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가 오는 21일 디지털 방송 전환 후 회수되는 700MHz 대역 108MHz 폭의 주파수를 통신 쪽에 할당하는 방안을 대통령 업무보고 내용에 포함시킬 것으로 알려져 방송계가 반발하고 있다.

주파수 통신 할당 방안 대통령 보고

김정삼 방통위 주파수정책기획 과장은 15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방통위 정책인 모바일 광개토 플랜과 관련한 기본적인 방향 정도의 내용을 대통령에게 보고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모바일 광개토 플랜은 지난달 22일 토론회를 열어 방통위가 밝힌 모바일 트래픽 증가에 따른 통신 대응 전략을 담은 정책으로 통신 쪽 주파수 할당을 기정사실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김 과장은 "대통령 업무보고에 주파수가 통신이냐 방송이냐를 놓고 할당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깊게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 과장은 통신 쪽에 주파수를 할당하는 내용이 포함될 거라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딱히 아니다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방통위 상임위원은 현재 주파수 할당 방안이 담긴 보고서를 검토 중이며 오는 21일 대통령 업무 보고가 끝나면 연말 전체회의를 열어 주파수 할당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계 발칵…법적 소송 들어가나

방송계는 긴급 토론회를 열고 법적 절차 문제를 제기하는 등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 통신쪽 주파수 할당 저지 방안 마련에 들어갔다.

이날 한국방송학회로 주최로 열린 '700MHz 주파수 활용에 대한 긴급 토론회'에서 최우정 교수(계명대학교 법학과)는 “주파수를 통신에 매각하겠다는 행정 처분에 대해 사법부에서 주파수 매각 자체가 정당한 것이냐, 위법한 것이냐를 놓고 가릴 수밖에 없다"며 행정절차법 위반에 따른 행정 소송 방안을 제시했다.

행정절차법은 국가 기관이 행정 처분을 할 때 그 처분에 있어 투명성과 국민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절차적 문제를 규정한 법이다. 행정 소송에 들어가면 우선 주파수 매각 금지 가처분 신청에 들어간다. KT 2G 이용자들이 서비스 종료 승인에 반대해 방통위를 상대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한 것과 같은 방법이다.

최 교수는 "독일 연방 전파국도 4개 통신사에 주파수를 매각하는 데 공적인 청문회 기간만 3개월이 걸렸다"면서 "우리나라 방통위는 연말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경매하겠다고 끝이다"라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또한 디지털전환 특별법이 헌법소원청구대상이 될 수 있고, 위헌 판결을 받게 되면 700MHz 주파수는 유휴 대역이 될 수 없어 주파수 할당이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디지털 방송이 전환되면 소위 브라운관 TV(아날로그 TV)를 가진 사람은 방송을 볼 수 없다. 2013년 1월 1일부터는 쓰레기가 되는 것"이라면서 "가지고 있던 재산이 쓰레기가 되고 쓰레기를 버릴 때도 수거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마이너스 재산 가치로 몰락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헌법 제23조 제3항에는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 정하게 돼 있는데 디지털전환특별법에는 재산권 보상 규정이 없어 위헌이라는 게 최 교수의 주장이다.

최 교수는 "국민 재산권을 박탈하는 법을 만들 때 재산권을 보상하는 조항이 규정돼 있어야지 위헌의 영역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며 "보상 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 디지털전환특별법이 전제한 700MHz 유휴 대역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 교수는 "공영방송의 발전 보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주파수를 경매 처분하겠다는 방통위의 정책은 공익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근시안적인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도 오는 19일 전국언론노조와 함께 주파수 할당의 근거가 되는 방통위의 주파수 시뮬레이션 결과를 공개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투명한 절차를 거친 후 주파수 할당 문제를 논의하라는 입장을 적극 피력한다는 계획이다.

방송계 관계자는 "방통위가 시뮬레이션 결과 등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주파수 할당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우선"이라면서 "행정 소송 등 법적 절차 문제는 소송 주체가 방송계 전체를 대표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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