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방통심의위)가 준사법기구화에 필요한 법률 재정비를 연구프로젝트를 통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인터넷 규제 적법성 여부를 가리는 헌법 심리가 진행 중인데 위헌 결정이 나오면 사실상 방통심의위의 심의는 법적 근거를 상실하게 된다.

방통심의위가 법률을 정비해 준사법기구로 위상을 격상시키면 사법적 권한을 확보하게 되고 위헌적 법률 문제도 피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5일 목동 방송회관에서 한국언론학회 주최, 방통심의위 후원으로 열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위상 및 방향성' 토론회에서 김성천 교수(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는 현재 진행 중인 헌법 심리 결과 위헌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법률을 재정비해 방통심의위가 준사법기구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김 교수가 방통심의위의 연구프로젝트 공모를 거쳐  방통위의 위상 문제를 연구 중이라는 사실이다. 해당 연구프로젝트의 책임자 역시 방통심의위 소속 전문위원이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방통심의위가 준사법기구화를 물밑에서 추진하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김 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현재까지 방통심의위의 인터넷 규제와 관련해 '법률 유보 원칙을 위배한 위헌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법률 재정비를 통해 준사법기관화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 교수가 언급한 법률 유보 원칙이란 '일정한 행정권의 발동은 법률에 근거하여 이루어져야 한다는 공법상 원칙'인데 현재 방통심의위의 시정요구는 방송통신위원회의설치및운영에관한법률시행령에 근거하고 있어 위헌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방통심의위는 기능상 행정청으로 봐야 되고 행정기관이라는 속성을 버릴 수 없다면 제대로된 행정기관의 상을 마련해야 한다"며 "국내 모든 내용을 규제하는 총괄적인 독립행정기관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심의 위원 구성 역시 입법, 사법, 행정부에서 각각 3인을 추천하고 그 중에서 대법원이 추천하는 대법관 수준의 위원이 위원장을 맡아 "준사법적 수준"의 모습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방송통신심의위 관계자는 "김 교수가 연구프로젝트 공모를 거쳐 연구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토론회 발언 내용은 개인적 의견일 뿐"이라며 "연구프로젝트는 방통심의위의 독립성, 중립성, 전문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위한 내용이며 법률 재정비 문제가 논의될 수는 있지만 최종 내용에 포함될지는 알 수 없다. 위헌 가능성에 대비한 꼼수라는 지적도 맞지 않다"고 해명했다.

   
▲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백미숙 연구교수(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는 방통심의위 준사법기구화 주장에 대해 "그동안 방통심의위가 민간 독립 기구라고 했는데 실상은 아니어서 이렇게 문제가 된 거 아니냐"고 반문한 뒤 "준사법기관화해야 한다고 하는데 오히려 민간 독립기구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 연구교수는 "준사법화하는 것은 거대 규제 기구나 검열기구화하는 것으로 매우 위험한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백 연구교수는 "만약 헌법 심리에서 위헌 결정이 나온다면 법 조항을 바꾸면 되는 문제이지 준사법기관화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백 연구교수는 "조직이라는 것은 확장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며 "방통심의위는 민간성을 어떻게 강화해야 할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5월 박만 위원장은 취임사를 통해 "위원회가 독립기관임을 깊이 인식해 외부의 어떤 부당한 압력이나 간섭을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엄정하게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면서 "방송과 통신계의 준사법기관으로 위상을 확고히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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