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광고공사라는 ‘꺼지지 않는 불씨’가 새로운 쟁점으로 비화하고 있다. 그 직접적인 발단은 지난 5월 개국한 지역 상업방송의 광고료 책정 특혜시비로 인한 것이지만, 쟁론의 핵심은 그러한 단편적 사안에 대한 시비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광고공사의 존폐나 그 운영 문제와 관련해 그동안 누적되고 잠복해 있던 구조적인 불만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거에 폭발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먼저 불만이 표출된 직접적인 계기를 보면, SBS의 지방네트워크나 다름없는 4개 지역 상업방송의 광고요금이 전국을 아우르는 기존의 지상파 방송 광고보다 1.6 ∼ 2배 가량 높게 책정된 것이 우선 기존 방송사나 광고주들을 크게 자극시킨 요인이 됐다.
불만의 내용은 광고요금 책정의 합리성이 크게 결여돼 있고, 그러한 요금의 조정 및 결정 과정 자체가 투명성을 갖지 못한 채 주먹구구식 행정에 의해 일방적으로 강제됐다는 점이다.

방송광고요금의 ABC라고 할 수 있는 가시청권, 시청률, 기존 방송사의 광고요금 등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지역 상업방송의 광고요금이 결정되었고, 광고주들에게는 사전 협의나 조정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방송 개시 후에 가서야 그러한 사실을 일방통보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니 상식적인 수준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조치였고, 자연히 특혜 시비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고 하겠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번 조치가 그동안 광고공사에 대해 제기되어 왔던 불신과 의혹을 구체적으로 드러낸 하나의 단편적 사례에 불과하다고 보는 시각이 결코 적지 않다는 데에 있다. 그동안 광고공사에 대한 평가는 여러 각도에서 있어 왔다.

출발 자체가 5공 치하에서 강압적으로 이뤄졌다는 원초적이고 태생학적인 한계 때문에 공사의 존립 정당성 자체를 부정하는 시각이 있었는가 하면, 보다 현실적으로는 광고공사의 개입과 영업권 독점이 광고시장이 개방되고 경쟁력 제고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시장질서 자체를 근본적으로 위축, 교란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았다.

물론 그동안 광고공사가 쉬임없는 자체 수정과 합리화 과정을 거치면서 공익 확대에 기여한 긍정적 측면을 강조하는 시각도 있다. 따라서 그러한 관점에서는 계속 존치하되 그 운용방식을 보다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시각 차이는 그와 관련된 이해관계 만큼이나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음에 분명하다.

그러나 이번 광고요금 책정 특혜시비와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은 광고공사 스스로가 자체의 합리성과 정당성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을 자초한 것이며, 유관 부처인 공보처 역시 정책기관으로서의 공정성 문제에 강한 의혹을 스스로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방송광고공사와 공보처는 현재 일부 방송사 노조를 필두로 광고공사의 폐지는 물론 공보처의 폐지 주장까지 내세우고 있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의 핵심을 헤아릴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 그러한 주장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노조의 강경한 입장이 왜 제기되고 있는 지도 대증적이 아닌 보다 구조적인 관점에서 통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개방과 개혁의 논리 앞에서 ‘불합리한 예외’를 계속 고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번 기회에 단안을 내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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