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인 나는 남편이 출근하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나면 라디오를 틀어놓고 가사일을 한다. 사실 가정주부에게 라디오는 생활과도 같은 존재이다. 혼자있는 시간이 많은 주부들은 때때로 내가 방안에 갇혀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된다. 그럴 때 라디오는 답답한 우리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런 애청자로서 라디오에 대한 불만을 한가지 이야기하자면 내용이 중복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각각 다른 프로그램인데도 진행자가 나와서 하는 이야기 소재가 비슷비슷한 경우가 많다. 큰 사건이 있어서 프로그램마다 다룬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다. 신문으로 치자면 가십거리에 불과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왜 이렇게 중복되는 이야기가 많은가 하는 의문을 풀 기회가 있었다. 주변에 방송일을 하는 사람이 있어서 물어봤더니 라디오 프로그램에도 작가가 있어서 진행자의 말중에 중요한 이야기는 대부분 작가가 쓴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 작가중에는 신문을 베끼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박스기사나 가십기사처럼 재미있게 읽히는 기사는 방송용으로도 적합하기 때문에 작가들이 너도나도 베낀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다른 프로그램에서 같은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들은 뒤로 신문을 읽고 라디오 방송을 유심히 들어보니 이해가 갈만도 했다. 주장이나 결론이 같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심한 경우에는 문장까지 베끼는 경우가 많았다.

창작이란 어려운 것이다. 그리고 그런 창작이 청취자의 공감을 얻기는 더욱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작가라고하면 어느 정도 그들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신문 내용을 베낀다면 라디오의 독자성은 사라질 것이다. 방송을 틀때마다 즐겁고 재미있으면서도 신선한 이야기거리가 넘쳐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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