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해고노동자들을 상대로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경찰이 23일 소환조사를 통보했다. 한진중공업의 희망버스에서 보여준 사회적 연대 운동이 쌍용자동차의 '희망텐트'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공권력을 앞세워 막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경찰은 23일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과 김남섭 사무국장, 김득중 금속노조 수석부지부장을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조사할 게 있다며 1차 소환 조사를 요청했다.

평택경찰서 지능수사팀 관계자는 "쌍용차 정문 앞에서 1인 시위와 집회를 주최한 사람들이 쌍차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고소가 들어왔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조사하기 전에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금속노조는 23일부터 24일까지 쌍용차 평택공장 정문 앞에서 '희망텐트 1차 포위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정리해고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고 참가자들은 텐트를 쳐 비박할 계획인데 경찰이 이날 쌍용차 핵심 간부들을 상대로 소환조사를 통보한 것이다. 대규모 연대운동의 시작을 알리는 날, 핵심 간부들을 소환조사하면서 연대의 확산을 미리 차단하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 쌍차 노동자들의 주장이다.

소환 조사 대상자에 따르면 쌍용차 정문 앞에 '죽음의 공장 쌍용차를 점령하라'는 문구가 쓰여진 플랜카드로 회사의 로고를 가리고, ‘죽음의 공장’이란 표현을 쓴 것에 대해서 사측이 고소한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8일에도 평택시는 공장 정문 설치된 텐트 7동과 공용천막 3동을 강제철거하면서 충돌을 빚었다.

평택시 측은 공장 앞에 설치한 '희망텐트'는 "도로법을 위반한 불법 설치물"이라며 철거를 단행했고, 이 과정에서 충돌한 금속노조 조합원 3명이 경찰에 연행돼 풀려나기도 했다.

경찰 소환조사 대상자인 김득중 금속노조 수석부지부장은 "희망텐트는 노동자들의 죽음을 막고, 비정규직 정리 해고 문제를 제도적으로 바꿔보고자 하는 운동이며 이곳은 저희들만의 문제 해결 공간을 넘어서 소외받고 탄압받는 사회적 약자들이 만드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김 수석부지부장은 "정말 이런 작은 문제가 업무방해로 치명타를 주고, 텐트 때문에 위기가 처했다고 하는 것은 우스운 상황"이라며 "경찰조사를 개의치 않는다. 우리가 하는 일은 정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쌍용차 정리 해고 문제는 여전히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09년 쌍용차는 1670명을 희망퇴직시키고, 974명을 정리해고했다. 정리해고자 468명을 1년 무급 휴직 후 복직시키기로 합의했지만 아직까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쌍용차 해결이 늦어지면서 해고노동자와 가족들 19명이 목숨을 잃는 등 사회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금속노조는 이날 열리는 결의대회에 노조 소속 조합원 700여 명이 참가해 쌍차 노동자들과 함께 텐트에서 숙박을 하고 24일 오전 집회를 해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희망텐트촌은 죽지 않고 살기 위한 해고 노동자들의 마지막 불씨이자 '함께하자'고 손짓하는 '연대의 마을'이다"라며 "경찰의 강제철거에 대항해 꾸준히 텐트를 치고 있는 만큼 이번 대규모 집회에 많은 국민들이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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