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는 23일 전체회의를 열고 KT의 PCS사업(2G 서비스) 폐지 승인에 관한 건을 의결했다. 이로써 15만명이 넘는 KT 2G 가입자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고, 3G 서비스로 옮기거나 다른 통신사로 이동해야 한다.

방통위 이용자 보호와 승인은 별개...KT에 면죄부 준 꼴

이날 통과된 의결 내용은 '조건부 의결안'으로 2G 가입자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KT는 14일 동안 폐지 예정일을 우편 안내 등을 통해 고지해야 한다. 또한 가입전환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도록 하는 이용자 보호명령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다음달 8일 이후 KT는 망 철거 등 PCS 사업 폐지를 위한 실무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방통위 사무국에 따르면 현재 2G 가입자는 15만 9천 명으로 전체 가입자수 1652만 명 중 0.96%에 해당된다. 그동안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KT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자 중 2G 가입자 비중이 1% 미만으로 떨어지면 폐지 의결할 것임을 밝혀왔다. 

KT는 이동통신서비스의 4G LTE 서비스의 대역을 현재 2G로 서비스하고 있는 1.8GHz 대역을 선택한 바 있다. KT는 1.8GHz 대역을 확보하기 위해 2G 가입자들에 부당한 방법으로 해지를 종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방통위는 KT에 행정조치를 했는데도 이후에 되려 불만 민원이 폭증했다. 한마디로 방통위의 행정조치도 먹혀들지 않은 상황에서 이날 2G 폐지를 승인해준 꼴이다. 방통위는 "이용자 수 변동 추이 등을 고려 시, KT의 신문 홍보, 전화 상담, 개별 방문 등을 통한 상당한 전환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판단했다"며 오히려 이날 승인 근거로 KT의 가입전환 노력을 들어 높이 평가했다.

특히 방통위는 승인과 이용자 보호 조사는 별도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동안 KT 행태가 시정되지도 않았는데 이날 승인과 이용자 보호 조치는 별개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KT에게는 면죄부를 준 셈이 됐다.

14일 기간 동안 KT가 방통위의 기대대로 이용자 보호 계획에 따라 2G 가입자들의 불편을 최소화시킬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방통위는 승인 이후 KT가 이용자 보호 조치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 등 법적제재를 취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미 폐지 승인을 받은 KT가 성실히 이용자 보호 계획을 이행하기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15만명 원주민 인권 파묻는 격

KT의 불법 해지 의혹, 특혜 논란을 빚은 만큼 의결이 있는 이날 회의에서도 첨예하게 의견이 맞섰다.

4G LTE 서비스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과 KT의 불법 행태가 비일비재한 상황에서 2G 가입자에 대한 충분한 홍보를 통해 폐지를 연착륙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결국 3 대 2로 2G를 폐지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렸다.

회의에서 김충식 상임위원은 "(KT가)하루라도 빨리 2G을 털고 LTE 가고자 하는 전략을 구사했지만, 이용자 보호 측면에서 심각한 저항을 불러 왔다"며 "기업에 대한 일반적 특혜라는 행정 중립성 문제도 제기될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김 상임위원은 이어 "사무국 인식에 반성할 점이 있다. (2G 가입자를)잔존 이용자라는 표현을 썼는데 그런 생각부터가 이용자에 대한 보호의식이 부족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에 신용섭 상임위원은 "가입 전환시 불법이 있었는지 아직 확인이 안됐다"며 "(불법행위)조사가 통산 몇개월 소요되고 그 조치에 몇개월이 걸리기에 승인을 해주되 별도 조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 최시중 방통위원장 @이치열 기자
 

김 상임위원은 하지만 "전환 과정에서 불법적인 요소를 별도로 취급한다고 하는데, 이런 행정은 맞지 않는다'면서 "이번 건에 대해서는 시기상조이고, 승인하는 것은 찬성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김 상임위원은 "지금 남아있는 이용자를 몽땅 들어내는 집달관 역할을 우리가 하는 것이다. 이 사람들은 불법 철거민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양문석 상임위원도 "(KT가 2G)이용자들이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출력을 줄이거나 중계기를 떼버렸다. 현재 관련 민원이 천 건도 넘는다"며 "민원을 증폭 시킨 점에 대해 해명과 처리 결과 등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양 상임위원은 "원주민 15만 살고 있는 도시를 불편하다고 해서, 사람들이 원주민을 쓸어내는 방식"이라며 "그 원주민들보다 더 많은 사람에게 이익이 돌아가게 원주민 인권을 파묻어 버리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결국 타협점을 찾지 못하자 최시중 위원장은 "2G에서 누렸던 기술적인 혜택이 소멸되거나 한다면 모르지만, 3G로 감으로 해서 기존에 누리는 편익보다 플러스 알파라면, 이 또한 기술발전을 촉진시키고 생활을 향상시키는 대원칙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뒤 표결 처리에 들어가 '조건부 승인'을 의결했다.

한편, 국정감사 기간 중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소속 최종원 민주당 의원과 함께 KT 임원으로부터 룸살롱 접대를 받은 양문석 상임위원은 회의 시작 전 “국민 여러분과 방통위, 그리고 제 개인에게 지지를 보내줬던 분들에게 머리 숙여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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