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과 관련한 친북·종북 게시글을 집중 모니터링하겠다는 방침을 세워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을 계기로 본격적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통제에 나선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SNS 심의와 관련해 지난달 신설된 뉴미디어정보심의팀이 본격 가동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일 방통심의위는 "북한 ‘김정일 사망’과 관련하여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친북·종북’ 관련 게시글에 대해 중점 모니터링과 채증작업을 통해 신속한 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예로 든 친북 종북 관련 게시물은 "가장 위대하신 령도자 김정일 동지의 재령부활을 강력히 청원합니다"라는 내용으로 SNS에 급속히 퍼져 심의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 방통심의위의 입장이다.

방통심의위는 "인터넷 등을 통해 확인되지 않는 ‘악성 루머’나 ‘허위사실’ 등을 유포해 정치·경제·사회적으로 국민 불안을 초래하거나 동요를 일으킬 수 있는 일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심의 업무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뉴미디어정보심의팀은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위에서 예로 든 게시물 이외에도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암살자를 고용해 김정일 위원장을 살해했다', '예비군 소집령이 곧 있을 것'이라는 게시물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뉴미디어정보심의팀은 정보통신망법 44조의 7(불법정보의 유통금지 등)에 따라 관련 기관의 요청이 있을 시에 국가보안법 위반 관련 게시물에 대한 심의가 가능하다며 관련 기관에 통보하고 요청이 올 경우 심의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정상적인 법 절차대로라면 '경찰청 요청→뉴미디어정보심의팀 검토 →통신심의소위원회 심의 안건 상정 후 의결' 순으로 진행해야 하는데 방통심의위 입장은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발견된 국가보안법 위반 게시물을 경찰청 등 행정청에 통보하고, 심의 요청을 해달라는 식이다. 법 절차를 지키지 않고 편법을 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만한 대목이다.

친북·종북 게시물에 대한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 예를 들어 정부가 김정일 위원장의 조문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에게 조의를 표했을 때 등 어디까지 친북·종북 게시물로 봐야 하는지 애매모호하다. 사정 당국의 자의적인 기준에 따라 충분히 친북·종북 게시물의 범위가 조정될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는 것이다.

특정 게시물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를 방통심의위가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것도 위법이라는 지적이다.

한명호 뉴미디어정보심의팀은 "대법원 판례 기준과 국가보안법 제7조에 따라 북한 김정일 위원장을 찬양하거나 북한 체제를 선전, 선동하고 여과 없이 우리 체제를 비판한다면 친북·종북 게시물에 해당된다"며 자체 모니터링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장여경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는 "국가보안법 위반 게시물에 대한 심의 절차에 대해서는 편법을 써서 꼼수를 부리고 있고, 국가보안법 위반의 내용적 측면에서도 법원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자의적으로 판단해 심의에 들어가면 위헌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 활동가는 "방통심의위는 행정기관으로서 불법정보를 판단한 능력도 권한도 없다. 심의 내용과 절차에 대한 헌법 소원이 쇄도하고 있고, 위헌 결정이 될 날이 멀지 않았다"며 "이번에 국가보안법 위반 게시물을 계기로 SNS를 통제하겠다고 나서겠다는 자충수를 두면 방통심의위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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