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방송 프로그램에도 드라마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시청자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것도 잘해야 본전이라는 ‘어린이 대상 드라마’가 황금시간대인 토요일 오후에 버젓이 편성돼 있다는 사실은 깜짝 놀랄만한 일이다.

‘언제나 푸른 마음’은 화려한 조명과 연예인들의 현란한 몸짓이 안방을 점령하는 토요일 5시30분에 이들 프로그램과 대결을 하며 조용히 안방문을 두드리는 프로그램이다. 매주 한가지씩 국민학교 고학년들의 관심사와 고민을 소재로 꾸미는 ‘언제나 푸른 마음’은 지난 2년간 소리없이 교육방송 간판 프로그램의 하나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코미디언이 꿈이었던 이상범 프로듀서(39·교육제작국)가 만드는 이 프로그램엔 우선 재미가 있다.(이PD는 ‘팔복이’ 김영배씨와 군대시절 더블MC로 활약한 이력이 있다) 자칫 딱딱해지기 쉬운 ‘예절’이나 ‘건전한 가치관’ 같은 소재를 어린이들의 시각에서 풀어가며 웃음과 재미, 그리고 삶의 지혜를 함께 선물해 준다. 어린이들의 심성을 빼닮아, 그래서 어린이들과 호흡을 함께할 수 있는 타고난 이PD의 재능이 이 프로그램의 생명이자 인기의 비결이다.

스스로 무명의 아역배우들을 선발, 직접 연기지도를 하며 때로는 스스로 시연을 해보이고 또 출연자들의 분장까지 손수 해가면서 이PD는 주변의 얘기처럼 ‘기적적’으로 이 드라마를 만들어 나간다. 3일 전파를 타는 ‘진짜 미인’ 편도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재미’와 ‘교육성’ 만점의 프로그램이다.
‘진짜미인’은 국민학교 고학년들이 갖고 있는 고민중의 하나인 ‘외모’를 소재로 한 것이다. 남학생들이 같은반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인기투표를 하고 이 결과를 놓고 파생되는 미묘한 긴장과 갈등으로 자연스럽게 얘기를 펼쳐간다.

남들보다 밉다고 생각하는 주인공 주희는 에어로빅을 하고 야채주스를 마시며 ‘겉멋’을 배운다. 이PD는 이런 주희를 가만두지 않는다. 집잃은 ‘어린이’와 길을 찾는 ‘할머니’를 등장시켜 “주희야! 네가 갈구하는 진짜 미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집요하게 던진다. 그러나 절대 억지대답을 유도하지는 않는다. 그만큼 자연스럽게 주희가 스스로 부딪치면서 깨달아 나가도록 유도한다.

“어른이 등장해서 감놔라 배놔라 하는 식의 어린이 드라마는 실패한다”는 이PD의 남다른 ‘고집’이 이 편에서도 그대로 녹아들어 있다. 이 프로그램이 어린이 교육용에 머물지 않고 어른들 참고용으로까지 평가될 수 있는 저력을 엿보게하는 대목이다.

고만고만한 프로그램에 싫증이 난 어린이나 어른들이 한번 보기시작하면 ‘안보고는 못배긴다’는 프로그램이 주말 저녁시간대에 있다는 것도 다행스런 일이다. 타방송사의 유사프로그램 제작비의 10%정도로 제작된다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재정에 쪼들리는 교육방송으로서는 가장 돈을 많이 투자하는 축에 속하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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