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국어대 박창희교수(63)가 북한 노동당에 입당했다는 지난달 16일 일부언론의 보도에 대해 박교수의 가족들은 “노동당 입당 사실이 없는데도 언론들이 안기부 발표만을 믿고 일방적인 보도를 했다”며 최근 국민, 경향, 동아, 문화, 세계, 중앙, 한국일보, 서울신문, 서울방송 등 9개 언론사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중재신청을 했다.

박교수 가족들은 안기부라는 특수성 때문에 사실확인에 어려움이 있다 하더라도 언론이 최소한 당사자 가족들에게 확인해 보려는 노력은 했어야 되지 않았느냐면서 언론보도의 무책임성을 질타했다.

지난달 24일 <미디어 오늘> 사무실에서 만난 박교수의 아들 재혁(24·대학원 진학 준비중)씨는 언론보도에 “한마디로 어이 없었다”면서 피의사실이 법원에 의해 확인되기도 전에 검증없이 마구 보도하는 것을 보고 화가 나기도 하고 한편으론 무섭기도 했다고 말했다.

“솔직히 이전까지 언론보도에 대해 별 관심도 없었고 잘 알지도 못했다. 그런데 보도가 나간후 가깝게 지내던 친척들마저 거리감을 보이는 것을 보고 언론보도의 무서움을 알았다. 언론보도의 영향력이 이 정도인데 어떻게 전화확인 한번 하지 않고 마구 기사를 쓰는지 모르겠다.”

수차례 면회를 통해 아버지가 노동당에 입당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는 박씨는 지난 5월3일 누나가 안기부에 면회를 갔을 때 아버지가 날짜도 기억하지 못하고 눈이 심하게 충혈돼 있는 등 잠을 못잔 상태에서 강압수사를 받은 것을 확인했다며 바로 이때 노동당 입당 사실이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박교수가 검찰에 송치된 이후 노동당 입당 조작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르자 중재신청 대상이 됐던 언론사들중 경향신문을 제외한 8개 언론사가 26일을 전후, 반론보도를 수용하자 박교수 가족은 일단 중재신청을 철회했다. 이에대해 박씨는 “정현백교수 사건때 혼이 났던 언론사들이 뒤늦게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는 모양”이라며 내용은 흡족하지 않지만 노동당에 입당하지 않았다는 아버지의 주장만이라도 다뤄준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이번 보도를 통해 언론의 냉전논리가 얼마나 뿌리 깊은지 절감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자기 가족같은 피해자가 더이상 나오지 않기 위해 안기부의 무리한 수사는 물론 언론의 안보상업주의 보도태도도 고쳐져야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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