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방통심의위)의 무차별 인터넷 규제가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행정규제를 자율규제로 대체해야 한다는 요구도 거세다.

올해 초부터 지난 9월 30일까지 방통심의위가 통신심의로 심의한 사건수는 4만2137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삭제 및 이용해지, 접속차단 등 시정요구 건수는 3만9262건에 이른다. 경찰청, 국정원 등 중앙행정기관의 장 등이 요청하는 심의의 경우 관련 행정기관의 전문성에 대응해 심의할 만한 전문성을 갖췄느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방통심의위가 ‘규제 자판기‘가 되고 있다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지난 11일 성공회대에서 열린 미디어커뮤니케이션네트워크 토론회에서 양홍석 변호사(참여연대 공익법센터)는 방통심의위의 인터넷 규제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방통위설치법 개정안을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개정안에 따르면 사실상 방통심의위의 인터넷 심의는 임시조치에 그치고, 법원이 최종 판단해 불법성 여부를 가리게 된다. 불법성 여부를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게시물을 삭제 또는 차단해온 방통심의위 인터넷 규제가 사실상 무력화되는 셈이다. 이 개정안은 헌법재판소에서 방통심의위 인터넷 규제가 위헌이라는 결정이 날 경우를 대비한 측면도 강하다.

한편에서는 법적 제재를 넘어 방통심의위의 인터넷 행정규제를 민간이 참여하는 자율규제로 대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간이 참여하는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가 있긴 했지만 존재감이 미미할 정도로 활동이 저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9년 출범한 KISO가 올해 11월까지 인터넷 자율규제로 내놓은 정책결정 건수는 9건에 지나지 않는다.

KISO는 다음, NHN 등 6개 포털업체 대표들이 정책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어 태생적으로 포털사업자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조인혜 KISO 사무처장은 “활동 폭이 좁아 기대하는 것만큼 존재감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시인했다. 그러면서 조 사무처장은 회원사 확대를 통한 대표성 확보, 이용자와 접점을 넓히기 위한 ‘대시보드’ 확대, 방통심의위 결정에 대한 성명 발표 등 민간 인터넷 자율기구로서 KISO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장주영 언론인권센터 변호사는 “포털사들이 만든 기구이기 때문에 객관적이고 공정한 자율심의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해외의 사례를 살펴보면 KISO를 포함해 민간자율기구의 인터넷 규제와 관련한 청사진을 엿볼 수 있다. 영국의 경우 민간주도로 운영되는 인터넷감시재단(IWF)은 IT기업 100여 개를 회원사로 둬 대표성을 확보했고, 아동포르노물에 대한 강력한 모니터링과 차단 정책을 실시해 유럽 아동포르노물의 비중이 지난 97년 18%에서 2009년에는 0.5%로 감소하는 성과를 남겼다. 독일의 경우 51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퇴출 명령까지 가능한 강력한 권한을 지니면서 청소년 보호정책에 대한 컨설팅과 자문까지 수행하고 있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는 “자율규제로 가게 되면 민간자율기구로서 공적인 성격을 확고히 하는 원칙을 세워야 하는 게 전제돼야 한다”며 “또한 기구의 인적 구성면에서 사용자뿐 아니라 이용자(누리꾼)와 민간단체까지 포함시켜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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