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신문들은 한국통신 노조가 5월 26일부터 이른바 ‘준법투쟁’에 돌입하면서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전해주고 있다. 그동안 ‘통신대란’ ‘국가전복’ 등 최대의 위협 수사법을 동원하며 위기를 증폭시켰던 정부와 언론이 실제로 진행된 준법 투쟁을 어떻게 보도했는가 살펴보기로 하자.

의견이나 주장은 다양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을 전달하는 기사가 신문마다 서로 다르다면 이는 다른 문제다. 5월26일의 상황을 전달해 준 27일자 조간 신문들을 보면 이들이 자신들의 주장이나 입장을 강조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사실을 ‘선택’했는지를 알 수 있다.

준법 투쟁에 돌입하면 무슨 큰 사건이나 벌어질 것처럼 호들갑을 떤 26일자 신문들은 ‘한통사태 정면충돌 위기 ― 통신망 운용 등 혼란우려’(한국일보), ‘한통 준법투쟁 통신비상’(동아일보)이란 제목을 1면 머릿기사 또는 사회면 머릿기사로 싣고 있다.

그런데 다음날 일부 조간 신문들의 소식은 이와는 사뭇 달랐다. 조선일보의 경우 ‘한통 준법투쟁 큰 충돌없어― 어제 첫날 9시부터 정상업무’라는 기사를 사회면 4단 기사로 다뤘다. 한겨레신문도 제2사회면 머릿기사로 ‘한국통신 업무 정상’을 제목으로 뽑았으며 중앙일보는 ‘한통 정시출근에도 민원업무 큰 지장없어’라는 부제로 역시 사회면 4단을 할애했다. 이들 신문을 읽은 독자들은 한국통신 노조원들의 9시 정시 출근이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은 것으로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한통사태 긴장 계속 ― 정시출근 첫날 업무 일부 지연’(한국, 사회면 머릿기사), ‘한통노조 본격 단체행동 ― 창구업무 지연’(동아, 1면 3단), ‘한통분규 일촉즉발 위기 ― 노사 강경대응 맞서 악화일로’(세계, 사회면 5단)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단 신문을 읽은 독자들은 이와는 상당히 다른 느낌이나 인식을 가졌을 것으로 보인다.

거짓이 아닌 사실만 보도하는 것으로 기사는 충분치 않다. 특히 노사문제처럼 양쪽 당사자의 입장이 첨예하게 부딪히는 사안의 경우 더욱 그렇다. 사실의 나열, 그것도 한쪽의 주장만 무비판적으로 늘어놓는 것으로는 문제의 실체와 진실에의 접근이 불가능하다.

노사가 그리고 정부가 쏟아내는 수많은 사실 ― 허위 사실까지 포함하여 ― 들 가운데 어떤 사실을 선택할 것인가, 그리고 기사에 포함된 사실 중 어떤 내용을 제목으로 뽑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현장의 기자와 데스크의 손에 달려 있다. 따라서 위에서 대비돼 언급된 두 방향의 기사 가운데 어느 한쪽은 의도가 개입된 자의적 사실 보도로 상황을 왜곡 전달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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