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가 차량 폭파 장면을 방송한 MBC 무한 도전에 대해 권고 조치를 내렸다. 권고 조치는 재허가 심사시 감점 요인이 되는 법적 제재보다 낮은 수준의 징계다.

17일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방통심의위 제27차 정기회의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지난달 26일 열렸던 방송심의 소위원회에서는 법정제재를 해야 한다는 의견(3인)과 권고 수준에 그쳐야 한다(2인)는 의견이 맞서면서 합의하지 못했으나 이날은 권고 수준으로 징계 수준을 낮추기로 하면서 합의(주의 1, 경고 1, 권고 4, 문제없음 1)에 이르렀다.

박만 위원장은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의결에 앞서 이번 심의를 둘러싼 의혹을 적극 해명했다.

박 위원장은 "일부 언론에서 저희가 마치 표적 심의를 한다고 하거나, 과거 처벌에 대들어서 보복 심의가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면서 다른 방송사의 연애 오락프로그램의 징계 건수를 제시했다. 통계상 다른 프로그램과 무한도전의 징계 건수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해명이다. 무한도전 프로그램은 이번 결정까지 포함해 10번의 징계를 받았다.

박 위원장의 안건 설명 이후 심의위원의 의견이 크게 충돌했다. 

권혁부 부위원장은 "(무한도전이 폭파)위험물 다루고, 청소년들의 모방 가능성이 있고, 정서 발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특별위원회 의견이었고, (저도)같은 의견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어 권 부위원장은 "결국 시청자들이 속은 것 아니냐, 그런 부분에서 리얼리티를 주장한다면 리얼리티가 아니라는 것을 시청자에게 알릴 필요가 있었다"며 법정제재(주의)를 주장했다.

엄광석 위원 역시 "무한도전에 나오는 설정된 인물이 주어진 미션을 이행하지 못해서 벌로써 차량 폭파를 시키는데, 사람을 응징하는 수단으로 차량을 폭파하는 것은 내 상식으로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법정제재(경고)를 주장했다.

구종상 위원은 "영화의 허구적 기법을 무한도전에 무리하게 적용했다"며 "상식적으로 미션 실패 벌칙으로 출연자의 차량을 폭파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너무 무리한 설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구 위원은 폭파 과정의 안전성 문제나 법적인 문제 등에서 문제될 게 없었다면 법적 제재가 아닌 권고 수준의 징계 의견을 냈다.

박성희 위원은 "제일 중요한 촛점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가치와 감동은 정직함에서 온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무한도전은)정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위원은 향후 재발 방지 약속을 요구하며 당초 법정제재 '주의' 의견에서 권고 수준의 징계로 자신의 의견을 바꿨다.

   
▲ 지난달 17일 무한도전은 '스피드 특집' 편에서 영화 '스피드'의 허구적 요소를 차용해 의문의 범죄자가 무한도전 멤버를 협박하고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차량을 폭파하는 장면을 내보냈다.
 

반면, 야당 추천 위원들은 프로그램의 창의성을 이해하지 못한 심의라고 반발했다.

장낙인 위원은 "무한도전은 PD의 역량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는 프로그램"이라며 "이번 프로그램은 단순한 리얼리티를 표한게 아니라 영화 '스피드'를 차용해서 드라마적 요소를 가져온 것"이라고 말했다.

장 위원은 "뉴스에도 범죄를 모방하는 것이 얼마든지 나온다. 그런 측면에서 무한도전의 이번 프로그램이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이해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내용이 제재를 받을 수준은 아니다"면서 권고 수준의 징계 의견을 냈다.

박경신 위원도 "현실하고 허구하고 혼동을 하면 안될 것 같다. 진짜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일반인들을 모집해서 실제로 현실적인 과제를 주고 수행하는지에 따라서 평가하고 탈락시키는 것"이라며 "무한도전은 지금 훈련된 연예인를 가지고 마치 리얼리티인 듯한 일종의 게임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위원은 이어 "무한도전에서 누가 누구에게 비난을 한다고 해서 실제 두 연애인 사이가 증오 관계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며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를 구했다.

박 위원은 또한 "창의력 발현은 허용돼야 한다고 보고, 특히 실제 폭파가 아닌 이상 문제 삼을 것 없을 것 같다"며 '문제없음' 의견을 냈다.

앞서, 지난달 17일 무한도전은 '스피드 특집' 편에서 영화 '스피드'의 허구적 요소를 차용해 의문의 범죄자가 무한도전 멤버를 협박하고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차량을 폭파하는 장면을 내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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