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을 볼때마다 답답하다. 더구나 명색이 언론 종사자로서 매일 신문을 까뒤짚어 보는 것을 업으로 하고 있으니 날마다 답답증에 시달리는 셈이다.

요즘 지면을 장식하고 있는 주요한 이슈 몇가지만 들여다 보자. 대북정책은 모순을 근간으로 하고 있는 듯하고, 국내 정치는 뒤틀려 있으며, 노동정책은 소위 ‘세계화’와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정부정책이 그렇고 언론이 그렇다.

입만 열면 북한의 개방을 촉구하면서 정작 북한과 미국 일본의 관계 개선이 조금만 진전될 기미만 보이면 무슨 조건과 구실을 걸어서라도 딴지를 건다.
북한이 일본측에 쌀제공을 요청한지 불과 수시간만에 끼어들어 “무조건 곡물을 제공하겠다”고 공언해 놓고서는 또 곧바로 시시콜콜한 조건을 붙인다. 낯뜨거운 수준의 대북정책이다.

1백만명의 평양주민이 강제 이주당했다는 그야말로 첩보 수준의 얘기를 ‘정부 고위당국자’가 흘리고, 언론은 역시 추측 수준의 분석을 곁들여 대서특필한다.
옳고 그르건 간에 김대중씨가 내각제니 지역등권론이니 입만 열면 온갖 논리와 글재주를 통해서 득달같이 난도질을 가한다. 마치 김씨를 잘 ‘조지는’게 우수한 기자나 논설위원의 조건이 되는 것처럼. 여당 대변인은 가만히 앉아 있어도 신문이 알아서 장사를 해주는 셈이다.

반면에 김영삼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는 지면이 부화뇌동의 경연장이 된다. 한국통신의 노조 활동에 대해 김대통령은 “국가를 전복하려는 음모”라고 극언했다.
그렇다면 당연히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그 노조를 섬멸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또 그렇다면 명동성당과 조계사는 국가전복음모의 비호세력 아닌가. 언론은 이에 대해 시시 비비가 없다. 오늘도 퇴근길 광화문 가판대에는 ‘요란하게 화장한’ 신문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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