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7일 인터넷 윤리자격 시험을 국가 공인 제도로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반응은 시원찮다. 인터넷 규제에 열을 올려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던 정부가 윤리를 명분으로 내세워 '조용한' 통제 장치를 마련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가 도입하려고 하는 시험은 인터넷윤리자격(IEQ) 시험으로 지난해부터 한국생산성본부(KPC)가 시행온 것이다.

이날 행안부는 한국생산성본부와 업무제휴를 맺고 인터넷 자격 시험을 국가 공인화하고 보급 확산에 나서기로 했다.

한국생산성본부에 따르면 인터넷자격 시험은 건전한 인터넷 문화 확립을 목표로 해서 인터넷 생활, 인터넷 역기능 대응 방안, 인터넷 윤리와 정보보호, 인터넷 교육 및 상담 등을 컴퓨터 기반 테스트(CBT) 방식으로 검증해 합격자에게 1~3급의 자격증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시험은 유소년층을 대상으로 한 3급(Basic), 청소년층과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2급(Advanced), 청년층과 사회를 대상으로 한 1급(Expert)으로 나눠져 있다.

시험 출제 기준을 보면 인터넷 윤리 전반에서 부터 SNS를 비롯한 뉴미디어 종료 및 개요, 유해정보와 사이버폭력 등 인터넷상 사회 문제까지 다루고 있다.

한국생산성본부 측은 "인터넷의 역기능에 의한 폐해가 노출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그 폐해가 다른 OECD 국가 중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인터넷 자격 시험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존에는 역기능 규제를 위한 법률적 기술적 대응을 중심으로 대책을 수립했으나 최근에는 인터넷윤리 및 관련 교육을 통한 국민 개개인의 자율적 대응을 통해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모색하는 것으로 기조가 바뀌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생산성본부 측은 인터넷 윤리자격시험은 '포지티브 인터넷 미디어 교육'의 일환으로 건전한 인터넷 문화 형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실제 샘플 문제 유형을 보면 인터넷 중독과 인터넷 규제법, 사이버 폭력 등 인터넷의 부정적 영향을 부각시키는 문제가 상당수다.

예를 들어 인터넷자격시험 1급 샘플 문항 중 소셜 웹과 SNS에 관한 내용을 보면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과 같은 SNS의 등장으로 인한 영향이 아닌 것은?"이라는 질문이 나온다. 답은 "정확한 정보 확산으로 정보의 질이 향상되었다"이다. SNS상 게시물에 마치 허위 정보가 많다는 것을 암시해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가능성이 크다.

누리꾼들은 이번 정부의 결정에 대해 '윤리'를 시험 보고 자격증을 발급하는 발상 자체부터 우스운 일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이번 시험은 정부의 통제 아래 인터넷을 사용하라는 지침과 같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준희 KBS 축구해설위원은 "초중고 시절부터 도덕 시험, 윤리 시험을 그렇게 많이 보는 우리 사회가 과연 얼마나 도덕적이고 윤리적인가"라고 반문하고 "윤리와 같은 덕목을 시험이라는 잣대로 측정한다는 것 자체가 동의하기 어려운 일인데, 게다가 '자격증'이라니?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운 전시 행정, 공연한 돈 낭비의 성격이 짙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누리꾼 '영양제'는 "일단 대통령 및 공직,국회의원 후보들은 필히 따야겠다. 웃다 지친다"고 썼고, 트위터리안 '@soventure'는 "정치인 자격시험부터 도입하면 안될까요?"라고 비난했다.

트위터리안 '@Woose_K'는 "인터넷 윤리자격시험도 성적순 발급? 인성도 성적순인가요?"라고 꼬집었다.

트위터리안 '@parhynh'도 "인터넷 윤리 자격시험이라니... 장관들 윤리성도 청문회 몇시간을 해도 판단이 안되는데, 국민들 윤리성을 시험으로 판단이 된다니 정말 대단한 나라"라고 비꼬았다.

보통 자격 시험의 부작용으로 지적돼온 각종 취직 및 학교 입학에 필요한 가산점 제도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한국생산성본부 측은 홈페이지 '시험특징' 코너에서 "대학의 관련학과 입학 시 가산점 부여 및 재학 시 학점인정 제도 등과 연계를 지원한다. 기업체 및 공공기관의 신입사원 채용 우대 및 내부승진 인사고과 자료로 적극 활용을 추진한다"고 밝히고 있다.

누리꾼 김병현씨는 "별의별 자격증이 다 생기네요 정말.... 저거 따면 대학입학시 가산점 붙고 그러는건 아니겠죠?"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정민경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는 "SNS 영향력을 일방적으로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등 인터넷의 부정적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자격시험을 도입하면 인터넷 규제를 하고 있는 국가의 개입을 정당화시켜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활동가는 "시험의 유형이 문답식이나 단답식으로 외워서 답해야 하는 것으로 이런 방식의 시험은 인터넷의 건전한 문화에 큰 도움이 안될 것"이라며 "인터넷 사용에 대한 교육은 필요하지만 정보의 인권과 관련한 교육이어야 한다.  표현 자유와 인터넷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쪽으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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