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행정7부가 26일 방송통신위원회와 KT가 2G 이용자 신청인에게 제기한 2G 서비스 종료 집행정지 신청 항고를 받아들였다. 지난 7일 2G 이용자들의 2G 서비스 종료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인 판결과 달리 방통위와 KT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2G 이용자는 대법원에 재항고 뜻을 밝혀 법정 소송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방통위-KT 손 들어줘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기존 번호를 계속 유지할 수 없어 생기는 손해는 정부의 010 번호통합정책에 따른 것으로 2G 사업 폐지 승인으로 발생하는 직접적인 불이익이라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또한 2G 서비스를 계속 제공 받지 못해 발생하는 손해는 손해배상 청구권 행사로 보상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전기통신사업법상 서비스 폐지일을 서비스 이용자에게 알리게 돼 있는데 절차를 무시했다는 신청인(2G 이용자) 대리 변호인 측 주장에 대해서도 "KT가 7월25일 2G사업 폐지를 신청하며 9월30일을 폐지 예정일로 사용자들에게 알린 만큼 12월8일을 폐지 예정일로 알리지 않았다고 해서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KT는 지난 3월 2G 서비스 종료 방침을 정하고 4월 방통위에 폐지 승인 신청을 했지만 전체 서비스 이용자 중 2G 가입자가 많다는 이유로 승인을 유보한 바 있다. 그리고 KT는 지난 7월 폐지 예정일을 9월 30일로 맞춰 폐지 승인을 요청했는데, 재판부가 KT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날 판결에 따라 KT 당장 2G 서비스를 종료하고 4G LTE 서비스를 종료할 법적인 근거를 마련했다. KT는 보도자료를 통해 “KT 2G 서비스 폐지 승인 처분에 대한 집행 정지 신청을 기각한 서울고등법원의 이번 항고심 결정은, 국가 자원인 주파수의 효율적 활용 및 차세대 통신망 투자 활성화를 촉진하여 고객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국내 IT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바람직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KT는 4G LTE 서비스의 시작일에 대해서는 오는 1월 3일 서울을 시작으로 2G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종료할 방침이라며 3일 LTE 서비스를 시작할 뜻을 내비쳤다.

KT는 “1월 3일 오전 10시 서울을 시작으로, 2G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종료할 예정이며, 3G 임대폰 무료 대여, 기존 번호 연결 및 표시, 착신전환 서비스, 2G 번호 보관 서비스(6개월간), 서비스 종료 안내 링투유, 긴급 개통을 위한 방문서비스 등 다양한 이용자보호조치를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KT 홍보실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오늘 판결은 2G 서비스 종료에 대한 승인이 유효하다는 것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라며 “이번 판결일을 기준으로 1월 3일까지 2G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유예기간을 준 것으로 보고 3일부터 LTE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G 이용자 변호 대리인인 법무법인 장백 최수진 변호사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2G 이용자와는 다른 시각의 판결을 한 셈이며 KT와 방통위의 논리가 설득력이 있다고 본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최 변호사는 그러나 2G 서비스를 종료하고 LTE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지만 향후 KT가 본안 소송에서 패소한다면 LTE 서비스 가입자들이 피해를 보는 ‘복잡한 상황’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KT는 2G 서비스 주파수 대역을 LTE 서비스로 이용한다는 계획인데 2G 서비스 종료 승인에 대한 본안 소송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LTE 서비스를 시작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KT는 이번 판결에 따라 LTE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지만 보통 6~8개월 뒤에나 열리는 본안소송에서 패소하게 된다면 이미 서비스를 시작한 LTE 서비스와 2G 서비스의 주파수 대역을 동시에 사용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서울고법 판결 부당...2G 이용자 즉각 재항고

본안 소송이 있기 전까지 법적 공방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2G 이용자들은 이번 판결을 불복해 대법원에 즉각 재항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서민기 010통합반대운동본부 대표는 "이번 판결은 KT와 방통위의 입장을 그대로 인용한 판결"이라며 "고법의 판결을 존중하지만 우리로서는 부당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에 재항고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 대표는 "방통위가 이용자보호조치에서 소홀히 하고 있는 상황에서 방통위와 KT의 변호인이 주파수의 형평성 문제를 들었는데, 주파수 정책을 오판한 KT가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한 것이 핵심"이라고 비판했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이사도 이번 판결에 대해 "KT가 LTE 서비스를 한다며 900MHz의 주파수를 2500억원을 들여 사들인 것을 방통위가 승인하고서 희귀자원인 주파수를 놀리고 있는 것은 방통위와 KT의 기술 정책 실패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라면서 "이런 기술적 실패를 소비자의 피해로 전가시키고 행정적으로 처분을 묵인한 것은 비극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KT는 지난 4월 LTE 서비스의 주파수 대역으로 900MHz를 사들였지만 세계적인 주파수 흐름과 배치되면서 주파수 정책에 있어 치명적인 ‘오판’을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KT는 뒤이어 지난 8월 TE 주파수 경매에서 1.8㎓ 주파수에 응찰해 SK텔레콤과 경합을 벌였지만 경매에서 지면서 대신 800㎒ 주파수를 받았다. 하지만 800㎒ 주파수는 내년 7월부터나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여유 주파수가 없는 KT는 LTE 서비스를 위해 2G용 1.8㎓ 주파수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전응휘 이사는 '기존 번호를 계속 유지할 수 없어 생기는 손해는 정부의 010 번호통합정책에 따른 것'이라는 고법의 판결에 대해서도 "방통위는 01X 번호를 쓰는 것을 폐기하겠다는 뜻을 2018년까지 검토하겠다고 한 것 뿐이지 현재까지는 그대로 쓸 수 있다"라며 "01X 번호는 2세대 서비스를 쓴 사람만이 유지할 수 있는데 해당 번호를 유지하는 합리적 선택은 2세대 서비스를 선택하는 것이다. 방통위가 2세대 서비스를 종료한 것은 01X 번호를 쓰지 말라는 것으로 정책적인 모순이며, 그 정책에 따라 소비자들에게 2G세대 서비스를 강제로 떠나라고 압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조일영)는 지난 7일 2G 서비스 사용자들이 방송통신위원회를 대상으로 제기한 KT의 2G 서비스 종료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본안 재판에서 심리를 거쳐 판단함이 적절하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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