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2G 서비스 종료 가처분 집행정지 신청 소송을 낸 2G 이용자에게 신청하지도 않은 3G 단말기를 보냈다가 반송 처리하는 소동이 일고 있다.

KT는 지난 19일부터 소송 참여자 900여 명에게 3G폰을 우편 택배로 보냈다. KT는 3G폰과 함께 첨부된 안내문을 통해 "저희 KT는 2G 이동전화 서비스가 종료되더라도 고객님께서 기존번호 그대로 중단 없이 통화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무료전화기를 발송해 드린다"며 2G 서비스가 종료될 경우 고객 보호 차원의 혜택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택배를 받아본 2G 이용자들은 한창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2G 서비스 종료를 반대해 소송에 참여했던 사람들에게 3G폰을 보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들은 KT가 항고를 앞두고 이용자보호조치에 최선을 다했다고 생색을 내기 위한 꼼수로 소송참여자들을 이용하고 있다고 분개하고 있다.

실제 오는 23일 2G 서비스 종료 집행정지 가처분 판결에 대한 항고심이 열리는데 KT는 항고이유서에서 "일정 범위의 이용자에 대해서 신청에 관계없이 무료폰을 배송했다"고 명시했다.

더욱이 KT는 소송참여자들에게 3G폰을 보냈다가 도중에 수신인이 수취거절을 하지 않았는데도 반송처리를 하고 있어 소송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010통합반대운동본부 까페에는 자신이 수취거절 의사를 밝히지 않았는데도 수신인이 거부해 반송처리가 됐다는 우체국의 통보를 받고 항의하는 글이 수백 건 올라와 있다.

이들은 3G폰을 실제 받지도 않았고, 수취 거절을 하지 않았는데도 우체국 서류상으로는 자신이 물건을 반송한 것처럼 돼 있다며 우체국에 '발송인(KT) 취소 요청'으로 정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항고심을 앞두고 KT가 ‘발송인 요청’에 의한 게 아니라 ‘수취인 거절’ 사유를 들어 3G폰을 반송 처리함으로써 'KT는 이용자보호조치에 최선을 다했지만 소송인들이 거부하고 있다'는 논리를 펴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한 누리꾼은 010통합반대운동본부 게시판에 “저 같은 경우 어떻게 생긴 소포인지 뭔지 구경도 못했고 소포가 왔다는 집배원의 문자, 전화 한번 받지도 못했다. 내가 소포를 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수취거절을 할 수 있느냐”고 “KT에서 2G사용자 보호조치를 취했는데 사용자들이 거부했다면서 2G 서비스 종료를 앞당기려고 하는 게 아니겠느냐”고 비난했다.

또한 소송 참여자들 중에는 소송장에 명시한 주소와 실제 살고 있는 주소를 달리 표기한 사람이 많은데 KT가 소송장에 명기된 주소로 3G폰을 보내놓고 배달사고가 나자 일괄적으로 반송처리하는 소동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2G 이용자 소송 대리인인 최수진 변호사는 "KT의 항고를 떠나서 원하지도 않은 물건을 주는 것은 민폐"라면서 "결국 소송참여인을 끌여들여 재판에서 좋은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반송처리 건에 대해서도 "저로서도 납득이 잘 안된다"며 "엉뚱하게 소송장에 나와있는 주소로 물건을 보냈다가 문제가 되니 반송처리한 것으로 보이는데 개인 정보 공개를 본인이 동의한 적이 없어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KT 측은 2G 서비스 이용자보호를 위한 배려차원에서 3G폰을 보냈는데 일부 주소가 달라 발송 취소를 했다고 주장했다.

KT 홍보실 진병권 언론홍보팀장은 "3G폰을 3만원까지 충전해서 배송했다. 2G 서비스 종료 시에 고객들의 혜택과 보호 차원에서 준 것"이라고 "소송인 뿐 아니라 신청이 어려운 격오지의 사람이나 노인층에게 3G폰을 발송했다. 소송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3G폰을 보내지 않으면 그것 역시 역차별이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진 팀장은 "3G폰을 안 받거나 하면 어쩔 수 없지만 그분들도 KT의 고객이다. 발송 취소에 대해서는 100개 중 1개 정도의 일부에서 취소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까페에서 올라온 글들은 KT에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쓰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며 "그런 고객 조차도 도와주려고 배려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23일 열리는 항고심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KT가 최신 LTE폰 3종을 3G 요금제로 가입할 수 있도록 한 것 자체부터 당장 2G 서비스 종료 소송에서 자신들이 불리한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라며 "2G 서비스가 종료가 되고 4G LTE 서비스를 시작할 때 3G 요금제로 가입한 LTE폰의 주파수를 바꾸는 문제도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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