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700MHz 대역의 주파수를 통신 쪽에 할당하는 방안을 제1안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뜻을 밝혔다. 22일 방통위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다. 지난 3년간 방송계와 통신업체들이 지난하게 싸워온 문제에 대해 사실상 방통위가 통신에 손을 들어준 셈이다.

방송계는 통신재벌의 요구를 수용해 방통위가 주파수 몰아주기를 하고 있다며 단체 행동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방통위가 주최한 토론회는 ‘700MHz 이용정책 및 모바일 광개토 플랜'이라는 제목 그대로 통신 쪽 주파수 할당을 전제로 놓고 정부 정책을 홍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이날 토론회의 공정성을 잃었다며 한국방송협회, 방송사 대표, 한국방송학회 관계자들은 보이콧을 선언하고 불참했다.

통신회사들은 과도한 모바일 트래픽 증가로 주파수 할당 없이 버티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속도가 빠른 통신 서비스를 시민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 주파수 할당이 필수라는 얘기도 빼놓지 않는다.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통신 기술의 발달에 맞춰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용제 한국외대 교수(정보통신정책학회)는 “(통신)기술 발전 추세를 거스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가능하지 않은 측면도 있다”면서 “추세에 맞춰서 주파수 할당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고,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방송계는 통신업체와 달리 방송은 무료 보편적 서비스라는 공적 성격이 강하고, 주파수 할당은 차세대 방송 서비스에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는 “700MHz 주파수는 디지털 전환 이후 활용할 수 있는 여유대역으로서 단순히 ‘남는' 주파수가 아니라 디지털 전환 이후에도 주파수 혼신 극복과 난시청 해소용으로 남겨둬야 할 예비 대역”이라고 주장한다.

양쪽의 타협이 쉽지 않은 만큼 700MHz 대역의 주파수 할당 문제를 뒤로 미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은 “디지털 전환 종료 약속을 2012년 12월 31일까지 지킬 수 있을지도 깊은 회의가 나온다. 급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조 소장은 대신 주파수 활용이 떨어지는 지상파 DMB 주파수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승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팀장도 “주변과의 간섭 때문에 주파수를 이용 못하는 상황이 있다”며 “공간적으로 활용되지 못한 주파수를 최소화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박진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부장은 “통신사업으로 보면 사업자 선발 효과라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내 통신업체의 시장 점유율을 보면 선발 효과가 중요한데 국가간 IT 경쟁에서도 선발 효과가 존재한다. 또다시 주파수 할당이 미뤄지면 국가 IT 경쟁력에 문제가 생긴다”고 반박했다.

방송계와 통신 업체의 싸움은 주파수 할당 문제를 뛰어넘어 결국 콘텐츠로 승부가 갈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여재현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그룹장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떤 플랫폼인가에 대한 관심은 없고, 이동통신이든 무선이든 유선이든 내가 받아서 쓰면 된다는 것”이라며 매체가 생산하는 콘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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