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규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MBC PD수첩이 용산참사 문제를 다룬다는 보고를 받고 담당 국장에게 균형적인 프로그램 내용을 주문했다고 실토해 편집권 침해 논란이 예상된다.

박 차관은 12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의 뉴스미디어 2011 디지털 기술의 진화와 저널리즘'의 토론회에서 개회사를 통해 언론의 위기는 정부의 위기가 함께 연결돼 있다. 신뢰성의 위기라고 말하고 싶다"며 용산 참사 언론 보도를 예로 들었다.

박 차관은 이어 "PD수첩에서 용산 철거민 대책을 다룬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일면식도 없는 담당 국장에게 (용산 참사 문제를) 모두 다뤄주십시오, 모두 지적해 주십시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차관은 "하지만 다른 편에 있는 전철연 문제나, 철거민 문제도 다뤄주십시오라고 했다. 그래야 정부 정책을 잘 마련할 수 있다고 했다"며 "한쪽 문제만 다뤄주면 정책이 복잡하게 꼬일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를 압력으로 받아들였다면 많은 (문제)거리가 됐을 것이다. 외부에 제기된 적이 없는 걸로 보아 진심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차관이 언급한 MBC PD 수첩의 프로그램은 지난 2009년 2월 3일 방영된 "용산참사, 그들은 왜 망루에 올랐을까?"편으로 보인다. 당시 프로그램 연출은 성기연, 오행운 PD가 맡았고 박 차관은 청와대 언론비서관을 지냈다.

박 차관의 발언은 용산 참사 문제에 대한 균형있는 보도를 부탁한 것으로 보이지만 한 방송사의 PD 입장에서는 충분한 압박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박 차관이 '균형있는 보도'를 주문하면서 전국철거민연합 문제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도 정부의 직접적인 주문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 압력을 통해 편집권을 침해했다는 비판도 예상된다.

박 차관의 거침없는 발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박 차관은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에 대해 '품격잃은 언론', '균형감을 상실한 언론'이라고 언급하며 강하게 비난했다. 

박 차관은 "언론의 자유에 관련해 전세계 어디에 내놔도 이만한 자유를 구가한 나라도 흔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언론의 자유가 제약받고 있다고 하는데 어떤 언론 매체는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할 수 있다. 걱정스러운 무책임한 상황도 주장하고 있다. 이것은 자유의 문제가 아니라 책임의 문제"라고 강변했다.

박 차관은 특히 "마음에 들면 무엇을 해도 마음이 들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엇을 해도 마음에 들지 않아 한다"면서 "갈등이 쌓이고 분열되고 폭발직전의 현상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정부 비판적인 언론에 대한 감정을 드러냈다.

박 차관은 "문제만 보지 말고 성과도 봐주고, 한계 저편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봐 주고 칭찬도 하고 격려도 해달라"며 "이 땅에서 자라나는 후배들이 오늘의 모습에 대해서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자부심과 자긍심을 바탕으로 선진일류 국가로 진입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박 차관은 마지막으로 "4대강 살리기 현장을 내년 봄에 한번 나가봐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 차관은 "저는 어떤 주장이나 논리도 현실을 뛰어넘지 못한다고 믿는다. (4대강 현장을)한번 살펴보고,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고 몸으로 느껴보고, 그 사업의 성과를 판단해달라"면서도 "잘못했다면 표로 심판해달라, 하지만 말도 안되는 주장을 한다면 그분한테도 책임을 물어달라"고 말했다.

한편, 2009년 당시 용산참사 문제를 다룬 성기연 PD는 "박 차관의 연락을 받은 사람이 없다. (공동PD)오행운 PD 역시 연락 받은 적이 없었다고 확인했다"고 반박하고 "박 차관은 발언에 대한 진위 여부를 확인시켜줘야 한다. 우리가 무슨 압력을 받은 것처럼 비쳐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박 차관은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발언의 진위 여부에 대한 확인 요청에 답변을 회피했다.

(12월14일 오후 2시 내용 수정. '담당 PD'라는 표현을 '담당 국장'으로 수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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