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정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정문 앞에서 정봉주 전 의원의 송별회가 열렸다. 오후 1시 정 전 의원의 구속 수감 직전에 열린 송별회였다. 이날 송별회에는 앞서 탁현민 교수의 트위터에서 공지된 대로 ‘드레스코드 레드’를 맞춘 붉은색 의상을 입고 붉은 장미꽃을 한송이씩 든 수천 명의 시민이 운집해 정 전 의원에게 열렬한 응원과 적극적인 위로, 지지를 표했다. 많은 이들이 눈시울을 붉히고 눈물을 보이기도 했지만 정 전 의원과 나꼼수 일행의 요청대로 정 전 의원을 웃으며 보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사회를 맡은 탁현민 교수(나꼼수 콘서트 공연기획자)는 “사람을 보낼 때 가장 아름답게 보내주는 최선의 방법은 노래를 불러주는 것"이라며 “나꼼수 멤버들과 ‘오늘 먼저 우는 놈이 백만 원 빵’ 내기를 했는데 주진우가 먼저 우는 데 따로 백만 원 걸었다”고 밝은 모습으로 인사를 건넸다.

이어 정 의원이 등장하자 수천 명의 참석자들은 “정봉주”를 연호하며 응원했다. ‘나는 꼼수다’ 동료 진행자인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주진우 시사인 기자, 김용민 교수 등과 함께 정 의원의 배우자 송지영 씨, 박영선·정동영 통합민주당 의원들도 무대에 올랐다. 정 전 의원은 “오늘 우는 분들은 한나라당 프락치”라며 “즉시 적발해서 저랑 같이 교도소 갑시다”라고 특유의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또, “여러분 행복하시죠? 재밌죠? 안 쫄았죠?”라며 시종일관 밝은 모습을 보였다.

김어준 총수는 “정 의원은 구속수감되는 것이 아니라 (구치소)무상급식 시찰을 위해 지도방문하는 것”이라 말했다. 김용민 교수는 “추운 날씨에 걱정 많이 했는데 많이 따뜻해졌다”면서 “날씨도 정봉주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김대중 전 대통령, 김근태 전 의원, 조현오 경찰총장 등의 성대모사를 하며 나꼼수 특유의 유쾌함을 잃지 않았다. 김 교수는 “동생을 군대보내는 마음”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을 겨냥, “정 의원이 나올 때 이 근처(서초동) 빌딩을 소유한 누군가는 (감옥에) 들어갈 것이다”라며 비꼬기도 했다.

주진우 기자는 “파도가 몰려온다. 파도가 하나(정 의원)를 보냈다”며 “다음 파도가 저한테 온다고 하지만 파도에 밀리지 않고 즐겁고 명랑하게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주 기자도 “사실 이렇게 빨리 정봉주 의원이 (감옥에) 갈 줄 몰랐다”며 “여자 문제나 다른 문제로 갈 줄 알았는데 이렇게 가서 다행”이라고 유쾌한 농담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박영선 의원은 “오늘 아침 정책의장실에서 저와 정봉주 의원이 약속을 했다”며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범위가 너무 모호한 현행법을 개정하는 ‘정봉주법’을 만들어 더 이상 억울한 제 2,3의 정봉주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검찰이 정 전 의원 수감을 위한 검찰 출두를 재촉하자, 신원보증인으로 나서 26일 오후 1시까지 정 의원이 출석하지 않을 시 본인이 책임지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정봉주 의원의 BBK 관련 허위사실 유포죄 재판에서 변호를 맡아온 이재화 변호사는 이날 자리에 참석해 “대법 판결 당시 법정에 방청석 140석이 있었는데 정 의원 판결 방청석을 5명으로 제한하고 법원 판사와 직원들이 좌석을 선점했다”면서 “법원 측이 대테러 전쟁을 하는 것처럼 변호인 몸수색을 하고 사방으로 경호원이 도열해 있었다”고 밝혔다.

이날 송별회 자리에는 명진스님과 BBK 삼총사(정봉주 민주당 전 의원, 박영선, 김현미 전 민주당 의원) 가운데 한명인 김현미 전 의원, 노회찬 진보신당 상임고문, 민주통합당 소속 정동영, 정청래, 천정배, 이석현 의원과 원혜영, 정세균 민주통합당 대표도 참석했다.

김현미 의원은 “제가 BBK 의혹 제기로 검찰 실형을 받고 집행유예기간 동안 너무 외로웠다”면서 “우리 모두 정봉주를 떠나보낸 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정청래 전 의원은 “진실이 구속되지만 2013년 3월에는 거짓이 구속될 것”이라며 “제가 서울구치소에 있어봐서 아는데 정 의원이 거기에서 옥중투쟁위원장을 하며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떡값 검사 명단 공개로 검찰 기소 수사중인 노회찬 전 의원은 “정봉주가 들어가는 곳이 감옥이 아니라 정봉주가 없는 곳이 감옥”이라며 “정 의원만 감옥에 갈 것이 아니라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자진 출두하라”고 비판했다. 천정배 의원은 “내가 노무현 대통령 때 법무부 장관으로 있었는데 우리는 이런 치사한 짓은 안 했다”며 “정치보복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꼬집었다. 이에 청중들은 “보복하라”고 외치며 현 정권의 정략적 표적수사를 강력히 비판했다.

정동영 의원은 “대한민국 검찰 역사상 정문 앞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은 처음”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저지른 최대 실수는 정봉주 의원을 잡아넣은 것이고 올해가 가기 전에 석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호창 변호사를 비롯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 소속 변호사들도 대거 참석했다. 정효선 민변 사무총장 변호사는 “부정한 정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시민들의 올바른 비판의 목소리”라며 “제2, 제3의 정봉주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민변 공적기금을 만들었으니 변론기금을 모아 달라”고 알렸다. 정 변호사는 “여러분이 바로 민변의 변론대상이 될 수 있다”며 “마음껏 올바른 비판을 하시라. 민변이 변호하겠다”고 격려했다.

무대에서 관계자들이 발언을 하는 중간에 빨간 점퍼를 입은 노년의 시민이 무대 앞으로 다가가 현금 다발을 영치금으로 전달하기도 했다. 또 많은 시민이 무대 아래 내려가 있는 정봉주 의원에게 대추차, 6년근 홍삼, 소주 등 선물을 전달하며 격려와 지지를 보냈다.

한편 송별회 끝 무렵 원혜영,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무대 위에 올라서서 발언하자 청중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원혜영 대표가 “민주통합당이 BBK 진상 조사위원회를 만들었다”고 전하자 여기저기서 “빠져라 민주당, 그만하고 내려가라”, “진작 했어야지!”라는 고함이 쏟아졌다.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무대에 오른 주진우 기자는 “저희는 얘네들(검찰, 정부)이 상대해보지 못한 잡놈들”이라며 “굴하지 않고 끝까지 맞설 것이고 항상 꼼수 방식대로 기쁘고 즐겁게 맞서 반드시 이기겠다”고 다짐했다. 김어준 총수는 “정 의원을 10년간 매일 만나서 지겨웠는데 이렇게 보내려니 어깨죽지가 떨어져 나가는 것 같다”며 “정 의원을 보낸 사람들은 지금 ‘까불더니 꼴좋다’고 웃고 있을 텐데 실컷 웃어라, 그 웃음이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 기자, 김 총수는 발언 내내 울음을 애써 참는 모습이었고 이를 보다 못한 한 시민은 “울어라, 백만 원 내줄게”라고 외치기도 했다. 정 전 의원은 “울면 한나라당 프락치”라고 재차 강조하며 “제가 구속됨으로 인해 BBK 판도라 상자는 국민 여러분께 활짝 열린 것”이라 전했다. 정 전의원은 특히 “저는 진실과 함께 갇히고 진실과 함께 돌아올 것이며 두려워하지 않겠다”며 “돈 워리, 비 봉주!”라고 지지자들을 안심시켰다.

정 의원은 “여러분 사랑합니다. 여러분의 이런 참여가 세상을 바꿀 것입니다. 존경합니다”라는 인사를 끝으로 검찰에 입장했다. 정 전 의원이 서울중앙지검 정문으로 입장하기 위해 청중은 길을 냈고 그가 지나는 앞길에 들고 있던 빨간 장미꽃을 던졌다. 그는 수많은 지지자들의 열렬한 응원과 격려를 받으며 정문으로 어렵사리 입장했다.
 


한편 검찰 정문이 정 의원이 도착한 후 곧바로 열리지 않아 작은 소란이 일었다. 또 정문 앞 쪽에 있던 시민들은 담 너머에서 카메라로 시민들의 얼굴을 채증하고 있는 경찰을 향해 “경찰 카메라로 채증하지마”, “당당하니까 찍어라”라며 맞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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