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 첫 심의로 관심을 모았던 채널 A ‘뉴스 830’과 TV조선 뉴스 '날'의 'A씨 동영상' 보도와 관련한 심의가 보류됐다. 제재할 마땅한 방송심의규정이 없다는 이유다. 채널 A의 개국 다큐멘터리 '트로이의 햐얀 묵시록 그린란드'는 제작진의 의견 진술을 듣고 제재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연이틀 성행위 동영상 내보냈는데 제재 방법 없다?

21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방송심의소위원회를 열고 세 프로그램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지만 제재 조치에 대한 이견을 보여 결론을 내지 못했다. 특히 정부 추천 위원들은 선정적 보도를 막을 만한 마땅한 규정이 없다며 제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여 종편 심의 특혜 논란 예상된다.

야당 추천 장낙인 위원은 해당 보도 영상에 대해 "문제가 된 내용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엘로우 저널리즘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며 선정성 문제를 제기했다.

김택곤 위원 역시 "기사의 내레이션과 맞물려 (모자이크 처리 영상을) 본다면 성행위 장면임을 유추할 수 있다"며 "그게 과연 TV매체에서 허용할 수 있는 것이냐. 황색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정도가 아니라 제재를 검토할 만한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그러면서 "모자이크 처리된 성행위 동영상에 대해 아무 거론 없이 지나간다면 이런 식의 보도가 이제는 지상파까지 옮겨져 무한 시청률 경쟁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혁부 부위원장은 하지만 "동영상이라고 올렸는데 그게 선정적이라고 입증하기가 쉽지 않고 성행위 동영상이라고 판단할 만한 자료가 없다"면서 '선정적 보도'를 두고 심의할 규정이 없음을 토로했다.

엄광석 위원도 "모자이크를 처리한 부분이 선정성으로 이어지기에는 힘들지 않나"라며 "동영상 부분은 음란성 부분으로 연결되기는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날 올라온 심의의 핵심은 모자이크가 처리된 영상의 선정성 문제보다는 연속 이틀 반복적으로 문제가 제기된 영상을 내보면서 선정적 보도를 이어갔다는 점이다.

특별자문위원회도 심의 안건을 검토해 "가족들이 보는 시청대의 시간에서 선정적 방송을 한 것은 방송심의규정 위반"이라는 의견을 냈다. 지상파 방송 뉴스는 일절 관련 보도를 내보내지 않았고, 보도전문채널에서도 보도를 하긴 했지만 해당 영상을 방송하지 않았다는 의견도 첨부됐다.

무한도전은 품위유지 위반이라면서 A씨 동영상은?

야당 추천 위원들은 뉴스 보도의 선정성 문제는 방송심의 규정 27조 1항을 위반한 것이라며 제재 조치를 논의하자는 의견을 냈다. 방송심의에관한규정 27조 1항에 따르면 "방송은 품위를 유지해야 하면 시청자에게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박만 위원장을 비롯한 여당 추천 위원들은 품위 유지 조항으로 규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특히 권혁부 부위원장이 과거 타 방송 프로그램을 심의하면서는 품위유지 조항을 강력히 적용하자고 주장한 전례가 있어 이번 종편 심의에서 형평성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권 부위원장은 지난 7월 선정적 자막으로 문제가 된 MBC ‘무한도전’을 심의하면서 “예능 프로그램이라 해도 어느 정도 품위 유지는 필요하고 지상파 방송은 더 엄격하게 들여다봐야 한다"며 "유사한 내용이 개선되지 않고 반복되면 심하게 제재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뉴스 보도와 오락 프로그램의 특성이 다르긴 하지만 권 부위원장의 주장대로라면 선정적인 내용의 반복적인 방송이라는 점에서 ‘A씨 동영상’ 보도에 대해 충분히 품위유지 조항 적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권 부위원장은 이날 심의에서는 "심의를 하면서 법적인 주장을 하려면 명쾌하게 규정에 따라 제재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없는 상태에서 정서적으로 우리가 엘로우 저널리즘이라고 해서 제재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결국 이날 'A씨 동영상' 심의는 방송심의규정 27조 1항에 규정된 '품위'의 개념을 유권해석해서 적용할 수 있는지 다음 회의에서 논의하자며 보류 결정을 내렸다.

한편, 채널 A 다큐멘터리 '트로이의 하얀 묵시록 그린란드'는 청소년보호시간대 잔혹한 장면을 여과 없이 내보냈다는데 동의해 제작진의 의견진술을 듣고 제재 조치를 결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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