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동종업계끼리 해도 해도 너무한다.”

25일 종합편성채널의 한 관계자는 채널확정이 마감시한을 넘겨 계속 지연되는 상황에 대해 이렇게 불만을 토로했다. 말투에서 다른 종편사들이 어깃장을 놓는 바람에 거의 확정됐던 채널협상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데 따른 서운함이 묻어났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종편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대HCN, 티브로드, CJ헬로비전 등 MSO들은 통일된 번호는 어렵지만 15~20번대역의 채널을 배정하겠다고 일찌감치 종편에 통보했다. 20번대 미만의 채널을 줄 테니 대신 종편 4사가 협의해 채널번호를 정하라고 공을 넘긴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종편 4사의 협상이었다. 각 종편들이 광고영업에 유리할 것으로 전망되는, 지상파와 바로 인접한 가장 낮은 채널을 차지하겠다고 고수하면서 개국일이 6일 남은 25일까지도 채널번호를 확정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자 MSO쪽에서는 종편 4사에게 각 사업자별로 균등하게 채널을 배분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제비뽑기로 4개 종편이 하나씩 낮은 채널을 나눠갖는 방식으로 채널을 정하는게 어떻겠느냐고 통보한 것이다.

일부 종편들이 이 제안에 화답하면서 24일 채널협상이 급진전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동안 채널협상에서 다소 불리한 위치에 있었던 종편에서 SO들의 채널 균등배분 제안을 수용하자는 목소리가 높았다. 실제 종편 3개사가 채널배정에 합의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하지만 합의에서 배제된 나머지 종편사가 담합이라고 크게 반발하면서 채널협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 종편사 관계자는 “종편 3사가 채널을 나눠갖겠다는 것은 일종의 담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종편사 관계자도 “경쟁력이 아니라 제비뽑기로 채널을 결정하자는 것은 운에 맡기자는 건데 이건 말이 안 된다”며 “개별 협상이 진행되고 있어 25~26일 안에는 채널번호가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MSO와 종편들은 25일 오후 채널배정을 놓고 다시 개별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한편, 개국 1주일도 남지 않은 시한까지 채널이 정해지지 않으면서 종편 개국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 방송업계 관계자는 “보도전문채널인 YTN의 경우에도 6개월 이상 시험방송을 했는데, 아직까지 한번도 SO쪽에 신호조차 보내지 못한 곳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방송사고가 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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