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교육방송 <라 싱크엠므>가 개국 5개월여만에 성공적인 발돋움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교육방송이 처한 현실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프랑스 교육방송이 재정·정치·이념 등 모든 면에서 완전한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고 또 프로그램 또한 자율, 독창적이어서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는 반면 우리의 교육방송은 정부의 통제하에서 ‘과외방송’으로 전락, 일반 국민들의 시선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몇달전만 해도 프랑스에는 교육방송이란 말이 없었다. 다원공영방송 시스템을 지향한다는 프랑스에 F2·F3·CSF·ARTE 등 13개나 되는 공영방송이 있지만 교육방송이 없다는 것은 언뜻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이에 1992년 로카르정권이 “문화민족을 자처하는 우리가 교육채널 하나 없다는 것은 수치”라며 국민정서를 자극했고 곧바로 국회도 나서 커뮤니케이션 자유법을 제정하는 등 교육방송 설립이 가시화됐다.

이렇게 해서 지난해 12월 개국한 교육방송은 국책지주회사인 아바스가 주식의 50% 이상을 소유하고 있지만 수신료와 광고를 주요 재원으로 철저한 독립경영을 해나가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교육방송과 문화채널인 ARTE가 한 채널을 공유하면서 낮에는 교육방송이, 저녁에는 ARTE가 프로그램을 내보낸다는 사실이다. 방송시간대의 제한에도 불구, 교육방송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까닭은 교육적이되 수다스럽지 않고 대중적이되 선동적이지 않은 편성전략이 주효했기 때문. 덕분에 5개월만에 지성적이면서 어렵지 않은 방송이라는 평을 받을 수 있었다.

독특하게도 <라 싱크엠므>는 오전 6시15분 시청자 의견을 담은 자기반성프로 ‘여론’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어지는 프로그램에도 제각기 특화를 시켰다. 프로그램 길이도 길어야 30분 정도로 짧게 만들었고 시청자층도 세분화했다. 즉 평일 낮에는 어린이, 15~25세 청소년, 노인, 실업자, 주부 등 주로 집에 있는 계층을 표적으로 삼았으며 주말에는 어린이와 어른들이 같이 즐길 수 있는 프로를 집중 배치했다.

매일 오후 5시30분부터 26분간 방송되는 ‘존의 후예’는 남녀 청소년이 우연히 만나 관심거리를 나눈다는 간단한 구성방식으로 돼 있지만 구직·스포츠·음악·건강 등 일상적인 주제를 르포· 다큐·픽션 등의 혼합포맷으로 다양하게 엮어 결코 지루하지도 않고 재미도 있게 꾸미고 있다.

‘내앞에 놓인 삶’ 역시 호평을 받고 있다. 어린이가 소방관, 전투기 조종사, 톱모델 등 자신이 꿈꾸는 직업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13분짜리 프로다. 이밖에도 각 분야별로 주제를 정해 정보를 제공하는 ‘지식의 화면’, 자연문화 소개 프로인 ‘가서보자’, 청각장애인을 위한 ‘눈과 손’ 등 교육방송만이 할 수 있는 프로들을 내놓고 있다.

이같은 프랑스 교육방송의 성공은 사사건건 교육부의 간섭을 받는데다 제작비도 턱없이 부족, 교육방송이 아니라 ‘과외방송’에 머물 수 밖에 없는 우리나라 교육방송의 현실을 부끄럽게 한다. 하루속히 공사로 전환, 독립된 위상을 갖고 제대로 된 프로를 보고 싶다는 바람을 더욱 보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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