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실시되는 지자제선거를 앞두고 언론의 선거여론조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정확성과 공정성에 많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부정확한 여론조사는 독자들이나 시청취자의 후보선택에 도움을 주기보다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는 등 문제의 소지가 적지 않아 여론조사도 본격적인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언론의 여론조사 내용은 서울을 비롯한 광역단체장 후보의 지지율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다. 조사방법은 1천5백~5백명의 표본을 설정, 전화조사를 통한 것이다. 이중 서울시장 3후보에 대한 관훈토론회가 끝난 직후 28, 29일 경향, 중앙, 조선이 실시한 여론조사는 각사별 편차가 엄청나게 크게 나타났다는 점에서 조사의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린 대표적인 예로 꼽을 수 있다.

누가 토론을 잘했는가라는 항목만 보더라도 경향이 박찬종-정원식-조순후보 순인 반면, 조선은 정-박-조후보 순이고, 중앙은 조-박-정후보 순이었다. 세신문사의 조사결과가 제각각이다. 모두 불특정 다수 시민들을 대상으로 전화여론조사를 했고 질문항목 또한 유사한데도 결과는 판이하게 나온 것이다. 그중 박후보의 경우 조선과 경향의 차이가 무려 16.1%포인트에 이른다. 오차한계를 감안하더라도 납득키 어려운 조사결과다.

토론 전후 박후보의 지지율 변동의 경우 조선이 7.5%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난 반면 중앙과 경향은 각각 4%포인트, 0.8%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본의 차이와 조사의 시차가 있지만 어느 한 곳은 신뢰할 수 없는 조사라는 결과가 나온다.

조사결과의 편차외에도 언론사 여론조사가 안고 있는 또 하나의 문제는 질문항목과 자의적인 해석의 문제다.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언론사들은 예외없이 후보들의 당선가능성을 질문항목에 집어 넣었다.

서울 지역 결과는 한결같이 지지도에선 박찬종 후보가 앞서지만 당선가능성에선 지지도 최하위인 민자당 정원식 후보가 선두다. 부산, 대구, 전북 지역도 지지도와 당선가능성이 다르게 나타난 결과가 나왔다. 지난달 29일 SBS는 당선가능성에선 민자당이 호남을 제외하고 전지역에서 선두라고 보도했다.

당선가능성이라고 표현된 항목은 실제로는 누가 당선될 것으로 보는가를 물어 집계한 것이다. 즉 당선예상이다. 따라서 개인이 갖고 있는 불확실한 추측을 물어본데 불과한 것인데도 언론들은 대부분 당선유력으로 해석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SBS처럼 당선가능성만 그래픽화해 부각한 경우나 일부 신문처럼 지지도 보다 당선가능성만을 제목으로 뽑는 경우는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조사도 공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충청과 호남 지역의 여론조사를 보면 유독 지역감정과 지자제 선거의 함수관계를 묻는 질문이 많다. 충청지역의 경우 JP바람이 불 것으로 보이는가 자민련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결과가 바람직한가는 등의 질문이 많다. 호남지역도 이와 유사하다. 심지어 조선은 지자제 선거조사를 하면서 DJ, 차기에 출마할 것으로 보는가까지 묻고 있다.

이같은 질문은 그 지역사람들에게 지역감정이란 원죄를 다시금 확인케 해 자신이 지지하는 사람을 떳떳하게 표현하는데 장애를 주고 있다. 조사결과 보도에도 문제가 나타난다. 여론조사를 보도하면서 조사결과와 해설을 분리하지 않고 있다. 조사를 담당한 기자가 정치평론가는 아닐텐데 정치평론가 역할을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담당기자의 주관이 객관으로 포장될 수 있다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제한적 표본 설정을 일반화한 경우도 있다. 한겨레 경우 경기·인천, 강원·충북 등 두 지역을 분리하지 않고 함께 5백여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뒤 각 지역의 출마예상자에 대한 지지율을 내보냈다. 이 경우 한 지역의 조사 대상자는 2백50명 안팎이 되므로 실제 통계의 오차율은 5백명을 대상으로 한 것보다 훨씬 높아질 수 밖에 없음에도 이를 밝히지 않고 있다.

다른 신문의 경우도 전체 조사와 연령별 조사가 표본 집단의 차이에 따른 오차율의 차이가 발생함에도 이를 명시하지 않아 통계의 정확도에 대한 독자의 오해를 발생시키고 있다. 이와함께 일부 신문들이 질문항목, 표본의 구성, 조사방법을 공개하지 않는 것도 조사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대목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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