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2G 서비스 종료를 둘러싼 KT와 2G 이용자들의 싸움을 둘러싼 언론 보도가 점입가경이다. 지난 7일 법원이 2G 이용자들의 손을 들어준 이후부터 대부분 언론이 KT를 걱정하기 바쁘다. KT가 2G 서비스 이용자들의 전화기를 강제 해지하는 등 불법 사례가 발생할 때는 눈을 감은 언론들이 말이다.

방통위에 접수된 KT의 2세대 종료 관련 민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18건이었던 민원은 9월 130건, 10월 170건으로 증가하는 등 KT의 3G 전환을 앞두고 2G 서비스 이용자들의 불만이 폭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9월에는 방통위가 KT에 “가입전환 과정에서 허위정보 제공 등으로 인한 이용자 피해나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하라”는 주의를 줬지만 9월 이후에도 KT의 탈법적 3G 전환 사례는 400여 건이 접수되는 등 끊이지 않았다.

게다가 지난달 21일에는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 8명이 성명서를 통해 “KT가 불법적이고 부당한 방법으로 2세대 이용자의 가입전환을 시도했다면 소비자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한 것으로 방통위는 엄격한 조사를 통해 그에 상응하는 제재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지만 22일자 신문으로 한국일보와 내일신문을 제외하고는 이에 관한 소식을 찾아볼 수 없었다.

반면 방통위의 2G 서비스 종료 승인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문화일보는 11월 7일자 “이달 말 ‘굿 바이 2G’”제목의 기사를 통해 “현재의 추세가 지속될 경우 방통위 전체회의가 열리는 오는 20일쯤에는 KT의 2G 가입자 수는 10만명대 초·중반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돼 2G 서비스 종료 승인에 필요 조건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며 KT의 2G서비스 폐지 승인을 기정사실화했다.

23일 실제 방통위가 2G 서비스 종료를 승인하고 난 뒤 24일자 신문도 KT의 LTE 서비스 개시에 초점을 맞춰 일방적인 KT의 목소리를 담기에 바빴다. 서비스 종료를 결정한 당시 회의에서 야당 추천 상임위원들이 “1000여건 넘는 민원이 발생한 만큼 전환 과정의 불법성에 대한 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며 폐지 승인을 반대한 목소리에 대해서는 철저히 눈을 감은 셈이다.

지난 7일 법원이 2G 서비스 이용자들이 방통위를 상대로 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수용한 날 종합일간지 신문들은 일제히 법원 판결을 스트레이트 기사로 내보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방통위의 2G 종료 승인 과정 중 “절차적, 실체적 위법이 있다고 볼 여지가 없지 않다”며 2G 이용자의 손을 들어줬지만 법원 판결의 의미를 짚은 기사는 많지 않았다. 대기업과 소비자들의 법정 싸움에서 소비자들의 손을 들어준 일은 이례적인 일이다. 더욱이 주무부처인 방통위의 무리한 행태에 따른 소비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정부의 정책에 제동을 건 판결이라면 그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대신 언론들은 7일 이후 보기 민망할 정도로 KT의 편에 선 편향적인 보도를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지들은 2G 서비스의 주파수를 이용해 LTE 서비스를 하려는 KT의 계획이 차질을 빚으면서 수억원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2G 이용자들을 압박하기도 했다.

아시아경제는 12일자 신문에서 “12일 증권 및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KT 2G 가입자 한 명이 사용하는 주파수의 가치는 626만원인 반면 경쟁사의 LTE 사용자 한 명이 사용하는 주파수 가치는 5만5000~10만원 수준으로 나타났다”며 “2G 서비스 종료가 지연된 채 KT의 2G 가입자가 지금보다 더 줄어들 경우 이 격차는 더욱 커진다. 무선전화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고객들의 가치 왜곡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보도했다.

이번 법원의 판결로 KT에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기존 LTE 가입자들이 주파수 사용에서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인데, 정작 주파수 논쟁을 KT가 자초했다는 것(한국일보 9일자)은 명백한 일이다.

지난 4월 KT는 방통위의 주파수 할당에서 선택권을 얻어 900㎒의 주파수를 선택했다. 유럽 통신사와 동남아, 북미지역 통신사들이 1.8㎓와 800㎒를 선택한 것과 상당한 차이가 있어 세계적인 주파수 흐름에 벗어나 KT가 치명적인 ‘오판’을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8월 KT는 LTE 주파수 경매에서 1.8㎓ 주파수에 응찰해 SK텔레콤과 경합을 벌였지만 경매에서 져 1.8㎓ 주파수는 경쟁사인 SK텔레콤에 넘어갔고, 대신 800㎒ 주파수를 받았다. 하지만 800㎒ 주파수는 내년 7월부터나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여유 주파수가 없는 KT는 LTE 서비스를 위해 2G용 1.8㎓ 주파수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KT가 여유주파수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4G LTE 서비스를 위해 무리하게 2G 서비스 종료를 추진한 것인데, 오히려 책임을 2G 이용자에게 전가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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