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ght Government Censorship!(정부 검열에 맞서 싸우자!)

미국 전역에 27만5천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는 ACLU(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라는 단체가 지난 3월 발표한 성명의 제목이다.

그 대상은 ‘액슨수정안’. 성명 발표 하루 전 미국 상원 상무위원회가 채택한 이 법률은 “인터네트, 사설전자게시판(BBS), 상용 온라인서비스 등 컴퓨터통신망을 통해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정보, 적대적이거나 불량한 메시지 또는 데이터를 생성, 전송했을 경우 최고 10만 달러 벌금이나 징역 2년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ACLU의 성명은 이 법률이 언론의 자유 등 헌법에 보장된 시민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규정하면서 상원의원 주소와 전화번호를 공개, 이들에게 항의서한을 보낼 것 등의 행동강령까지 덧붙이고 있다.
가상공간(Cyberspace)에서의 윤리와 검열 문제를 둘러싼 이같은 공방은 이제 ‘강건너 불’이 아니다.

지난 4월 13일 ‘공공의 안녕질서와 미풍양속을 해치는 내용을 담은 통신을 규제한다’는 목적으로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출범함으로써 우리에게도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컴퓨터통신망에 올라오는 자료들은 그 심의결과에 따라 ‘적합’ ‘보완’ ‘부적합’ 등의 꼬리표를 달 운명에 놓이게 됐다.

나아가 정보통신윤리위는 ‘음란 불량정보’에 대해 공개 정지명령을 내릴 수 있으며, 이를 거부할 경우 형사고발을 통해 2년 이하 징역 또는 5백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할 수도 있다고 한다. 당연히 PC통신인들의 반대가 없을 수 없다. PC통신서비스망들에 검열에 대한 토론방이 즉각 열렸고, 반박의 글들이 빗발치며 이를 중심으로 ‘반대서명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그들은 정보통신윤리위의 출범에 조지 오웰의 ‘빅브라더’ 출현을 오버랩시키고 있는 듯하다.

가상공간에서의 윤리와 검열. 통신공간도 ‘치외법권’ 지역이 될 수는 없다면, 이 문제의 해법은 무엇일까(언론 표현의 자유나 불량 음란정보의 개념규정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논외로 친다고 하더라도). 해답은 ‘정부의 검열은 타당한가’를 둘러싼 공방보다는 ‘과연 정부의 검열은 가능한가’라는 문제의 전환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당연한 얘기겠지만 컴퓨터통신망에 대한 ‘사전검열’은 불가능하다. 정보통신윤리위의 심의도 ‘사후심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렇다면 사후심사는? 역시 불가능하다. 하루에도 수백, 수천개씩 쏟아져나오는 자료들을 무슨 수로 일일이 뒤지고 다닐 수 있겠는가. 특히 초당 수천개씩 자료가 올라온다는 인터네트로부터 흘러드는 ‘불량정보’를 어떻게 차단할 수 있겠는가. 문제해결은 현실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뉴미디어, 특히 컴퓨터통신은 상호작용성(interactivity)을 그 생명으로 한다. 정보소통의 쌍방향을 보장하는 것이다. 가상공간에서의 윤리규범에 대한 이용자들 스스로의 토론과 합의를 통한 ‘자정운동’이야말로 가장 바람직한, 아니 가장 효과높은 해결책이다. 검열에 반대하는 토론장과 함께 ‘네티즌들의 네티켓’에 대한 토론장이 함께 열려있다는 사실에서 그 희망을 엿볼 수 있다. 정부 역시 ‘사이버캅’을 배치하기보다는 이같은 운동을 지원, 육성하는 데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ACLU와 함께 액슨수정안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는 EFF(Electronic Frontier Foundation)에서 인터네트를 통해 배포하는 전자잡지 의 마지막을 차지하는 제목은 항상 동일하다.

“What You Can Do.”
바람직한 가상공간의 건설을 위해 진정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함께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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