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지난 달 14일 종로경찰서는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종로구 노인복지센터 앞에서 1인 시위를 한 유권자 이승택 안산노동인권센터 활동가를 연행했다. 그는 ‘주어 생략당’, ‘메뚜기 복지당’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다. 선관위는 이씨가 들고 있던 피켓 문구가 한나라당을 연상할 수 있는 것으로 공직선거법 90조1항 위반이라고 해석했다.

# 2. 지난 11일 누리꾼들은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이라는 노래를 ‘한국을 미국에 팔아넘길 FTA 찬성의원 명단 노래’라는 제목으로 가사를 바꿔 인터넷에 올렸다. 이 곡에는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 등 한나라당 의원 17명 실명과 함께 ‘국민을 무시하고 밀어부치는 외통위 의원들’, ‘찬성하는 의원들 낙선시켜요’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었다. 선관위는 이 ‘낙선송’을 만든 누리꾼 4명을 선거법 93조1항을 위반했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 경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법 위반이라는 잣대로 ‘칼’을 빼들었다. 최근 들어 정치적 발언을 했다며 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거나 연행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뤄진 대화 내용이 본인도 모르게 선거법에 저촉되는 상황까지 예상되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박주민 변호사는 “최근 검찰이 SNS 게시글을 두고 명예훼손 혐의로 처벌하겠다고 했는데 무리라는 지적을 받고 잠잠해졌지만,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공직선거법을 적용하려 들 것”이라며 “한미 FTA를 정책적으로 반대하는 것도 한나라당을 반대하는 선거운동으로 판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옥상(화백), 탁현민(문화기획가), 이수돌(바둑기사) 등 21명은 지난 해 지방선거에 앞서 20대 투표 독려를 위해 트윗을 통해 투표인증샷을 올린 20대에게 자신의 판화 등의 선물을 주겠다는 이벤트를 제안해 선관위로부터 행정조치를 받았다. 사진은 작년 9월9일 서울 환경재단에서 열린 관련 토론회 모습. 이치열 기자 truth710@
 
실제로 ‘주어 생략당’ 피켓 시위, ‘FTA 낙선송’ 사례는 국가 정책에 대한 비판을 비롯해 개인의 정치적 의사 표현이 선거 행위로 판단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선거법 90조 1항(‘선거일 전 180일부터 정당과 후보자의 명칭·성명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을 명시한 것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것’)은 모호한 기준으로 규제를 과도하게 적용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93조1항(‘선거일 전 180일부터 정당과 후보자에 대한 반대,지지 의사를 나타낼 수 없다’)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독소 조항’으로 꼽히고 있다. 참여연대 황영민 간사는 “93조1항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는 사실상 다 처벌하겠다는 과잉 규제 조항”으로 “선거법에서 제일 독소 조항”이라고 꼽았다. 애초 이 조항은 돈 많은 정당이나 후보자가 인쇄물이나 광고물을 독점하는 현상을 막는 ‘금권 선거’ 방지용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FTA 낙선송’ 사례처럼 ‘SNS 규제 조항’으로 불릴 정도로 위헌 지적을 받고 있다.

주목되는 점은 여권측이 논란이 많은 선거법을 향후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SNS 공간을 표적으로 삼고 입을 묶으려는 시도가 많아질 것이라는 것이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통화에서 “앞으로 선거법 위반 혐의로 소송을 당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라며 “총선까지 SNS를 규제하려는 시도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어준 총수는 “(여권측이 누리꾼을)겁 먹게 해 총선 전에 분위기를 만들려는 구도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며 “나꼼수를 비롯해 SNS의 입을 막으려는 시도가 있을텐데, 우리는 우리 나름의 방식으로 싸울 수 있지만, (생활인인)개인들이 힘들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황영민 간사는 “지난 2007년 대선에서도 인터넷상의 선거운동 논란이 많았다”며 “SNS에 대한 규제는 핵심적 이슈가 될 것이고 대선까지 이어질 문제”라고 전망했다. 앞서 지난 2007년 6월 한나라당 대통령 경선 당시 선관위는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모임인 박사모가 제작 배포한 박근혜 지지 UCC가 선거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했고, 박사모는 표현의 자유 침해 위반이라며 헌법소원을 낸 바 있다.

이에 따라 야권측은 내년 선거에서는 SNS를 사용하는 일반 시민들이 선거법 위반의 주요 피해자가 될 것으로 보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6월부터 참여연대와 민변을 중심으로 한 ‘유권자자유네트워크(www.peoplepower21.org)가 출범해, 20여 명의 변호사로 구성된 법률지원단을 꾸렸고 구체적인 대책을 논의 중이다.

   
지난 10·26 재보선 때 '주어생략당' 피켓을 들고다니다 선관위의 조사를 받았다고 주장한 시민의 사진.
 
현재 이 네트워크에서는 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은 시민들에 대한 법률 지원을 준비 중이다. 현재 ‘주어 생략당’ 피켓 시위를 한 시민, ‘FTA낙선송’을 유포한 누리꾼들, 트위터 계정(@2MB18nomA)을 차단 당한 트위터리안 등에 대한 법률 지원을 준비 중이다. 또 이 네트워크는 선거법 개정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지난달 12일 이들은 유권자의 정치 참여를 제약했던 선거법 주요 조항 17곳에 대한 개정안을 담은 입법청원을 냈고, 김부겸 민주당 의원은 연내 관련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딴지라디오 <김어준의 나는꼼수다>도 이 같은 활동에 동참할 예정이다. 김어준 총수는 지난 12일 방송에서 “SNS를 쓰는 모든 분들이 쫄지 않고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누리게 민변과 함께 공동 대응책을 연구 중이고 법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며 “다음 주에 확실한 방안 나오면 공식적으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김 총수는 “SNS 트위터를 쓰면서 쫄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겠다”며 “그러니까 쫄지마”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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