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도입하려는 전자주민증 대해 “추정할 수 없는 다양한 범죄가 예상된다”며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지난 7월 발생한 3500만 건 주민번호 유출 사건의 피해자이기고 하다.

한 교수는 지난 7월 네이트 유출 사건 직전 해당 사이트에 가입하고 난 뒤 네이트 측으로부터 암호화된 주민번호와 주소 등 개인신상 정보가 유출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한 교수는 지난 4일 개인정보 유출로 2차, 3차의 피해를 당할 수 있다며 83명의 시민과 함께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요구하는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한 교수는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전자주민증에 대해 위조 가능성이 없다고 하지만 얼마든지 위조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며 “문제는 현행 아날로그 주민증은 증을 가진 한 사람만이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면 전자주민증은 정보가 유출될 경우 정보를 가진 모든 사람들이 다양한 형태로 범죄를 저지르고 그 범죄의 행태도 현재로서는 추정하기 어렵다는 점에 있다”고 말했다.

현재 빈번하게 벌어지는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해서는 마땅한 대책도 내놓지 못하면서 오히려 유출 위험이 큰 전자주민증을 도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한 교수는 대책으로 “주민등록제를 폐지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맞지만,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 사항을 분리해 정보를 분산시키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들의 주민등록번호 변경 요구를 거부한 행정안전부에 대해서는 “국가는 국민의 안전을 보호해야한다는 의무가 있는데 현재는 일종의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셈”이라고 비난했다.

주민등록번호 변경 요구가 자칫 국민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많은 비용이 든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도 한 교수는 일침을 가했다.

한 교수는 “영국에서는 성전환을 한 재수자가 여성감옥으로 옮겨달라는 소송을 내자 정부가 이런 요구가 수용되면 계속 이어진다고 변론했지만 결국 법원이 재수자의 손을 들어줬다”며 “네이트 유출사건도 마찬가지로 국가가 위험을 야기했으면 예방하는 비용 역시 국가가 부담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에게는 원래 주민번호가 있는 증과 다른 번호의 증을 새로 만들어줘서 연동시키며 기술적으로 비용으로도 큰 수고가 들지 않는다”면서 “결론은 국민을 위해서 전자주민증 도입과 같은 정책을 폐지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재진 기자 jin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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