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5일 봉천6동 7 ― 1지구 재개발지구에서 적준용역 소속 철거반원 1백여명이 철거민대책위사무실과 2층 생가를 부수고 주민 전아무개씨(40·여)를 집단폭행, 하의속에 연탄재를 넣고 짓이기며 성추행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은 언론담당자들에게는 ‘성’관련사건으로 대중들의 구미를 끌 기사거리 이상은 되지않은 듯하다. 그래서인지 전국철거민연합이 이 사건과 관련, ‘성폭력 테러사건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 및 철거용역 해체를 위한 공동대책본부’를 결성하고 1백만인 서명운동에 나섰지만 어느 언론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수차례 신문사와 방송국에 취재요청을 하고 보도자료를 직접 작성, 보도요청을 했지만 화면은 물론 신문지상에도 한 줄의 글귀를 찾아 볼 수 없었다.

철거용역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인 만큼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 사실을 폭로하고 전 국민의 공분을 얻고자 했으나 언론은 눈길조차 주지않았던 것이다.

우리는 언론이 왜 철거민들의 애절한 호소를 외면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철거현장에서의 성추행 사건이 단지 흥미거리에 지나지 않는 것인지, 조직적으로 동원된 깡패들이 철거민들을 짓이기더라도 기사거리 조차 되지 않는 것인지 정말 알 수가 없다.

언론의 힘은 막강하다. 올바른 보도로 잘못된 일을 바로잡기도 하고 왜곡된 보도로 전 국민이 왜곡된 생각을 갖게도 한다. 또 사건을 크게 확대시키기도 하고 아예 다루지 않음으로써 ‘없는 사실’로 만들기도 한다.

재개발지역내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성유린과 인권말살, 그리고 이에 맞서는 주거권 보장의 문제는 집단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문제도 아니고 흥미거리도 아니다. 철거깡패들에 맞서 생존권을 지키려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처절한 절규가 있고 그 이면에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때문에 정의를 위한 필봉을 휘둘러야 하는 것이 언론의 책무라면 마땅히 철거민들의 문제를 심도있게 다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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