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에 검찰의 이형구전노동부장관 수사기사가 특종보도된 23일 새벽 2시30분께.

바로 직전까지 술을 꽤 많이 마시고 집에 들어왔는데도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 검찰이 수사사실을 확인해주든 이를 부인하든 안팎으로 앞으로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생각때문이었다.

잠자리에 들기전에 집사람에게 이번 기사내용을 대충 알려준 후 최악의 경우 일이 잘못되면 사표는 물론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을지도 모른다고 비장하게 말했다. 평소에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집에서는 좀처럼 얘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집사람도 다소 놀라는 표정이었다.

잠자리에서 뒤척거리다 잠깐 잠이 들었는데 깨어보니 오전 5시께였다. 집근처 목욕탕에 다녀와서 TV앞에 앉았다. KBS가 아침뉴스 톱기사로 보도를 했는데 기사내용이 동아일보 기사내용보다 한발 앞서간 것이어서 검찰에서 어느 정도 확인을 해줬다는 확신을 갖게됐다.

그러나 검찰의 공식적인 반응을 듣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불안감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오전 9시께 대검찰청중앙수사부장실로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그때 중수부장은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러 올라가 자리에 없었다. 타사 후배기자가 ‘양선배와 이장관중 누가 구속되느냐가 결정되는 순간이 아니냐’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얼마후 총장실에서 내려온 중수부장이 ‘주말께 뭔가를 발표하겠다’고 말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됐다’라는 탄성과 한숨이 새나왔다. 12시간의 불안 상태에서 벗어나는 순간이었다.

필자는 92년 1월부터 만 2년간 법조를 출입한 후 경제부로 옮겼다가 지난 1일자로 사회부로 와서 법조를 다시 출입하고 있는 재수생이다.

취재경위를 자세히 밝힐 수 없지만 대강은 이렇다. 법조에 출입한 지 열흘정도 지난 어느날 검찰에서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을 것이란 얘기를 들었다. 물론 검찰 내부에서 들은 얘기는 아니다.
곧바로 사실확인에 나섰지만 쉽지가 않았다. 일주일후쯤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됐고 지난 17일 기사취재 사실을 사회부 데스크에게 보고했다.

사회부 데스크는 노동쟁의가 막 시작된 현 시점에서 노동부장관의 수뢰사실을 폭로하고 나서면 정부 사용자 근로자 어느쪽에서건 사건의 진상보다 자기쪽에 유리하게 문제를 확대해석할 가능성이 있다며 ‘확실한 보안유지’만 되면 기사출고를 좀 늦추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필자도 이같은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그후에도 필자의 관심은 온통 중수부에 있었다. 그리고 지난 22일 기사를 출고해야겠다고 마음먹을 정도의 검찰 수사 ‘징후’를 발견했다.

이날 오후 6시쯤 회사에 들어가 기사를 작성, 법조데스크에게 출고한 후 개인적인 술자리가 있어 기사게재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은채 회사를 나왔다.

오후 8시쯤 1면 톱으로 결정됐다는 연락을 받고는 흥분과 불안속에서 지내야 했다. 확신을 갖고 기사를 쓴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다만 일말의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었던 것은 이전장관이 당시 현직 장관이었고 현대자동차와 한국통신의 노동쟁의가 진행중인 상태여서 검찰이 수사초기단계에서 기사가 나가면 이 사건을 그냥 덮을 수도 있다는 우려때문이었다.

이번 사건은 동아일보의 특종보도가 아니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보도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그과정에서 사건내용이 변질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었는데 이를 사전에 차단시켰다는 점에서 이번 기사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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