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꼼수다'(나꼼수)가 고발을 당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고발인인 나경원 캠프 측은 죽자 살자 달려드는데 나꼼수 측에선 별 반응이 없다. 나경원 캠프 관계자가 지난 18일 소환 조사를 마친 이상 나꼼수 4인방에 대한 피고발인 소환 조사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나꼼수의 변호를 맡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 변호인단 중 한 명인 황희석 변호사가 건넨 첫 마디도 "재미있는 싸움이 될 것"이라는 말이었다.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일까?

이번 싸움은 SNS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싸움

나경원 캠프 측은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가 1억원짜리 피부숍에 다닌다’, '나 후보 사학재단 감사 청탁 의혹', '중구청 특정지역 공무원 발령 의혹' 등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이에 민변은 나꼼수 4인방을 일대일로 전담 마크하는 변호인을 구성해 법률 검토에 돌입했다.

28일 강동구 소재의 사무실에서 만난 황 변호사는 "의혹을 제기한 출처 자료는 충분히 갖고 있고, 그에 관한 얘기를 언급한 것이기 때문에 법률적으로 100% 확신할 수는 없지만 결백을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 변호사는 "나꼼수 4인방이 팟캐스트 방송에서 했던 나경원 후보와 관련된 발언들은 모두 취재원 녹취를 통해 나온 것이며, 녹취록도 확보된 상태"라고 전했다. 법적 공방에 돌입하면 허위 사실 유포 혐의에 대해서 확실한 출처를 밝히고 취재 사실을 입증해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황 변호사는 고발 이후 나꼼수의 내부 분위기에 대해서도 "나꼼수 4인방이 한번 붙자, 누가 한번 옳고 그른지, 나꼼수에서 폭로한 것이 나쁜 것인지, 수시로 거짓말하는 나경원 의원 측이 잘못된 것인지 한번 까 보자고 얘기하고 있다"면서 "재미있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꼼수 변호인단은 이번 법정 공방을 통해 무고죄를 입증하는 것은 물론 나경원 후보의 부적절한 의혹을 다시 한번 집중적으로 제기할 예정이다.

나꼼수 측은 소환 일자가 잡히고 경찰에 조사를 받으러 가는 날에도 ‘깜짝 퍼포먼스’를 준비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이번 법정 공방을 최대한 활용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여론을 환기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민변은 이번 싸움을 단순히 나꼼수 4인방에 대한 개인 변호가 아닌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싸움으로 바라보고 있다. 특히 이번 고발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표현의 활발한 소통이 예상되는 팟캐스트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대해 미리 재갈을 물리려는 불순한 의도를 담고 있다는 것이 민변의 분석이다. 

방송은 물론 주요 신문 매체를 장악해 여론을 통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꼼수 등 SNS 매체가 정치적 표현의 장으로써 유력한 대안 매체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황 변호사는 이와 관련 "나경원 후보의 고발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국민들 손발을 묶겠다는 그런 의도의 소산"이라며 "당연히 맞서야 하고, 여기에서 물러설 수 없다"고 밝혔다.

최은배 판사 페이스북 논란...“무슨 일기장 검사 하는 것도 아니고”

최은배 인천지방법원 부장판사가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뼛속까지 친미인 대통령과 통상 관료들이 서민과 나라 살림을 팔아먹은 2011년 11월22일, 난 이날을 잊지 않겠다"고 적어 논란이 된 것도 SNS 상 표현의 자유와 맞물릴 수 밖에 없다.

사실 황 변호사와 최 부장판사는 고등학교, 대학교 동기이면서 같은 고향 친구로 30여 년을 알고 지내던 사이로 이날 아침에도 전화 통화로 안부를 물었다고 전했다. 역설적으로 30여 명에 불과했던 최 판사의 페이스북 친구는 이번 논란을 겪으면서 2만여 명으로 불었단다.

황 변호사는 공무원의 정치적 표현에 대해 "옛날식 패러다임을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남겼다.

국가 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에 정치적 중립 의무를 규정한 것은 유신독재와 5공화국 당시 공무원이 선거에 개입하고 파당성을 일으켜 문제가 됐기 때문인데 이제는 공무원도 사회 문제에 목소리를 내야할 상황이 온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 변호사는 "국민적 합의 수준에 따라 공무원의 표현의 자유를 허용할 필요가 있는데, 지금 문제는 사적 공간의 정치적 표현마저도 규제하는 것에 있다"면서 "무슨 일기장을 검사하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황 변호사는 "이 문제로 대법원장이 격노했다고 하던데 만약 격노한 게 사실이라면 대법원장이 사법부의 독립 문제 뿐 아니라 한 개인의 양심과 표현의 자유를 지킬 의지가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황 변호사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나꼼수 등 SNS를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걸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정보통신망법은 전기통신사업법과 같은 맥락으로 목적과 취지가 규정돼 있는데 이미 지난 미네르바 사건으로 위헌 결정이 난 상황"이라며 "그런데 정보통신망법상 허위 사실 공표로 명예훼손을 한 것으로 다시 규제하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보수 언론 매체들이 괴담의 진원지를 SNS로 몰고가며 규제 정당성을 주장하는 것 역시 비상식적인 일이라는 것이 황 변호사의 생각이다.

황 변호사는 "사회가 원칙을 세우고, 부패하지 않고, 상식에 어긋나지 않으면 괴담도 쉽게 나오지 않는다"면서 "괴담이 나오더라도 진실을 규명하는 그 자체가 표현의 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황 변호사는 "지금 시대는 일방적으로 정부가 국민에게 정보를 주입하고 전달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정보를 주고받은 시대"라며 "이 시대의 조류를 어떻게 거부하나, 정보를 공개하면 할수록 진실이 가려질 것인데 정보를 통제하고 획일화된 잣대로 참 거짓을 나누는 정부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황 변호사는 현행 선거법에 대해서도 "돈 안드는 선거, 떼거지로 세를 과시하는 선거를 막겠다는 것이었는데 지나치게 제한을 하다보니 선거 과정에서 정치적 표현이 억누르는 작용이 커졌다"고 말했다.

황 변호사는 "투표를 독려해야할 선관위가 SNS를 통한 선거 독려 행위를 막는 우스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국민의 대표자를 뽑는 선거 제도를 초등학생에게 가르치고 있는데 선관위가 뻔뻔하게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이 상식적인가. 인터넷과 모바일, SNS 선거 운동에 대한 규제를 대폭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변은 나꼼수 변호인단과 별도로 SNS를 통해 정치적 표현을 하다 법적 피해를 입은 시민들을 모집해 변호인단을 구성하고 ‘SNS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위한 법률 기금’(가제)을 설립하기로 한 것도 향후 많은 피해자들이 발생할 것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황 변호사는 "법률적 대응 비용 뿐 아니라 기타 행사, 교육, 강연, 책자 발간까지 SNS 상의 표현의 자유를 지킨다는 목적 아래 기금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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