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이광철 변호사는 26일 미디어오늘과 만나 정봉주 전 의원의 대법원 판결에 대해 "국격을 훼손한 판결"이라고 밝혔다.

정봉주 전 의원이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BBK 연루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판결한 것애 대해 외국 언론보도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는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외국 언론보도 조롱거리...국격 훼손됐다

25일자 이코노미스트 서울특파원 다니열 튜더가 중앙선데이에 기고한 칼럼에서 ""정봉주 전 의원에게 내려진 유죄 판결은 (MB정부의) 최악의 자책골"이라며 "이명박 정부와 한국법률 체제를 비판하는 이들에게 그보다 더 좋은 비판소재는 없을 것"이라고 꼬집은 것이 대표적이다.

워싱턴 포스트도 23일자 서울발 신문에서 대통령의 욕설을 연상시키는 트위터 계정 차단, 북한 관련 웹사이트 대한 접속 차단 등과 함께 정 전 의원의 대법원 판결을 들어 "이전 정부와 비교할 때 현 정부는 국가보안법과 명예훼손 관련법률 등 현행법 규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으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이 같은 해외 언론보도의 내용을 지적하고 "공직에 나간 사람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사람을 구속시키는 것이 마땅한가? 설령 백보 양보해서 그 같은 의혹이 허위라고 해도 실형을 살게 하는 것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맞는 일이냐"며 이번 판결은 외국의 조롱거리가 될 정도로 부당한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대법원이 공직선거법상의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에 관한 법을 든 것에 대해서도 "(정 전 의원이 의혹 제기)그게 만약 허위라고 해도 왜 행위자가 입증해야 하나, 수사기관이 입증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 변호사는 "법원이 3심에서 정 전 의원의 유죄를 확정한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사법부가 거시적 안목으로 판결을 내리고 국민적 설득력을 가져야 하는데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변호사는 "미시적 법절차와 증거법 등에 충실했는지 모르겠지만, 국민 수용 정도나 국제적 문명 사회에서 수용될 만한 것이었는지에 대해 판단을 놓친 것이다. 사법부의 성찰이 필요한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인터넷·SNS상 국가보안법 처벌 부당하다

이 변호사는 민변 소속으로 '국가보안법 전문 변호인'을 통한다. 현재 이 변호사는 왕재산 사건을 비롯해 인터넷 게시물로 인한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을 다수 맡고 있다.

북한계정 '우리민족끼리' 계정을 리트윗하고, 멘션을 보냈다는 이유로 수사를 받고 있는 박정근씨 사건과 인터넷 게시판의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 주의 주장을 실었다는 이유로 지난해 12월 구속돼 항고심 재판을 받고 있는 조모씨 사건도 이 변호사가 맡고 있다.

정 전 의원의 대법원 판결과 같은 맥락으로 인터넷 게시물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도 헌법재판소가 규정한 표현의 자유에 비춰 부당하다는 것이 이 변호사의 주장이다.

이 변호사는 특히 인터넷과 SNS 상의 게시물을 문제삼아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하는 움직임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 계정의 글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상에 리트윗 했다며 국가보안법상 찬양 고무 혐의로 수사한 사건을 들어 "국가보안법의 위헌성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실정법 적용이 가능한 것인가"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국가보안법 7조 1항에 따르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 변호사는 인터넷과 SNS 상 문제가 된 게시물의 내용과 게시물 작성자의 주장이 명백하고 현저하게 정부에 위협을 가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그 글을 누가 보더라도 대한민국의 정체의 핵심이 되는 영토의 보전이라던가, 국민의 생명, 국가제도, 의회제도, 권력분립제도, 시장경제 등을 무너뜨리거나 존립과 안전에 위협이 있고, 급박한 위험인지 인과관계가 인정돼야 하는데 현재 지금의 국가보안법 사건은 북한에 우호적이거나 정부에 비판적이면 이적이라고 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 변호사의 말대로 실제 이명박 정부 들어 인터넷 게시물과 SNS를 포함한 통신상 국가보안법의 7조 1항과 5항(찬양 고무죄)을 들어 문제를 삼는 사례가 급격히 늘었다.

경찰청이 지난 2008년 방송통신위원회에 요청해 삭제한 친북 게시물은 1793건이었는데 지난해에는 8만 449건으로 크게 늘었다. 이뿐 아니다. 검찰이 기소한 국가보안법 사건은 두자리수였던 2000년 이후 지난해 151건으로 늘었다. 이 중 대부분이 누리꾼들의 인터넷 게시물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 변호사는 이명박 정부 들어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이 급증한 것을 두고는 "민족 대결적인 정책으로 일관하고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에 인식이 없는 정부의 천박한 속성과 무관치 않다"고 비난했다.

방통심의위는 사전 검열기구

이런 상황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지난달 뉴미디어정보심의팀을 신설해 SNS을 전담하는 규제 기구를 만들면서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이 크게 늘 것이라는 전망도 우세하다. 최근 뉴미디어정보심의팀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을 추모하거나 사망과 관련한 허위사실 유포로 자체 모니터하고 행정청에 통보해 요청이 오면 심의하겠다는 뜻을 밝혀 논란이 된 바 있다.

이 변호사는 뉴미디어정보심의팀이 국가보안법 위반 게시물을 판단하는 것에 대해 "명백하게 잘못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방통심의위는 국가기관의 요청이 있을 시 심의에 착수해야 하는데 자체적으로 모니터하는 것부터 실정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법 절차에 따르면 국가보안법 위반에 대한 일차적인 판단은 경찰청, 국정원이 해야 하는데 선제적으로 증거를 수집하고 법 위반을 판단한 것으로 명백히 법에 어긋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논란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방통심의위의 역할이 사전 검열 기구로 드러났다는 것이 이 변호사의 판단이다.

이 변호사는 "현재 법적 성격으로 방심위가 민간기구인데도 초법적, 월권적으로 규제하겠다는 것 자체가 정부의 들러리를 섰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낸 것"이라며 "민간기구를 내세워서 심의하고 행정처분으로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는 것은 명백한 사전 검열이며 권력 분립에 대한 훼손,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헌적 처사"라고 맹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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