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간 협정을 사상 초유로 날치기 처리한 한미FTA 강행처리에 대해 보수 언론은 "최루탄" 보도로 도배했다. 최루탄을 터뜨린 김선동 의원의 법적 처벌 가능성을 제기하고, 최루탄 구입 경로 등을 따지며 국회 본회의장 보안을 강화해야 한다는 보도로 이어졌다.

22일 조선, 중앙, 동아 등 보수신문들은 이날 오후 한나라당의 기습적인 본회의장 진입으로 시작된 한미FTA 강행처리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최루탄을 터뜨린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에 일제히 비난을 쏟아냈다.

조선일보는 '김선동 의원, 국회에 최루탄 터뜨리는 순간'이라는 기사에서 "김 의원이 최루탄을 터뜨리기 전 가방을 들고 단상 주변을 서성거렸고, 단상에 서자마자 허리를 굽혀 최루탄 뇌관을 뽑았다고 전했다"고 상세히 묘사해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본회의장으로 돌아온 의원들 중 상당수는 마스크를 착용했고, 박근혜 전 대표는 양손으로 손수건을 잡고 코와 입을 막기도 했다"며 이번 일을 초유의 사태라는데 초점을 맞췄다.

조선일보는 한발 나아가 김선동 의원의 법적 처벌까지 거론했다. 조선일보는 검찰청 공안부 검사의 말을 인용해 "국회의 고발을 받아 대응할 방침"이라며 "과거 국회 폭력사태와 마찬가지로 관할 검찰청에 고발장이 접수되면 법리 검토를 거쳐 처리하겠다"고 보도했다.

   
▲ 조선일보 22일자 오후 기준 온라인판 기사
 

특히 "가장 중요한 것은 국회의 고발 의지"라고 부추기면서 법적 처벌을 강하게 제기했다.

중앙일보도 최루탄 보도 일색이었다. 중앙일보는 '본회장서 터진 최루탄 정체는'이라는 연합뉴스의 보도를 인용해 김 의원이 터뜨린 최루탄이 군용이나 이를 개조한 사과탄 유형의 최루탄, CS가스를 태우는 연막탄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특히 경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일반적인 경찰 진압 장비는 아니라면서 "국회 사무처가 고소 등 형태로 경찰에 사건을 의뢰해야 최루탄 성분 분석 및 구입경로, 김 의원에 대한 신병 처리 문제를 공식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중앙일보는 노컷뉴스 기사를 인용, "한미 FTA 비준안 강행처리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지만 최루탄으로 인해 민노당을 향한 비난 여론도 일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는 민주노동당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내부에서도 논란이 일 정도로 김 의원의 행위가 잘못됐다고 꼬집는 식이다.

동아일보는 "'최루탄 국회'에 여론 '싸늘'"이라는 기사에서 이번 최루탄 사태가 정치 혐오증을 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나라당의 기습처리에 대해서는 외면한 채 최루탄을 부각시키는 전형적인 물타기 보도라는 지적이 나올만한 대목이다.

동아일보는 "각계 인사와 시민사회단체 등은 서울시장 재보선 결과와 '안철수 바람' 등이 기성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반감을 확인시킨 가운데 또다시 발생한 의사당 내 충돌사태가 국민의 정치 혐오증을 더욱 키울 것으로 우려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이어 신율 명지대 교수의 말을 인용해 "김선동 의원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는 것과는 별개로 최루탄 입수 경위에 대해 경찰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이는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치안의 문제"라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또한 박효종 서울대 교수의 말을 빌려 "여당은 나름의 최선을 다했다지만 결국 힘으로 밀어붙였고 야당은 폭력을 동원하는 양상이 또 벌어졌다. 우리 삼류 정치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여야 모두 싸잡아 비난하는 식이다.

다각적인 최루탄 보도에 이어 조선, 중앙, 동아가 약속한 듯 쏟아낸 보도는 외신반응이었다. 이들은 모두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넷판을 인용해 "한국의 관세가 미국에 비해 훨씬 높았다"며 "내년 초로 예상되는 협정 발효 후 한국은 결과적으로 상품의 다양성과 가격에서 (미국에 비해) 더 큰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미FTA 비준 처리 과정이야 어찌됐건 결과적으로는 한국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는 보도다. 그것도 외신반응을 통해서다.

이들은 또 "주요 매체들은 이날 `최루탄 소동'과 여당의 강행 처리 사실에 대해서도 자세히 소개했다"면서 영국 BBC가 "여당인 한나라당이 모여 비준안을 151대 7로 가결했다. 대부분의 야당 의원이 기권한 가운데 한 야당의원은 표결 전에 최루가스를 터뜨렸고 다른 야당 의원들은 강행 처리에 야유를 퍼부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 방송은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이 최루가스를 뿌리고 이를 제지하는 장면, 손수건으로 코를 막고 의사당에 앉아있는 의원 모습, 최루가스를 청소하는 직원 등의 영상을 보도했다"고 전했다.

보수신문들은 하지만 자사 기자들은 포함한 언론들의 국회 본회의장 출입을 막고 비공개로 졸속 처리한 한미FTA 처리 사태에 대해서는 일절 보도하지 않았다. '아비귀환', '여론 싸늘', '초유의 사태'라며 김 의원의 행위를 비난하면서도 자신들의 본분인 취재 행위를 가로막은 상식 이하의 사태에 대해서는 눈을 감은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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