조롭게 이뤄지면 1백억규모의 운영기금이 올해 여름안에 조성될 것으로 본다.”

―공익자금을 받는데 대해 협회의 독립성이 저해되리라는 우려가 있다.

“꼭 그렇지는 않다. 공익자금을 받더라도 일시불로 받으면 문제가 별로 없다. 반면 매년 공익자금을 지원받으면 정부의 입김이 오히려 강하게 작용할 소지가 있다. 해마다 자금문제로 정부와 광고공사 공익자금관리위원회 등과 부대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기금이 마련되고 이 기금에서 생성되는 10억 정도의 이자로 협회사업을 운영해 간다면 정부와 매년 돈문제로 신경전을 펴지않아도 된다. 정부든 광고계든 ‘돈은 내더라도 잔소리는 하지마라’는 입장에서 일을 할 것이다.”

―2일 임시총회에서 기금사용시 공보처장관의 사전승인을 받도록 했는데.

“사단법인의 사업이나 기금운용 등은 주무장관의 승인사항이다. 관련법률의 테두리에서 움직여야 하는 사단법인의 운영원칙을 원용한 것일 뿐이다. 돈의 출처나 규모와는 별개로 어떻게 독립적으로 운영해 나가는지가 문제다. 공보처에서 사전에 ‘승인’을 요구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독립적인 운영을 해 나갈 수 있나.

“우선 돈과 사람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공익자금을 받는 것을 정부의 예속으로 등치시켜 생각하는 것도 옳지않다고 본다. 정부의 간섭을 배제하면 독립성은 자연스럽게 확보될 것이다. 권력에서 기대하는 어떤 일도 충족시켜주지 않는다는 것을 담담하게 보여주면 될 것이다.”

―시행 한달이 채 남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시행 세부안도 확정 안됐는데.

“제도위원회를 통해 가닥은 잡은 상태다. 본사에서 지국에 지원하는 여러 지원금을 제외한 실수금액에 대해 일정기준을 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부수공사를 한다는 원칙엔 이미 합의됐다. 문제는 몇% 정도의 수금율을 기준으로 할것인지 부분이다. 빠르면 8일 열리는 회의에서 결말이 날 것으로 보인다. 가능하면 모든 신문사가 공사에 참여할 수 있는 수준에서 기준요율이 결정될 것이다.”

이 부분이 신문사간 이견이 날카롭게 대립된 지점이다. 기준 수금률이란 월정 신문구독료 중 몇%까지 내는 사람을 유료독자로 볼 것인가를 정하는 문제다. 동아일보의 경우 기준률을 정하지 말자는 초기 입장에서 다른 신문사들의 반대로 이를 철회했으며 현재 각사가 제시하고 있는 기준률은 15%에서 40%까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가 힘센 회원사들의 서로 다른 이해 관계를 어떻게 조정할지 주목된다.

―구체적으로 서로 이해가 다른 회원사들을 어떻게 조율해오고 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대부분의 신문사 사주들도 만났다. 물론 부수공사에 신문사들이 ‘참여’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처음 실시되는 전면적인 부수공사의 첫출발을 어떻게 하느냐, 공사를 위한 세부적인 기준은 어떻게 마련하느냐 등의 부분에 있어선 아직 미흡한 것도 사실이다. 솔직히 구체적인 사항들에 대해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데 회원사들간에 아직도 서로 눈치를 보는 부분이나 이해관계를 따지는 문제들이 걸림돌로 남아있다.”

―지난해 첫 공사를 한 7개사에 대해선 왜 결과를 밝히지 않나.

“지난해 이뤄진 조선일보, 한겨레신문 등 7개사에 대한 공사결과 공표는 인증위원회가 구성이 안돼 못했다. 또 공사방법이 지국유가부수에서 본사유가부수로 바뀐 것도 한 원인이 될 것이다. 인증위원 구성을 미뤄왔던 신문협회 판매협의회에서 지난 3월 위원을 추천해 줬고 5월엔 인증위원회 구성을 마쳤다. 이들 7개사에 대한 부수공사 결과의 공표여부는 인증위원회의 결정에 따라야 할 사안이다. 협회 나름의 의견을 가질수는 있으나 소정의 절차를 거쳐 결정될 부분이다.”

―지국 유가부수 대신 본사 유가부수로 기준을 삼은데 대한 비판이 많이 있다. 이처럼 완화된 부수공사제도가 이 제도의 실질적인 정착에 장애가 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별 문제는 없을 것이다. 한번 거짓 보고를 시작한 신문사는 계속해서 거짓보고를 해야한다는 부담이 있다. 그러나 공표된 자료는 세무서, 증권거래소 등 관련기관에서도 볼 것이며 독자들에게도 알려질 것이다. 기술적으로도 허위부수에 대한 적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부수공사 과정이 단지 어떤게 허위부수인가를 따지는 것은 아니다. 계속되는 공사 과정을 통해 장기적으로는 어떤 신문이 진정한 권위지인지도 함께 가려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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