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도 너무 달랐다. 대법원의 정봉주 전 의원 유죄 선고에 대한 언론보도를 두고 하는 말이다. 23일 아침종합신문은 정봉주 전 의원의 유죄 선고 소식을 전하면서도 전혀 다른 의미와 평가를 내놓았다.

대선을 1년 앞두고 법정 기일이 확정된 점, 여전히 BBK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정치적 보복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조중동은 일제히 '죗값을 혹독하게 치른 셈'이라며 사법부의 처벌 의지를 높이 평가하고 정 전 의원의 지지자들까지 싸잡아 비난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여야 교섭단체 대표·원내대표와 만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에 따른 정부의 대응 방향을 설명한 것에 대해서는 대북정책의 변화를 예고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다음은 23일자 아침종합신문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올해의 인물 투표하는 사람들>
국민일보 <정부, 북 새 지도부에 잇단 유화 제스처>
동아일보 <한국은 북 자극 말라 오만한 중, 북 편들기>
서울신문
세계신문 <북한에 유연 대응 얼마든 여지 있어>
조선일보 <원전 후보지 삼척, 영덕>
중앙일보 <한명숙 무죄 땐 '현명한 사법부' 정봉주 유죄엔 '사법부 죽었다'>
한겨레 <청, 김정은 체제에 관계개선 메시지>
한국일보 <5. 24 조치 해제 수준 전향적 대북정책 검토>

대법원이 22일 정봉주 전 의원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로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피고인이 직접적인 표현 또는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방법으로 공표한 ‘이명박 후보자가 김경준과 공모해 주가조작 및 횡령을 했다’ ‘이명박 후보자가 BBK를 소유하고 있다’ 등의 발언이 허위임이 증명됐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정 전 의원은 선고 직후 "국민 모두 이명박 대통령이 BBK와 관련이 있다는 의혹을 갖고 있다, BBK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수사해야 한다"며 BBK 의혹 제기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았다.

박근혜 의원도 이명박 대통령 BBK 의혹 제기했는데…

경향신문은 정 전 의원의 BBK 의혹 제기에 대해 박근혜 전 대표를 들어 대법원 판결의 형평성을 적나라하게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이명박 정권은 이른바 BBK 의혹 위에서 세워졌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5년 전 대선 국면에서 민주당 정동영 후보 측은 물론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박근혜 의원 측도 이명박 대통령이 BBK의 실소유주이며 주가조작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집중 제기하면서 공세를 퍼부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따지고 보면 BBK 의혹 제기의 강도에서 박근혜 의원은 정 전 의원보다 강하면 강했지 결코 약하지 않았다"며 "그는 당내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BBK 사건을 '5500명의 투자자에게 1000억원대의 피해를 입혔고, 피해자가 자살까지 했던 사건'이라고 규정하면서 'BBK의 실제 주인이 우리 당의 모 후보라는 비밀계약서까지 있다'고 주장했다. 정 전 의원을 기소하고 유죄를 확정한 논리대로라면 박 의원도 기소돼 그에 상응한 처벌을 받아야 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지금까지도 완전한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지 않았으며, 온갖 의혹들이 현재진행형으로 굴러가고 있는 이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도 '국민 법 감정과 동떨어진 정봉주 전 의원 판결'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대선 당시 야당의 비비케이 진실규명단장으로서 정당 활동의 일환으로 발언한 내용을 문제 삼아 실형까지 선고해야 했던가"라고 되물었다.

그리고는 "물론 대통령 후보자가 주가조작에 연루된 것처럼 발언해 표현상 법적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하더라도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한 것은 국민의 법감정에 비추어 과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 특히 주가조작에 동원된 계좌에 실제 이 후보가 관여했던 이비케이(EBK) 자본금이 거쳐가는 등 당시로선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는 정황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대선 당시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기소됐던 다른 의원들과의 형평성에 비추어서도 문제가 있다. 당시 이 후보 부인 김윤옥씨의 고급시계 매입설 유포 등을 이유로 기소됐던 의원은 일부 무죄와 함께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이미 사면복권까지 이뤄진 터"라며 "지난 대선 때 벌어진 일 때문에 대통령 임기말에 와서 실형까지 살아야 하는가 하는 점에서 지나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한겨레는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은씨가 1대 주주인 ㈜다스가 김경준씨와의 소송에서 졌는데도 김씨가 140억원을 다스에 건넨 경위는 의문투성이다. 양자 사이에 뭔가 이면거래가 있지 않고서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고 지적했다. 여전히 BBK 사건이 의혹 투성이이며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나꼼수, 지지자들 싸잡아 비난

반면 보수 신문들은 정 전 의원의 판결을 고리로 정 전 의원을 지지하는 사람들, '나는꼼수다'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대해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동아일보는 사회면에서 나꼼수를 두고는 "이명박 정부와 보수 세력에 전방위적 비판과 묻지마식 폭로를 가해왔다"면서 "평소 나꼼수의 폭로에 부정적이던 누리꾼과 시민들은 이번 판결로 나꼼수가 최소한의 신뢰를 갖추지 못한 방송이라는 점이 드러났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이어 "허위사실 유포자는 분명 벌을 받아야 한다. 이번 기회에 법은 살아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이런 ×은 더 엄격하게 처벌해 퇴출해야 한다”는 누리꾼들의 거친 반응을 소개했다.

하지만 동아일보는 반발하는 나꼼수 지지자들에 대해서는 '일종의 정치적 팬덤(특정한 인물이나 분야를 추종하는 현상)'으로 연결시키는 논리를 보였다.

사설에서도 동아일보는 "정 전 의원은 1,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도 인터넷 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 등을 통해 허위 주장을 반복했다.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비난했다.

동아일보는 정 전 의원의 지지자를 '추종자'라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주심 대법관의 얼굴 사진을 올리고 ‘혐오스럽다’ ‘죽이고 싶다’ ‘대법원은 자폭하라’ 같은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 붓고 있다. 모욕이나 명예훼손 같은 범죄에 가까운 내용이다. 자신의 생각과 같지 않으면 대법원의 결정도 ‘쓰레기’라고 매도하고 법관을 위협하는 이들에게 과연 법치국가에 살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맹비난했다.
 

조선일보는 정 전 의원을 지지하는 판사들의 페이스북을 문제삼아 판사들을 처벌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이정렬 창원지법 부장판사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아침 10시에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의 대법원 재판과 관련해) 다 같이 기쁜 마음으로 박수를 칠 수 있는 소식을 기다려 보십시다"라는 글을 올렸다"면서"이 부장판사는 나꼼수의 무죄 판결 캠페인에 호응이라도 하듯 대법원이 정씨에게 무죄 판결을 내리는 게 옳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고 썼다.

이어 "판사는 국회의 탄핵 발의로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결정이 내려지거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지 않고는 파면되지 않는다"며 "대법원은 법을 고쳐서라도 막말 판사들에 대해선 재판 당사자들이 '법관 기피'를 요청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늘어나는 현실을 바로 봐야 한다"고 보도했다.

국민일보도 사설에서 "(정 전 의원이)대법원의 최종 판단만을 기다리는 잠재적 수감자 신분이면서도 언행을 조심하지 않았다"면서 사법부에 대해서도 "선량한 국민이 감방을 갈지 안 갈지를 3년 동안 확정하지 않고 불안하게 놔두는 이런 사법부는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비난했다.

서울신문은 사회 12면에 정 전 의원의 판결 소식을 전하면서 "선거범죄에 대해 사법부의 엄정한 처벌의지를 재확인한 데 의미가 깊다"며 "특히 내년에 총선과 대선이라는 두 개의 큰 선거를 앞두고 사법부가 '네거티브 선거전'에 의한 선거 범죄를 엄중하게 다루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도 읽힌다"고 주장했다.

사설에서는 정 전 의원을 포함해 강기갑 의원, 진중권 시사평론가 모두를 싸잡아 비난했다. 사설 제목도 "정봉주, 강기갑, 진중권 유죄판결의 함의"이다.

서울신문은 "'나꼼수’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과 ‘공중부양’ 강기갑 통합진보당 의원이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문화평론가 변희재씨를 모욕한 혐의로 기소된 진보논객 진중권씨에 대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도 확정됐다"면서 "공중부양이란 희대의 활극을 보여준 강 의원에 대한 유죄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특정인에게 ‘듣보잡’이란 모욕적 표현을 반복해 사용하며 ‘인격살인’을 감행한 진씨의 경우도 표현의 자유를 들이대기에는 너무 나갔다"고 비난했다.

중앙일보는 1면 "한명숙 무죄 땐 '현명한 사법부; 정봉주 유죄엔 '사법부 죽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검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1, 2심에서 법정 구속하지 않았고 출석일자를 하루 미뤄 준 것도 많이 배려한 것 아닌가. 정 전 의원이 집행에 응하지 않으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정 전 의원의 법정 구속 집행을 주문했다.

이명박 대통령 대북정책 전환 예고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여야 교섭단체 대표·원내대표와 만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에 따른 정부의 대응방향을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의 남북관계는 얼마든지 유연하게 할 여지가 있다"며 대북관계 전환을 시사했다.

이 대통령은 천안함·연평도 사태에 대한 사과 없이 남북대화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북한이 어떤 남북관계를 원할지, 비핵화에 어떤 입장을 정리해서 나올지 그런 것에 따라 우리의 입장을 정리할 폭도 넓어졌다”고 말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을 계기로 남북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경향신문은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포스트 김정일’ 시대의 대북정책 변화 방향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고 평가했다.

특히 경향신문은 "이 대통령이 “북한을 적대시하지 않는다”며 대북 유연성을 시사한 데는 남북관계를 현 상태로 방치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권력 이양기는 남북관계를 재설정할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향신문은 " 북한을 둘러싼 주변국들의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남북관계 경색을 이어가는 것은 정치적으로도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다만 "이 대통령의 구상이 어느 수준까지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북한의 선제적 변화를 조건으로 달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보수층이 정책 변화를 용인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라고 보도했다.
 

국민일보는 3면에서 "최종 책임자가 사라졌으니 양쪽 모두 좀더 전향적인 대화를 할 수 있지 않겠느냐'라는 메시지를 남한 여론과 북한 새 지도부를 향해 보낸 셈"이라고 분석했다.

국민일보는 하지만 "김정은 체제의 북한이 어떤 선택을 할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섣부른 결정은 오히려 남남갈등만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도 6면에서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현 정부가 대북 관계를 리셋 모드로 맞추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한겨레는 4면 "북 새체제 맞아 다시 시작…꽉막힌 남북관계 출구찾기"라는 기사에서 "천안함 연평도 문제의 책임을 이미 사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돌림으로써 김정은 체제에선 남북이 새롭게 시작하자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며 "이런 변화는 남북관계의 악화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정무적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김정일 위원장 사망을 계기로 꽉 막힌 남북관계를 어떻게든 풀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남북관계의 단절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큰 부담인데, 정부의 대북 조의 표명에 보수 진영마저 동의하면서 정책 전환에 대한 자신감도 갖게 됐다는 분석이다.

종편 방송광고대행사 위탁 2년 유예 가닥?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으로 정국이 어수선한 틈을 타 여야가 종합편성채널(종편)의 방송광고판매대행사(판매대행사) 위탁을 2년 유예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는 보도가 눈에 띈다.

경향신문은 "이명규 한나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종편의 판매대행사 위탁 2년 유예, 방송사의 판매대행사 소유 지분 최대 40% 허용, 지상파·종편·보도전문채널 지주회사의 판매대행사 출자 금지, 매체 간 교차판매 허용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최종 협상안을 6인 소위에 제시했다"며 " 이 협상안은 언론노조가 국회에 요구했던 안보다 후퇴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언론노조는  종편을 판매대행사에 즉시 위탁하고 방송사의 소유 지분을 최대 20%로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향신문은 "언론노조는 특정 방송사의 소유 지분을 최대 40%로 명문화하는 건 방송사에 광고 직접영업을 허용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고  "종편의 판매대행사 즉시 위탁을 주장했던 민주통합당은 언론노조에 한나라당 안을 수용할 수 있겠느냐며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민주통합당의 제안에 반발하는 언론노조의 목소리를 실었다.
 

경향신문은 1면에서 올해의 인물로 투표하는 사람들로 뽑으면서 지난 10월 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투표한 시민들이 투표소를 배경으로 촬영한 인증샷 사진을 머리기사 전면에 내세웠다.

경향신문은 1면 기사에서 "올해 벌어진 크고 작은 선거마다 변곡점을 만든 것은 투표장을 찾은 2040세대"였다며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 학원장이 후보로 부상하고 '안철수 현상'을 낳은 기저에는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응집됐다"고 분석했다.

경향신문은 정부가 0~4세 무상교육을 수용하고 고용, 주거안정 등 민생대책을 준비한 것도 투표의 힘이며 정당 혁신의 필요성을 자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가 총선 출마를 위해 사장을 사퇴한 허준영 코레일 사장을 비판하는 광고를 1면 전면 광고에 실은 것도 눈길을 끌었다.

광고에서 두 신문은 "코레일 허준영 사장님, 철도안전 망쳐놓고 어디로 가십니까"라며 5115명 인력 감축, 173명 해고, 1만2천명 징계 등 허준영 사장 체제 하의 문제점을 나열했다. 그리고는 "철도 역사상 최악의 사장, 국민도 당신을 믿지 않는다"며 허 사장의 총선 출마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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